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9.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난 금요일 "새통사" 모임에서 우리는 전주대 김종윤 교수님을 모시고 중국 근, 현대사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그는 역사를 "시대의 기도와 가치의 탐구"로 이루어지는 "변화의 과정"이라 보았다. 그러면서 마지막 결론에서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으로 "변통(變通-틀 깨기)"이라는 화두를 던져 주셨다.
나는 이 '통(通)'자를 좋아한다. 나는 다음의 '3 통(通)'을 갖고, 인생을 살면서 다가오는 위기들을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다. 첫 째가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치면 한 판 붙겠다는 공자의 '궁즉통(窮卽通)'으로, 두 번째는 자신을 비우겠다는 노자의 '허즉통(虛卽通)'으로, 세 번째는 시대에 맞게 변하겠다는 손자의 '변즉통(變卽通)'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좀 더 풀어본다. 공자의 '궁즉통(窮卽通)'은 '궁하면 통한다는 뜻이다. '궁즉통은 원래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에서 나온 말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의미다. 자연은 음양이 교차하고, 춘하추동이 순환하며 변한다. 자연이 변하는 것처럼, 우리도 '궁즉통' 정신의 4단계, '궁, 변, 통, 구'가 필요하다. 이 말에 대한 우리 "새통사" 간사인 이순석 부장의 해석이 나는 좋다. "궁하면 변화해야 할 것이고, 통할 때까지 변화하면 통할 것이고, 통하면 변화하여 오래도록 쌓여서 지속 될 것이다." 우리에게 결핍된 축적의 기술 결핍도 '궁함'과 '통함'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는 것을 나는 해석에서 배웠다. 통하면 오래 간다. 서로 '통'해, 꾸준한 '엉덩이의 힘'으로 함께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면 오래간다.
노자의 '허즉통(虛卽通)'은 그의 '무위자연(無爲自然)'(『도덕경』) 개념에서 얻은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고 살자는 것이다. 인생무상, 공수래 공수거이니 모든 것을 비우고 낮추며 섬기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보는 마음이다. 이루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허즉통'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손자의 '변즉통(變卽通)'은 만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며, 싸우지 않고 이기고,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을 이상으로 보는 정신이다. 이것이 『손자병법』의 핵심이다. 때와 장소를 알고, 흐름의 속도를 맞춰 나갈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상황에 따라 변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김교수님이 결론으로 말씀하신 "변통"이 아닐까?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낯선 것에 도전하자는 것이다.
어젠, 대전문화연대 고문이신 김선건 교수님 한옥의 따뜻한 아랫목에서 일 년 동안의 사업에 대한 워크숍을 하였다. 쉬는 시간에 잠시 나왔더니, 한옥 마당 나무들이 봄을 위해 판을 깨려고 몸부림 치고 있었다. 나도 내 겨울의 판을 깨고 싶다. 오늘 공유하는 시인처럼.
해마다 봄이 되면/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 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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