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와인의 신인 디오니소스는 로마에 오면 '바쿠스(싹)'가 된다. 와인의 신은 씨앗이 대지에 묻혀 제 몸을 썩히고, 싹을 내고, 자라고, 열매를 맺고, 다시 대지에 들어 제 몸을 썩히는 이치와 같다고 해서 싹이란 의미의 바코스가 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료 '박카스'는 바쿠스의 영어 식 표현인 바커스에서 나온 것 같다. 술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한 알의 곡식과 같다. 술과 술자리는 쾌락이 아니라 한 자루의 칼이다. 자루를 잡느냐, 칼 날을 잡느냐 큰 차이가 있다. 술은 무수한 생명이 뒤섞여 있는 카오스의 웅덩이다. 그 곳에 빠지느냐 헤어나오느냐 큰 차이가 있다. 술꾼은 복기(復記)하지 않는다. 술은 단순히 취하려는 목적만 있는 건 아니다. 술을 통해 다시 부활하라는 것이다. 술과 함께 일상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자아를 잊은 망아(忘我)의 상태로 들어간 뒤, 그 망아의 정점에서 우리는 생성과 소멸이 곧 하나인 자연의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지금은 와인을 통한 소멸과 생성을 맛보는 시간이다.
와인은 우리 또한 자연의 한 씨앗임을, 한 씨앗으로 태어나 한 생을 살고 갈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러니 속세의 욕망과 고통에 얽매여 괴로워할 것도 없고, 그저 겸손히 자연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있으면 된다. 조 바이든 때문에 괴로웠나 보다. 오늘 그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 헸다는 연설을 듣고 힘을 얻었다.
“음...오늘 아침에는 부모 노릇하기가 쉬워졌습니다. 아빠 노릇 하기가 쉬워졌어요. 아이들에게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쉬워졌어요. 진실을 말하는 것,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쉬워졌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쉬워졌습니다. (…) (이 선거의 결과는) 고통 받은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나는 숨을 못 쉬겠다’는 말은 단지 조지 플로이드(5월 경찰관이 과잉진입으로 사망한 흑인)에게만 해당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이 숨을 쉴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 당신은 자신을 추스르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래서 바이든의 당선은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들은 조금이나마 평화를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중요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아들이 이런 사실을 알기 바랍니다. 이걸 좀 보렴. 무언가를 천박한 방법으로 해치우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쉽겠지만, 그건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미국에 잘 된 일입니다."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울먹였다는 미국 언론 CNN의 정치평론가 밴 존스의 이야기이다. 기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바람이 불었다. 거기서 만난 사진이다. 그 사진을 보고, 용혜원의 시 한 편을 골랐다. 편안하게 보내는 일요일 오후이다.
가을 여행/용혜원
가을 속으로
가을 속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의 손짓을
따라 갔습니다.
찬란했던
여름을 잊고자
마지막 잎새 하나까지
떠나가는 계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떠나야 합니다.
마지막까지 이 땅에서
고별의 시간이 올때까지
우리들의 사랑 노래를
우리들의 색깔로
부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미국 대선 소식이 엄청나다. 여러 종류의 글을 읽었는데, 우선 바이든의 승리 선언 연설 일부를 공유한다. "우리는 미국의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가 함께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 미국은 언제나 선과 악의 투쟁 속에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우리 미국의 희망, 그리고 선이 다시 한번 승리할 때입니다. 전세계가 미국을 지켜보고 있는 지금, 저는 미국이 전 세계의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국은 단순히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범을 보임으로써 세계를 이끌어갈 것입니다." 힘에 의해서 아니라 모범을 보이겠다는 말이 확 와닿는다.
다음은 <페이스 북>에서 읽은 윤정구 교수님 포스팅이다. 길지만 공유한다. "조 바이든이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코마 상태에 빠졌던 미국이 다시 기사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조 바이든이 선거기간에 내걸었던 슬로건도 ‘The battle for the Soul of Nation’로 미국의 영혼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었다." 영혼을 되찾는 것이 좋았다.
