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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비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은 '보다'에서 왔다고 한다. 봄은 '보기'여서, 비가 와야 봄이 시작된다. 왜냐하면 비는 그 철을 돕거나 재촉하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 내린 비가 그치면, 만물이 더 잘 보일 것이다.

이런 봄비가 내리는 날,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최병욱 총장님의 초대로 한밭대학교를 방문했다. 난 인문대학 출신이라, 공과 대학의 시설들이 눈에 안 들어왔다. 실험실이라는 말 대신에 factory란 말을 사용했다. 특히 smart factory가 인상적이었다. Factory를 '세상의 모든 지식' 네이버에 물었더니, "공장, 제작소'라는 뜻으로 메이커(제조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고 했다. 그런 의미애서 학교 이름이 한밭대학교가 안 어울린다고 나는 본다. 그냥 한밭공과대학이라 하면 어떨까? 나는 공주사범대학을 나왔는데, 언제부터 공주대학교라고 해서 학교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물론 나의 '좁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학교 방문 후, 모처럼 '대덕몽'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모였던 많은 분들과 식사하면서 깊은 이야기드을 나눌 좋은 기회였는데, 난 그냥 오게 되어 못내 아쉬웠다. 난 60의 나이와 함께 더 '동사적인' 삶을 살기로 하고,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성악 레슨을 받는다. 소프라노를 초대해서 4명이 함께 배운다. 노래하며 호흡하는 법과 <오 솔레미오> 이탈리아 곡을 익혔다. 잘 못하지만, 배우다 보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말에 가서, 우리 4명은 <일 디보>처럼 4중주를 부르는 것이 꿈이다.

나는 여러 개로 묶인 한다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때 그때마다 하나씩 꺼내 사용한다. 그래 삶이 지루하지 않다. 다만 하찮은 일상을 잘 지배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쓴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예~~술"하며, 와인으로 하는 낮술 모임이 있다. 모임 이름이 '예술'이고, 오래된 만남이다. 그냥 와인만 마시는 게 아니다. '예술'을 이야기 한다. 오늘은 양정무 교수의 <미술 이야기 2>를 갖고 그리스 로마 문명과 미술 이야기를 한다.

그리스 문화의 힘은 그리스 광장인 아고라에서 나왔다. 이것이 로마로 오면 포럼(Forum)이 된다. 이곳에서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가 이루어졌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정제된 생각을 개진하고, 최선의 생각에 승복하는 문화를 낳았다.

그리스 정신을 이어받아, 로마인들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그것이 Artes Liberalis이다. 여기서 liberalis는 '자유로운'이란 뜻이다. 자유로운 인간은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선별해서 알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자유와 독립은 하나이다. 자유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신적이며 육체적인 굴레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Artes는 라틴어 Ars의 복수형이다. Ars는 최선, 예술, 기술을 의미하며,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솜씨 있게 엮어 내는 기술이다. 그냥 요소들의 단순한 배열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고, 아름답게 배열하는 것이다. 그 솜씨는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이 만들어준 최적화된 간결이다. 그 때 거기서 감동이 나온다. Artes liberlais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한 교육이다.

한밭대학교에 인문학과 예술이 더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봄비"를 핑계로 오래 이야기 했다.

봄비/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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