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년 전 오늘 아침 글입니다.

새해 들어 진중권이라는 이가 트러블메이커이다. 그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그래 중앙일보 윤석만 기자의 글을 저장해 두었다가, 나는 지난 주일에 한 카페에서 꼼꼼하게 다시 읽었다. 제목은 "진중권 '로고스'로 찔렀고, 유시민은 '파토스'로 회피했다"이다. 기자는 지난 1일 방송된 JTBC 신년토론을 보고 쓴 글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면, 로고스나, 파토스보다 에토스(인품, 윤리)가 먼저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글의 중간에 기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3요소로 에토스(인품)와 파토스(감성), 로고스(이성)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언제나 논리적이면 로고스만으로 충분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파토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때 파토스의 영향력은 로고스보다 파괴적이며 즉각적이다."
기자에 의하면, 토론에서 유시민은 파토스를 진중권은 로고스를 주무기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의견을 말한 후 사실로써 논거를 제시하는 전형적인 논증의 법칙을 따랐고, 유시민은 파토스로 회피했다는 것이다. 기자에 의하면, 진중권의 말을 인용하면서 유시민의 말엔 "음모론적 선동"(진중권)으로 사실과 의견, 진실과 믿음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악의적으로 편파 보도를 이어갔다. 이런 식이다. 이런 말들을 써가면서, 유시민이 변했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모든 사실은 사실의 조각들로 이뤄져 있고, 이를 모아 모자이크를 맞춰 나가는 것이 진실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반면 단순 팩트를 연이어 나열하고 이들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이 음모론의 기본 프로세스이다." 이런 글을 앞 뒤 문맥 없이 기자는 적고 있다.
이어서, 선동은 파토스의 영역이다. 이를 가장 잘 했던 이가 나치의 선전장관 요세프 괴벨스이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때는 이미 사람들이 선동당해 있다." 괴밸스의 말처럼 선동의 언어는 쉽고 듣기 달콤하다. 반면에 진실의 언어는 지루하고 딱딱하며 때론 거북하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란 책에는 "멋진 문장을 구사한다고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다. 기술만으론 잘 쓸 수 없다. 살면서 얻은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서 저절로 글이 된다."고 했다. 글과 말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유시민의 언어가 변했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알기로는,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다루는 수사학의 3 요소인, 로고스,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 중에서 에토스가 중요하다. 로고스는 글과 논리를 의미하며, 상대방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한 논리라면, 파토스(=페이소스)는 듣는 사람의 심리 상태를 말한다. 상대의 심리 또는 감정 상태가 설득에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진리를 갖다 대도, 받아들일 마음의 상태가 안된 사람에게는 그 어떤 진리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 아니 설득하는 사람의 고유한 성품(인격), 진실성을 의미한다. 윤리적인 측면이다. 아니 영성의 문제이다. 좀 더 자세하게 반복해 본다.
▪ 에토스: 말 속에 자신의 인격이 숨어 있다. 에토스는 호감, 신뢰감, 명성 등 말하는 사람의 인격적인 측면을 나타낸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화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면 에토스가 나온다.
▪ 파토스: 감성적인 말은 힘이 세다.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한다. 유머, 감동적인 말, 여운이 남는 인용구의 활용은 감성을 자극하고 상대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적의를 느끼지 않게 한다. 즉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킨다.
▪ 로고스: 논리적인 말은 신뢰를 받는다. 다양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논리적 추론을 펼치는 것이다.
왜 이 중에서 에토스가 중요한가? 사람들은 화자를 신뢰해야만 설득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 신뢰한다면, 1) 말하는 그 사람이 비록 설득력이 떨어지고(로고스의 부족), 2) 말하는 그 사람이 예민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도(파토스의 부족) 그 사람에게 설득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성공적인 설득을 위해서는 '에토스>파토스>로고스'의 순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평소 행동을 통해 나의 호감도와 진정성을 인지시키고 그 사람과의 신뢰의 다리를 구축한 다음(에토스),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일 마음 상태일 때(파토스), 논리적으로 설득을 진행하라(로고스)고 한다.
사람들은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너무 그리고 쉽게 충고를 한다. 그 충고가 상대방이 다 잘 되라고 하는 충성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이해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내가 그 충고를 받아들일 마음의 상태(파토스)가 안 되었을 때는 짜증이 난다. 게다가 자기도 삶 속에 지키지 못하는 것을 충고한다면, 속으로 '너나 잘 해!'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말 누군가에게 좋은 충고를 하고 싶다면, 삶 속에서 자신도 실천하는 내용만 충고하여야 한다.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윤리가, 아니 윤리적 주체가 되는 것이 인간관계와 소통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인데, 많이들 간과한다. "가장 효과적인 설득은 제대로 잘 사는 것이다"라는 안나 비요르크룬드의 말이 중요하다. 건강하고 올바르게 사는 당신의 모습이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을 대신할 것이다.
그래 오늘 아침은 이해인 시인의 시를 공유한다. "세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기도의 사람, "희망의 사람", "사랑의 사람", "평화의 사람", "기쁨의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하잔한' 일요일 오후에 정거징이 보이는 동네 카페에서 원고를 수정하다 사진을 찍고, 쓴 글이다.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이해인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 다워야’ 살아남는다. (0) | 2022.01.07 |
|---|---|
| 폭설/오탁번 (0) | 2022.01.07 |
| 시를 쓰는 시간/박수소리 (0) | 2022.01.07 |
| 갈대 등본/신용목 (0) | 2022.01.07 |
|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네 가지 전선 (1) | 2022.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