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20 3월 15일: 나의 '스노우볼'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통계함수를 근거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내놓은 몇몇 통계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확진자가 처음 나온 날짜가 2월 19일,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 3월 초, 그래프상으로 3월 23일부터는 확진자 수가 10명 이하가 되고 잠복기를 고려하면 4월 5일 경 일상을 찾을 거라고 한다. 물론 '돌발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 이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휴식을 하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스노우볼"을 만들 좋은 기회라고 본다.
피터 드러커는 "성공이란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인의 삶에 영속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인문운동가의 길로 나섰다. 이는 지식전문가는 아니다. 지식전문가와 인문운동가는 다르다. 인문운동가는 지식을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인문정신을 생산하여 이 사회를 인문적 높이로 올리고자 하는 사람이다. 인문운동가의 시선의 높이, 즉 인문적 높이는 자기가 처한 조건 속에서 일상의 잡다함이나 자질구레함 속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결정하고 지배할 더 높은 위치에서의 '자율적으로' 결정을 시도할 수 있는 높이이다.
인문(人文)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로 인간의 동선(動線)이다. 인문적 활동이란 인간의 동선을 파악한 후, 그 높이에서 행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상상이나 창의는 인문의 높이에서 튀어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에서는 실현되지 못한다. 인문적 시야를 가지려면, 시선의 높이를 상승시켜야 한다. 그건 전략적 높이에서 자기 시선으로 세계를 보고 자신이 직접 그 길을 결정하는 일이다. 시선의 높이는 생각의 높이이고, 생각의 높이가 삶의 높이라고 최진석 교수는 자주 말한다.
인문운동가는 아티스트(artist)이다. 예술가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미래는 '지금-여기'에서 내가 원하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부단히 수련할 때 만들어지는 예술이다. 또한 미래는 '지금 이 순간-저기가 아닌 여기'에 몰입해 최선을 다할 때 자연스레 다가오는 신의 선물이다. 그 때 내 일상은, 신의 선물인 예술로 승화된다. ‘예술’에 해당하는 라틴어 단어 ‘아르스ars’의 원래 의미가 ‘우주의 질서에 알맞게 만물(萬物)을 정렬시키다'라고 한다. 일상을 지배하며, 몇 가지 삶의 규칙을 가지고 '지금-여기'의 삶을 정돈하는 사람이 예술가이다. 그는 시간 있다고 TV만 보거나 잠을 자지 않는다. '저 너머'를 꿈꾼다. 생존만을 위한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하고 싶은 말은 이재형의 『발가벗은 힘』 이야기를 이어가려는 거다. 지난 3월10일의 아침 글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재능을 찾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삶의 방향에 관한 문제와 원하는 삶을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삶의 방향에 관한 본질적인 고민을 정리한 후, 원하는 삶을 실현할 기초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6가지 비결을 우리에게 소개했다. 오늘은 두번째 방법으로 "스노우볼(snowball)"이라는 장(章)이다. 그의 질문은 이 거다. "나의 '스노우볼'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굴릴 언덕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스노우볼"이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다음 말에서 따온 것 같다. "인생이란 눈덩이(스노우볼)을 굴리는 것과 같다. 습기를 머금은 작은 눈덩이를 찾는 것과 그것을 평생 굴릴 수 있는 언덕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이다. 당신에 습기 머금은 눈덩이와 그것을 굴릴 긴 언덕은 무엇인가?"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작가는 "현재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질문했다. 다시 자신의 커리어를 점검하고, 미래와 연결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했다. 사실 우리는 그걸 찾을 때 가슴이 뛴다. 다시 말하면, 직장에서의 경험과 제2의 인생 직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도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듯이, 개인도 회사에서 쌓은 전문 역량을 제2의 인생 직업으로 이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각자 자신의 "스노우볼"을 찾아 굴리는 것이다. "스노우볼"이란 축적을 말하는 것 같다. 이는 내가 자주 말하는 '엉덩이의 힘', '꾸준함'이다. 꾸준함을 이기는 힘은 없다. 이를 위해, 우리는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직은 목표부터 정해야 한다. 그 작은 실천의 꾸준함이 "스노우볼"이 된다. 로버트 마우어라는 사람은 자신의 책, 『아주 작은 반복의 힘』 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작게, 더 작게, 아주 작게 시작하라"고 말했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뇌가 놀라지 않는 선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야 하며, 이것이야 말로 부작용도 덜한 "스몰 스텝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스노우볼"의 의미는 단지 자격증, 책, 칼럼, 강의 등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노우볼"을 만들고 굴리는 과정에서 자기 성장과 자아 실현을 위한 씨앗 또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롭다. 