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는 '우정'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우정이란 '너와 나사이의 친밀성'이 아니라, '나와 너가 제3의 낯선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의 문제란다. 우정은 "네가 너를 얼마나 좋아할까?"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내가 힘을 합쳐 낯선 사람을 얼마나 따스하게 환대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소리만 듣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소리마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환대(hospitality)'라는 말을 주목한다. 환대는 초대와 다르다. 초대가 내게 필요한 사람과 나와 친한 사람을 계획적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맞이하는 것이라면, 환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낯선 사람의 방문을 기꺼이 아무 준비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쓰여있다.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로 정의한다.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인법'은 누군가를 도우려던 사람이 실수로 불법행위를 저지를 때는 죄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대'하면, 시가 하나 생각난다.
방문객/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낯선 이방인이나 나그네를 대뜸 손님으로 여겨 환대하는 그리스 풍속은 사람에 대한 무한한 존중과 긍정을 삶의 근본으로 삼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우리 집에 들어 오는 모든 이들을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손님'으로 환대하여야 한다.
김정숙 여사가 이 시를 낭송했단다. … 행정관의 아이디어 같다.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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