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낮에 산책을 나갔더니 바람이 불었다. '사회적 거리'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나야 늘 그랬으니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자초한' 고독과는 다르다. 그래 틈나는 대로 딸을 데리고 동네를 걷는다. 양지바른 모퉁이에 민들레 꽃이 피었는데, 바람은 차가웠다. '바람'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온도나 기압 등의 차이 때문에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으로 대기가 이동하여 바람이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도 쓰인다. 일상 언어 중에는 '바람 피우다'란 말이 있는데, 한 이성에만 만족하지 아니하고, 몰래 다른 이성과 관계를 가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주말농장을 해 보면, 야채가 햇빛으로만 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창문을 닫은 채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면 잘 자라지 않는다. 아마도 바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바람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을 돕는다.
그런 바람의 빛깔을 노래하는 오연준이라는 제주도 아이가 있다. 산책 중에 급히, 스마트폰의 유튜브로 틀고, 그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을 찍은 것이다. 사진 속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색깔이 보인다. 그래 오늘 아침 시는 이 노래의 가사로 대신한다.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사회적 거리로 힘든 시기를 보내지만,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죠".
참고로, 바람이 아니고, 빛을 이야기 한다면, "빛의 꿈"이라는 김인중 신부님의 화업 60년 회고전이 다음 주 3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는 정보만 드리고, 신부님과 빛의 이야기는 다음에 한다.
오늘 아침은 하나의 숙제처럼, 지난 3월 8일, 3월 10일 그리고 3월 15일에 이어 네번째 "발가벗은 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재형은 자신의 책, 『발가벗은 힘』 제3장에서 이런 질문을 했다. "나에게는 발가벗은 힘이 있는가?" "나는 지금 명함이 아닌 내 이름 석자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있는가?"
나도 언젠가부터 이 힘을 키워 왔다. 예를 들면, 주말농장에서 야채를 기르는 법을 배웠고, 일상에서 위기가 닥쳐도 맨 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력도 유지하고 있다. 멘탈도 자신 있다. 와인을 따로 공부했기에, 내가 일을 그만 두는 날이 나의 퇴직이다. 내 마음 먹기에 따라서 이다. 난 정년 퇴임이 없다. 이재형 작가는 "발가벗은 힘(naked strength)"이라는 말을 아프레드 테니슨이라는 영국 시인의 시, <참나무>에서 따왔다고 한다. 나는 술자리에서 이 말 대신 '맨땅에 헤딩하는 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시는 지난 3월 8일에 공유했다. 참고로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들어가시면 지난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 시, <참나무>를 좋아하고, 여러 강의에서 인용된다. 이런 식이다. "나뭇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는 자신의 몸을 가릴 것이 없다. 한때 무성했던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었던 새, 나무 그늘 밑에서 쉬던 사람들조차 모두 떠나고 없다. 오로지 자신의 발가벗은 몸, 둥지와 가지민으로 겨울을 나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지위나 배경의 도움 없이 인간 아무개가 갖고 있는 본래적인 힘과 의지 '발가벗은 힘'으로 우뚯 서야 하고, 그 것만이 진정한 내 것이다." (윤석철) "우리는 스스로 내면에 있는 '참나'를 직시하고 자신의 허울, 즉 외모나 집안, 학력 등을 다 벗어버린 상태에서의 내 강점을 일컬어 '발가벗은 힘'이라고 합니다."(박창규) "'발가벗은 힘'의 반대말은 아마도 '명함의 힘'일 것이다."(이재형)
'힘'이란 말의 영어는 두 가지가 있다. '포스(force)'와 '파워(power)'. 프랑스어로는 'la force'와 'le pouvoir'라고 한다. '포스'가 '명함의 힘'이고, '파워'가 '발가벗은 힘'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어의 le pouvoir는 명사형으로 '힘, 능력, 역량'을 뜻하지만, 동사 쓰일 때 pouvoir는 영어의 can처럼 조동사로 쓰인다. '~을 할 수 있다'란 뜻이다. 그러니까 그 명사형, le pouvoir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음'이 된다. 이게 '발가벗은 힘'이 아닐까? 저자는 박창수의 『임파워링하라』 에서 포스와 파워를 이렇게 구분한다고 소개하였다. 포스는 외부의 힘과 환경에 의해 생겨나는 것으로 물리적인 힘이라면, 파워는 자기 자신이 영향을 주는 힘이며, 인간이 본래 갖고있는 내면의 힘이다. 우리 각자가 자기다운 모습으로 성장해나가는 데는 포스가 아니라, 파워가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발가벗은 힘'을 키울 것인가? 이재형 작가는 "화사에 다니면서 플랜 B를 완성하라"고 한다.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플랜 B"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을 위해, 셀러던트(saladent)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을 뜻하는 'salaryman'과 학샹을 뜻하는 'student'가 합성된 말로,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현재 자신의 업무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작장인을 말한다. 나는 최근에 "퇴튜던트"라는 말도 들었다. '퇴근'과 '스튜던트'를 합친 신조어이다. 이 말은 퇴근 후, 다시 학생이 된다는 말이다. '퇴튜던트'는 본인이 다음 직업을 위해서 기꺼이 본인의 지갑을 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일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워라벨에 이어 '스라벨(study-life balance)'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더 나아가, 작가 이재형은 자기 자신을 "프로셀러던트(professional+saladent의 합성어)"로 칭했다. 그가 내린 이 말의 정의는 "꾸준한 자기 계발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 반열에 올라서고, 전문가로 활동하며 가외 수입을 창출하는 직장인"이다. 그런 삶은 일하며, 자기 계발하며 전문가로 활동하는 숙명을 즐기고, 일과 개인적인 사람의 균형을 추구하는 삶이다.
작가 이재형은 회사에서 인생의 "플랜 B"를 위해서는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가벗은 힘"을 길러야 하고, 그러려면 주특기, 즉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문성을 쌓는 지름길은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일과 삶의 통합)'을 하는 것이다.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 현재 하는 일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찾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 전략인 것이다. 그는 전문성을 쌓고 경력 개발을 할 때 중요하는 것은 현재 하는 일과 미래의 비전을 링크(link)하는 역량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인내와 끈기 그리고 몰입이 필요하다. "발가벗은 힘"은 자신의 주특기에 지속과 반복의 힘에서 나온'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다음 그림처럼, 바닥구간'을 다져야 한다.
[아래 사진 참고]
그래프는 바닥구간과 급성상 구간으로 나뉜다. 그리고 한계 돌파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는 임계점이 급성장 구간에 존재한다. 이 그림을 보면, 티핑 포인트도 임계점 이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될 수 있는 반면, 그 이전 구간에서는 에너지를 축적해야만 한다. 이 이론은 우리의 삶에도 적용된다.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당장 성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지금 나타나고 있는 성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좀 뻔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는 가끔 '바닥 구간'을 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발가벗은 힘을 키우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바닥 구간을 자져야 한다는 말이다.
어제는 낮에 산책을 나갔더니 바람이 불었다. 오늘 아침 사진을 자세히 보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유튜브로 오연준 어린이가 부르는 <바람의 빛깔>을 들으면 더 하다. 그래 오늘 아침 시도 이 노래의 가사를 공유한다.
https://youtu.be/rIMUV4Dlajk
바람의 빛깔(Colors of the wind)/오연준(포카혼타스OST)
사람들 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 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그 한적 깊은 산속 숲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 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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