이재형 작가는 "스노우볼"을 굴리는 과정에서, 세상에 대한 넓은 지식과 전문성, 이성과 감성, 낙관론과 현실주의, 냉정과 열정, 정직함과 온유함, 신중함과 결단력,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결과지향성과 성공적 인간관계,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 등 서로 모순되지만 또 서로 연결된 각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나는 이런 것을 '밸런싱(balancing)'이라고 명명한다. 즉 '균형 찾기' 또는 '균형 유지'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그 다음, "스노우볼"을 굴리면서, 작가는 자신의 "이론과 개똥철학을 정립하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스노우볼'이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을 인용했다. "우리가 배우는 목적은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함 입니다.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 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이 표현 능력이 사라지기 쉽습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항상 머릿속에 '내가 배우는 목적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다'라는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합니다. (…) 공부는 내가 나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 내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이 기본적인 자세를 노자는 '자율'이라 했습니다. 자율이란 내가 나를 조율하는 겁니다. (…) 공부를 멈추고 생각을 시작해야 하루를 살아도 나 답게 살 수 있습니다."
배운 것을 나만의 이론과 철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매일 아침마다 <사진 하나, 시 하나>라는 제목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그것들이 쌓여 축적이 되었다. 이젠 아침 글쓰기가 부담스럽지 않고 하나의 습관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사진도 많이 찍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세상을 전보다 더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원래 관심이 생기면 남들이 못 보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글도 그렇다. 글도 자주 쓰다 보면 '노-하우'가 생긴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라는 김정운 교수의 주장에 따라, 내 방식대로 '지금-여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디톨로지(edit+ology, 편집학)"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김정운 교수에 따르면,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이 모든 과정이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그럴 듯한 '짜집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에디톨로지'는 인간의 구체적이며 주체적인 편집 행위에 관한 것으로, 즐거운 창조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아침마다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능력이 엄청 늘었다. 그리고 '정밀하게' 독서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이러다가, 나만의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재미난 것은 그럴수록 그만큼 또 다시 독서의 폭이 넓혀진다는 점이다. 관심 분야의 책과 관련 기사들과 실제 사례 등이 눈에 쉽게 뛴다. 그러면 그것들을 수집하여 잘 모아 둔다. 나의 경우는 <원노트>와 <에버노트>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다.
글이 길어졌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전염병 확산에 대한 통계함수를 근거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내놓은 몇몇 통계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확진자가 처음 나온 날짜가 2월 19일,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 3월 초, 그래프상으로 3월 23일부터는 확진자 수가 10명 이하가 되고 잠복기를 고려하면 4월 5일 경 일상을 찾을 거라고 한다. 물론 '돌발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서 이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휴식을 하는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스노우볼"을 만들 좋은 기회라고 본다. 그래 나는 열심히 읽고, 쓰고 있다. 지난 몇일 전부터 구글의 불로그를 시작했다. 이제까지 써 놓은 것들을 한 장소로 다 모을 생각이다. 시간 되는 대로,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 블로그 어플을 열어 읽고 또 읽는다. 주소: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거기서 댓글로 사람들과 새롭게 만나고 싶다.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겠다/이서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보내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있었나
얼마나 많은 그리움이 남았나
누군가를 위해 울어 줄 자리가
여전히 남아있긴 한 걸까
토해내 듯 쏟아내고 나면
난 매일매일 낯설게 다시 태어났다
그래서 좋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만나는 일은
두려웠으나 행복했고 눈물 났으나 고마웠다
어쩌면 딱 이만큼의 향기가
어쩌면 딱 이만큼의 자리가
누군가를 위해 꽃 한송이 피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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