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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비망록/문정희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벌써 이번 주도 금요일이다. 물밀 듯 다가오는 일상에 대처하다 보면, 한 주 단위로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거리는 온통 단풍으로 자신을 뽐내며 떠날 채비로 바쁘다. 잎들이 작은 바람에도 떨어진다. 그래 오늘 아침은 스타일(style)이야기를 하려한다.  왜냐하면, 월요일 아침마다 동네 분들과 함께 양정무 교수의 『미술 이야기』를 읽어가며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데,  지난 주부터 우리는 이집트 미술을 들여다보며, 인문정신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집트 미술을 지루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집트 미술에는 변하지 않는 완벽한 세계를 그리고자 하는 나름의 '스타일'이 있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유행은 한때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했다. '스타일'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사전을 찾아보면, "복식이나 머리 따위의 모양"을 말한다. 그래 예쁜 우리 말로 "맵시"라고 순화하라고 한다. 그리고 "문학 작품에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 이라 정의한다. 이 때 우리 말은 '문체" 또는 "풍"이라고 한다. 어쨌든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일정한 방식"이다.

그냥 눈감고, 다시 스타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그래 가사를 찾아 보았다. "(…)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그런 반전 있는 여자//나는 사나이/낮에는 너만큼 따사로운 그런 사나이/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밤이 오면 심장이 터져버리는 사나이/그런 사나이 (…)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그런 감각적인 여자//나는 사나이.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때가 되면 완전히 미쳐버리는 사나이/근육보다 세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그런 사나이 (…)"

배철현 선생의 최근에 나온 책, 『정적』에도 스타일이라는 제목의 챕터가 있다. 그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나를 정의하는 문법"이라고 했다. 그 속에는 이런 명문장이 있다. "스타일은 자신이 헌신할 수 있는 삶의 원칙이자 문법이다. 이 문법이 없다면, 내가 하루 동안 떠올리는 생각들은 잡념이 되고, 그 생각에서 나오는 말들은 잡담이 된다. 그리고 나의 행동들은 굳이 안해도 되는 헛수고가 된다."

그러니까 '스타일'이라는 말은 인문운동가에게 중요한 가치이다. 왜냐하면 스타일은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문법이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 이건 늘 중요한 화두이다. 하루라는 24시간은 나 자신이 순수하게 만들어낸 사적인 생각, 말, 표정과 몸짓 그리고 행동이며 그것이 나를 떠나 타인을 통해 재창조되는 공간이다. 배철현 선생의 멋진 표현이다. 원래 스타일은 자신의 생각을 손을 통해 글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폭넓은 의미로는 삶의 태도이자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나의 스타일을 위해 하루 하루가 중요하다. 프랑스어도 철자가 같지만, 발음을 '스틸'이라고 한다. 프랑스어에서 보는 어원을 살펴보면, 스타일의 원래 의미는 "나를 세워주는 어떤 것"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리고 13세기 중세 종교 권력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화형 시켰던 "말뚝(stick)"이라 한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거나 무언가를 광고하기 위해 기반이 되는 설치물이 스타일이다. 연필이나 펜의 끝이 뾰족하 듯이, 설치를 위한 나무의 끈은 날카로워야 한다.

그래 흔히 스타일 있는 사람은 까칠하다.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설치할 막대기의 끝을 갈고 닦아 자신이 서 있는 장소에 깊이 세우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자신이 헌신할 수 있는 삶의 원칙이자 문법인 것인 것이다. 오늘도 나의 스타일을 위한 하루로 채울 생각이다. 그런데 가슴이 뚫려 가을 바람이 헤집고 다닌다. 가을타나? 이젠 잊고 싶다. 나의 와이 바 <뱅#62> 앞의 은행나무가 자기 잎을 놓아주듯이 나도 이젠 "비망록"을 찢고 싶다. 이집트 미술 스타일 이야기는 내일 아침에 공유해야 겠다. 길이 너무 길어지니까.

비망록/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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