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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문화는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민주주의가 처음 태동한 곳은 고대 그리스이다. 그 중심에 각자 의견을 주장하고 토론하면서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아고라"라고 하는 광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원형이 만들어졌다. 고대 로마에도 '아고라'를 본떠 만든 '포럼'이라는 것이 있었다. 여기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정제된 생각을 개진하고, 최선의 생각에 승복하는 문화를 낳았다. 문화는 공간에서 싹튼다.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 장관은 앙드레 말로이다. 그는 각 지방에 "문화의 집(Maisond de la culture)"을 만들었다. 지역 주민이 연극, 공연 등을 접할 수 있는 공공문화공간을 만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문화예술을 자주 접하고 즐기는 공간을 가짐으로써 프랑스인의 문화적 수준은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문화란 예술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의하는 모든 것이다. 그러니까 문화는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것이다. 이 문화에 대한 정의는 노르웨이 평화학자인 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말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말한 것처럼, "20세기가 이기적 경쟁과 확산으로 성공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이타적 협업과 공감으로만이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시대일 것이다." 새롭게 변하는 이 시대에, 우리 인문운동가들의 할 일은 너무 많다. 그래 지난 월요일에는 <걱정말아요, 대덕>이라는 이름으로 구청장님과 그 지역을 문화 도시로 바꾸고자 하는 모임에 갔었다. 거기서 그 지역 문화원장님을 만났는데 새로 만든 명함을 주었다. 그 명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냥 좋은' 대덕문화원". "그냥"이라는 말은 부사로,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라고 사전은 말한다. 현대문명을 이끈 정신은 명사가 아니라, 부사나 형용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존재가 풍성하려면, 형용사와 부사들이 내 삶 속에 풍요로워야 한다. 존재보다 소유에 관심을 더 두는 사람은 명사에 목을 매달기 때문이다. "그냥" 또는 "그냥" 잘 지내면 된다.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며,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다 망하는 세상이라고 말들 하지만, 난 때때로 "그냥"을 더 좋아한다. 봄이 왔다. "그냥" 좋다.

그냥이라는 말/조동례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별 변화 없이 그 모양 그대로라는 뜻
마음만으로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난처할 때
그냥했어요 라고 하면 다 포함하는 말
사람으로 치면
변명하지 않고 허풍 떨지 않아도
그냥 통하는 사람
그냥이라는 말 참 좋아요
자유다 속박이다 경계를 지우는 말
그냥 살아요 그냥 좋아요
산에 그냥 오르듯이
물이 그냥 흐르듯이
그냥이라는 말
그냥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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