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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목계(木鷄, 나무로 만든 닭)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태풍 급 봄바람이 어떻게 노래를 부르는지 알고 싶어 주말농장에 갔다. 들판의 풀들은 푸르기 시작했고, 농장 가는 길의 매화들과 산수유는 만발했다. 아직 개나리는 준비 중이다. 난 조용필이 부른 <바람의 노래>를 좋아한다. "살면서 듣게 될까/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비켜갈 수 없다는 걸/우린 깨달았네//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오늘 공유하는 시는 "봄이야"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래도 "봄"이다. https://youtu.be/J_067MeuFUw

나는 '~다움'이란 말을 좋아한다. 그래 오늘 아침의 화두는 '자기 다움이 경쟁력'이라는 말이다. 거리는 어느새 봄이 찾아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산수유는 이미 피었고, 목련이 한창이다. 화란춘성(花爛春盛, 꽃이 만발한 한창 때의 봄), 만화방창(萬化方暢, 따뜻한 봄날에 온갖 생물이 나서 자라 흐드러짐)이 시작되었다. 꽃들은 다른 꽃을 의식하지 않고 가장 나 답게 자신을 뽐낸다.

나 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지금 나 답게 살고 있는가? 로버트 존슨의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라는 책을 이재형의 『발가벗은 힘』 에서 알게 되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간은 빛을 사랑한다. 그러나 빛이 밝은 만큼 어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 빛으로 어둠을 몰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빛을 밝힐수록 어둠 또한 확대된다. (…) 칼 융이 말한 '온전함'이란 전인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착하고 선한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빛과 어둠, 이 둘 다의 합이다." 실제로 융이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빛으로 가득 찬 사람이 아니라, 빛과 어둠이 포함된, 그것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나 다움'이겠지? 거기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사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 답게 살고 싶다." 그건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원래 까마귀는 까마귀 답게 점잖고 당당하게 걸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 까마귀가 비둘기처럼 거들먹거려보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날로 이 가엾은 까마귀는 제 걸음걸이를 전부 까먹어버렸다지 뭡니까? 뒤죽박죽이 된 거예요."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온다.

그럼 지금부터는 나 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재형이 자신의 책 말미에 잘 정리를 했다. 그의 경우에는 '용기', '혼자 있는 힘'. '고집', '나만의 개똥 철학', '파워', '발가벗은 힘' 등을 들었다. 나는 '용기', '자신의 심연을 만나는 고독한 시간' ''고집'보다는 '유연함'', '당한 생각이 아니라 스스로 한 생각', '발가벗은 힘' 그리고 '원칙'과 '꾸준함'을 더하고 싶다.

나는 내가 나의 호를 목계(木鷄, 나무로 만든 닭)라 졌다. '목계'처럼 완전한 마음의 평화와 균형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완전한 평정심을 이룬 모습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어깨의 힘을 빼는 것이다. 최고의 싸움 닭은 뽐내지 않는다. I am who I am이다. 나는 나일 뿐이다. 평상심으로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때 중요한 가치가 '부드러움'이다. 교만, 조급함, 공격적인 태도의 사나움 대신
▪ 세속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노자가 말하는 "화광동진 和光同塵", 자신의 광채를 누그러뜨리고 이 풍진 세상의 눈높이와 함께 한다.),
▪ 움직이지 않기가 태산처럼 원칙을 지키며(조급함을 버린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부동여산(不動如山)"의 여유),
▪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사람이(노자가 말하는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러움과 유약함이 결국 강하고 센 것을 이긴다.)이 되고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남 눈치 안 보고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용기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나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용기(勇氣)는 기운(氣運)이다. 남들에게 향해 있던 시선을 자기 안으로 돌려, 자신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정(精), 기(氣), 신(神)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가지가 비슷비슷한 말로 정신(精神), 정기(精氣)라는 말처럼 서로 어울려 인간의 정신 작용을 뜻한다. 그러나 약간의 뉘앙스(미묘한 차이)는 있다.
▪ 정(精)이 '정력(精力)'이라고 할 때처럼 성인(成人)의 활동력을 지탱해 주는 기본적인 요인이고,
▪ 기(氣)가 '기운(氣運)'이나 '원기(元氣)'라고 할 때처럼 사람을 건강하고 힘차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면,
▪ 신(神)은 '신난다'고 할 때처럼 사람에게 활기와 흥을 돋워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가 '기'이고, 그 에너지의 활동은 '정'이고, 그 결과로써 '신'을 얻든 데, 그 때 우리는 '신바람이 난다'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신'이란 그리스어의 '프시케(psyche)'나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다이몬(daemon)'이나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Henri Bergson)이 말하는 '엘랑 비탈(elan vital)'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은 용기라고 본다.

용기와 함께 인생 후반부로 갈수록 필요한 것이 "혼자 놀기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고독(solitude)을 즐기면서 내면을 성찰하는 혼자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혼자 있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만, 혼자 있는 힘은 나를 나 답게 살게 해주는 최고의 동력이다.

끝으로, 나 답게 살려면 '지금-여기'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정리해 놓은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 받을 용기』에서 두 가지 스타일의 인생을 이야기 한다. 하나는 키네시스(Kinesis)적 인생, 또 하나는 에네르게이아(Energeia)적 인생이다. 전자는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인생이고, 후자는 실현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인생을 말한다. 키네시스란 일반적인 운동을 지칭하는 말로 시작과 끝이 있다. 그 시작에서 끝에 이르기까지의 운동은 가능한 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에네르기아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 상태가 된 운동을 말한다. 과정 자체를 결과로 보는 운동인 것이다.

『미움 받을 용기』에서 말하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그것은 앞으로의 우리 인생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여기'를 사는 것이다. '지금-여기'를 진지하게 사는 것, 그 자체로 삶은 완성된다. 어제는 코로나-19로 일정이 하나도 없어, 주말농장에 나가 밭을 뒤집었다. 이젠 거름을 주고, 옆에 쌓아 놓은 작년의 잔해들을 불태워 재를 뿌린 후, 상추 등 채소를 심는 일이 남았다. 태풍 급 봄바람이 분다고 해, 나가기를 망설였지만, 이 기회에 <바람의 노래>가 듣고 싶어 서둘러 나갔다. 그냥 '지금-여기'를 사는 것이다. 조용필이 부른 <바람의 노래>를 다시 공유한다. 그래도 들판의 풀들은 푸르기 시작했고, 농장 가는 길의 매화들과 산수유는 만발했다. 아직 개나리는 준비 중이다. 가사를 좀 공유한다. "살면서 듣게 될까/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비켜갈 수 없다는 걸/우린 깨달았네//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오늘 공유하는 시는 "봄이야"이다. 바람이 불어도, 그래도 "봄"이다. 오늘 시처럼, 이 봄에 "만나고, 사랑을 시작하고 싶다. 봄이니까." 지난 글들은 구글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열면 다시 볼 수 있다. (2019년 5월 11일 이 노래를 공유한 적 있다.)

봄이야/용혜원

봄이야,
만나야지.
바람 불어 꽃잎을 달아주는데
너의 가슴에
무슨 꽃 피워줄까?

봄이야,
사랑해야지.
춤 추 듯 푸르른 들판이 펼쳐지는데
목련은 누가 다가와
가슴 살짝 열고 밝게 웃을까?

봄이야,
시작해야지.
담장에선
개나리꽃들이 재잘거리는데
두터운 외투를 벗어버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꽃 피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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