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빼앗긴 마음을 회복하라"고 말을 하는 아리아나 허핑턴(Ariana Huffington)을 만난다. 그녀가 만든 <허핑턴 포스트>는 인터넷상에서 많이 인용되는 미디어 브랜드 중 하나이다. 그녀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자주 선물한다고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구절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시골, 해안, 언덕 등에서 자신이 운둔 할 장소를 찾는다. 하지만 마음속보다 더 평화롭고 근심 걱정 없는 휴양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계속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를 새롭게 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란 이름으로, 있을 곳이 없는 요즈음 자신의 "마음 속"이 좋은 휴식처라는 아우렐리우스의 말은 좋은 답이다.
기원 전 27년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에서 시작하여 아우렐리우스의 사망연대인 180년까지 200년 동안 오마 역사에서 황제를 중심으로 유럽 전체를 안정적으로 로마가 통치한 '로마 천하"시대이다. 이를 우리는 파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부른다. 이번 기회에 아우렐리우스 이야기를 좀 해 본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에서 쓴 일기, 『명상록』2권 1단락에서 이런 말을 한다. “매일아침 나는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시작한다. 나는 오늘 나쁜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건방진 사람, 속이는 사람, 시기하는 사람, 그리고 적대적인 사람을 만날 것이다. 선과 악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들이 그런 것이다. (…) 나는 이들 때문에 해를 입을 수 없고, 화를 내지도 않을 것이며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무작위(無作爲)로 일어나는 일상의 일들이 아우렐리우스를 당혹스럽게 만들거나 슬프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일들을 이미 예상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일어난 이유, 성가신 일들의 원인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학교의 특징은 '무작위'다. 내가 예상한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마음까지 무작위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정한 ‘더 나은 자신’을 위한 목표를 위해 매일 훈련하며 정진하는 사람에게, 일상의 난제들은 오히려 그들을 더 고결하고 숭고하게 만드는 스승들이 된다. 배철현 선생의 글에서 읽었다.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1장은 자신에게 삶의 예술을 가르친 스승들을 한 명씩 자세하기 기록하고, 2장은 자신이 그 날 만날 사람들, 특히 악의를 지니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상상하고 숙고하라고 권고한다. 내가 신중하다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악의적인 사람이 접근하지는 않지만, 신중만이 인생의 불가피한 사건에 대한 최선의 준비다. 내 인생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돕는 사람은 지식을 전달하는 선생(先生)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영감을 주는 신중한 자다. 전자를 선생 혹은 교수라고 하고, 후자를 스승이라고 부른다. 선생은 지식을 가르쳐 암기하게 만들지만, 스승은 지혜를 가르쳐 삶을 변화시킨다. 선생은 학생에게 명령하지만, 스승은 제자들을 격려하여 스스로 스승이 되도록 북돋는다."(배철현) 인문운동가는 나 자신을 포함해 삶의 변화를 구현하려는 사람이다.
"일상의 난제(難題)들은 내 스스로의 힘으로 배울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무료로 가르쳐 준다. 그것들의 가르침은,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부드럽게 만든다. 나의 말과 행동을 정교하게 다듬어 사람과 사물에 친절하게 응대하도록 유도한다. 인생이란 학교(學校)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이해(理解)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선, 심지어 원수의 시선으로 그 난제에 대한 나의 반응을 관찰하는 냉정(冷靜)이다. 나는 난제들을 해결(解決)할 수 없지만 해소(解消)할 수 있다. (…) 인생의 다양한 경험, 특히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을 것같은 인생의 난제들이 나를 고양시킬 것이다."(배철현) 그러니 지금 힘들다면, 지금 일상의 어려움이 많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각이 더 부드러워지고 넓어질 기회이다. 우리를 고양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은 아주 조금만 필요하다. 모든 것은 당신의 내면, 당신의 사고 방식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혼자인 시간에, 나는 "빼앗긴 마음을 되찾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아리아나 허핑턴 이야기를 하다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좀 길게 빠졌다. 위의 내용은 배철현 선생의 묵상에서 얻은 생각이다. 다시 아리아나에게로 돌아 온다. 그녀가 아우렐리우스의 『고백록』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 바빠 신이 선물한 최고의 휴양지인 마음을 잃어버린 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이런 멋진 말을 한다. "가슴 뛰는 삶이 아니라 '가슴만 뛰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모두 가슴 안에 있는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녀는, 한 번 과로로 쓰러진 후(2007년), 생활 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살려면 위기 상황이 닥쳐서 가 아니라 미리미리 산소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산소마스크는 깊은 수면, 명상, 산책, 운동 등을 말한다. 우리는 마음이 하는 소리에 미리미리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에는 우리들이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으려면 스마트폰을 끄고 우리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에 우리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마음을 따라 일상에서 실천하고, 그것이 습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녀는 "하루에 세 번, 5분 정도의 시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도 마음이 가장 평화로운 안식처라는 것을 자신의 『고백록』에서 말하였던 것처럼.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평화와 휴식 속에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려는 목적 아닌가? 그러려면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
최근 유행하는 말이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 기기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품 디자이너들이 우리를 중독 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패턴이 생기지 않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스마트폰 사용을 의식하게 된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중독되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패턴이 생기는 걸 방해하면 스마트폰 사용을 의식하며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자신이 정말 스마트폰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단순히 지루함이나 습관 때문에 휴대폰을 손에 쥔 건지를 판단할 수 있는 틈을 만드는 것이다.
'패턴을 방해하라'는 말은 우리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좋은 습관은 패턴으로 만들고, 나쁜 습관은 패턴으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좋은 습관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폰 배드(phone bed)'를 만드는 것이다. 나도 실천해 볼 생각이다. 폰을 내 복합와인문화공간 <뱅샾62>에 놓고 집에 오는 것이다. 나는 밤 12시 경에 집에 들어온다. 그러면 적어도 내 침대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나쁜 자세로 30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할 때가 있다. 아니면, 그녀처럼, 폰 베드를 만들어 침실 바깥의 책상 위에 놓아 두는 것이다.
그녀는 폰 베드를 사용하고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달었다고 한다. 신이 낮과 밤을 만든 이유를 이해하였다는 것이다. 낮에는 낮에 할 일이 있고, 밤에는 밤에 할 일이 있다. 그 경계를 잘 지킬 때 우리는 건강한 마음 안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이를 부처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의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있다)"라 했다. 다 마음 먹기이다. 오늘은 그런 하루가 되고 싶다.
너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최종석
봄 햇살 같다고 썼다가 지운다
목련 꽃 같다고 썼다가 지운다
이슬비 같다고, 라일락 향기 같다고 썼다가
모두 지운다
뭐라고 써야 할까
내 안의 어둠 한 번에 쫓아내 버린
나를 자꾸만 착해지게 만드는
내 메마른 영혼을 적셔 주고
나를 끊임없이 미소 짓게 하는 너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천사라고 쓸까
끝까지 지켜 주고 싶은 순수라고 쓸까
처음으로 갖게 된 종교?
아니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행복?
썼다가 지우고, 지웠다가 다시 쓰고
그렇게 며칠 밤을 꼬박 새우다가
번개처럼 번쩍, 천둥처럼 우르르 쾅쾅
순식간에 떠오른 생각
나는 마침내 힘주어 이렇게 쓴다
너는 신들이 모여서 지어낸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詩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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