'신 아메리칸 드림(Neo American Dream)'이란 말을 배웠다. 어떻게 생겼든, 어디서 왔던, 무슨 배경을 가졌든, 누가 누구를 사랑하든 미국의 헌법가치를 존중하면 다 훌륭한 시민으로 환대하는 정신이 '미국다움'이고 이게 나라의 영혼 아니가? "조 바이던 대통령 당선자와 부통령 카멜라 해리스는 신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신 아메리칸 드림은 서부개척시대 기득권을 대표하는 동부를 탈주해서 금을 찾아 부를 성취하는 동부와 서부를 이원론적으로 대립시켜 만들어낸 과거의 아메리칸 드림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신 아메리칸 드림은 동부와 서부가 American Dream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서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온전한 미국 정신을 기사 회생시키기 위해 협업하는 관계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한다. 상징적으로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이 동부 델라웨어의 상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면 부통령 당선자 카멜라 해리스는 서부 캘리포니아에 정치기반을 둔 상원의원이다. 신 아메리칸 드림이란 다양한 배경과 다양한 민족 사람들이 이민국가라는 정체성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떻게 생겼든, 어디서 왔던, 무슨 배경을 가졌든, 누가 누구를 사랑하든 미국의 헌법가치를 존중하면 다 훌륭한 시민으로 환대하는 정신이 '미국다움'이다. 신 아메리칸 드림이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미국의 헌법정신을 존중해가며 공존, 공생, 번성을 구가할 수 있는 새로운 협업의 운동장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리좀형 리더가 필요하다. "부통령으로 당선된 카멜라 해리스는 이런 신 아메리칸 드림의 정점에 서 있다. 해리스는 뿌리와 뿌리가 교차 연결되어 만들어진 리좀형 리더의 대표이다. 아버지는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이고 어머니는 인도 이민자 출신이다. 본인도 흑인들의 명문대학 하워드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다음 대선에서 바이든을 이어서 대권주자가 될 것이다. 여성이자 흑인 대통령 탄생을 예고한다."
바이든이 겪은 고난과 시련은 일반인의 상상을 불허한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생계를 위해 바이든 태어난 펜실바니아의 스크랜튼에서 델라웨어로 이주했다. 어렸을 때 말 더듬이 버릇이 있어서 이것을 고치기 위해 조약돌을 입에 물고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훈련과 훈련을 거듭해서 스스로 제약에서 벗어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델라웨어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를 공부하고 시라큐스 대학 로스쿨을 나왔다. 29세 최연소로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으나 몇 일 후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었다. 장례식을 치르고 두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아들을 간호해가며 의원 선서를 했다. 아픈 자식들의 아침과 저녁 잠자리를 돌보기 위해 델라웨어에서 워싱턴까지 기차로 출퇴근했다. 아이들이 나은 후에도 지금까지 30년 넘게 기차로 출퇴근했다. 기차 승무원들과도 친해져 이들과도 가족처럼 소탈하게 지낸다. 엉클 조(조 아저씨)로 불려지는 바이든의 소박함과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승무원들 입을 통해서 전해졌다.
"고시패스(고난과 시련을 패스)"란 말이 흥미롭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 두 차례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러닝메이트로 지명되어 부통령 임무를 수행했다. 지금의 부인 질 제이콥스와는 1977년 재혼해서 아들을 두고 있다. 바이든 만큼은 아니지만 해리스도 이민자 가정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난과 고통을 체험해가며 정치가로서의 삶을 단련시켰다. 이들은 이민자 국가인 미국의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고난과 시련 속에서 고시패스(고난과 시련을 패스)를 통해 발아 시켰고 결국은 꽃을 피웠다. 이들의 고시패스의 과정이 지금처럼 열매를 맺기까지 바이든은 77년 해리스는 56년의 시간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탁월한 외교통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문제에서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누구보다 탁월한 중재자로 나설 것임을 믿어 마지 않는다. 당선을 축하합니다."
지난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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