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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이외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습니다. 그래 여기 저기서 몇 장의 사진을 담았지요. 오늘 아침은 이외수 시의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를 공유합니다. "올해도 무기질의 시간이나 파 먹으면서 시장 잡배로 살"지 않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 선물로 주어진 오늘도 내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나자 마자 이와 혀를 닦는 일부터 하고, 요즈음은 물보다 사과즙을 한 봉지 마시는 즐거움을 누리지요. 누군가의 수고로 나는 더부살이하는 것입니다. 내 수고가 없으니, 마시기는 편하지만, 내 수고로 깎아 먹는 사과 한 알의 소중함과 의미와는 다릅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행복 담론'을 이어가겠습니다.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安寧感, 영어로 Well-Being)인데, 그걸 받치고 있는 내면적 토대와 사회적 시스템이 좌우되기도 합니다. 어제의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파렴치(破廉恥)함이란 모든 것의 가격만 알고, 가치는 조금도 모르는 것이다."

"'돈=행복'의 등식은 허상이다"라는 담론의 질문 2: 상속 유산이 많으면 행복할까? 소위 '금수저'이면 행복할까? '금수저'로 태어나면, 갖지 못하는 것이 다음과 같이 네 가지이다.

▪ 영혼이 성숙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영적인 성숙은 피, 땀, 눈물이라는 3가지 액체를 많이 흘리지 않고는 어렵다. 그들의 인격이 빈곤하다. 금수저의 가정에서는 모든 것이 거래되기 때문이다.

▪ 부모로부터 통제를 많이 받으면 세상을 보는 관점의 독립을 갖지 못한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나 만의 독립적인 관점을 가질 수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이들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다는 약점도 갖는다. 인생을 실패해 봐야만 완전한 제로 베이스에서 인생 출발을 한다. 그래야 철저하게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획득하게 된다. 주입된 관점에서는 창조를 못한다.  게다가  가문의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따라야 할 규칙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진심은 그렇지 않다 해도 정중한 태도를 지켜야 하고, 담배를 피워도 안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말을 절대로 따를 것도 규칙에 들어 있다. 이런 식이다.
  
▪ 다른 이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 사람들을 못 믿는다. 물질적, 신분적 풍요는 가식(假飾) 속에서 생활하기 쉽다. 그래서 재산을 물려받은 2, 3세는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의심병도 많다. 가식을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살면서 무척 경계심이 많다. 그래 사람들을 잘 믿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출발 조건과 행복한 삶과는 관계가 크지 않다. 그 큰 유산을 가졌다면 걱정이  없을 것인데, 그렇지 않다. 그들은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갖고 있다. 그리고 돈을 뜯길까 봐, 의심이 그의 머리에 먹구름처럼 떠다닌다.

▪ 일을 하지 않아, 무 균실 안의 '금수저'들은 다른 사람들과 격리되어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한다. 사실 일은 인생을 설계할 때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일을 통해 자신이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과 배움을 얻고, 도전에 맞서 성장하며,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자립하는 동시에 공동체에 속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쓸모 있고 생산적인 존재라고 느껴야 성숙해진다. 그래 우리는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이 있다면, 돈에만 집중하지 않고 삶에서 의미 있는 일에 공헌할 수 있다. 그리고 일은 가족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독립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금수저, 부유한 상속자들이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자동적으로 보장받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실제 삶은 그와 거리가 멀다.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며 출발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 이해를 따지지 않는 우정, 가족 간의 애정, 열정을 따르는 삶, 일상의 작은 행복 등, 행복의 진정한 비밀은 어떠한 시회계층에도 속해 있지 않다. 부자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너무 돈, 돈 할 필요 없다. 그리고 재산 때문에 일상이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게 뭐가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지금 읽고 읽는 책,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의 저자인 밀레네 뤼달이 소개한 달라이 라마의 말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말해준다. "인간은 너무나도 놀라운 존재이다. 인간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희생한다. 그리고 나서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희생한다. 미래가 불안한 나머지 현재를 누리지 못한다. 이렇게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고,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살다가 결국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하고 죽는다."

오늘 저녁은 서대산 자락에 있다는 지인 갤러리의 전시회 오픈과 작은 음악회에 간다. 또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실컷 볼 계획이다. 프랑스어로 전시회 오픈을 '베르니싸쥐"라고 한다. 그 뜻은 '왁스를 바르기'이다. 기름을 칠해주려고 가는 것이다.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이외수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이 풍진 세상에 가을빛 짙어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그대 눈물 보인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겨울이 너무 깊어 사랑조차 증거가 인멸 되었습니다

올해도 무기질의 시간이나 파 먹으면서 시장 잡배로 살았습니다
법률은 개뿔도 모르지요
그래도 희망을 목 조르지 않으므로
저는 무죄를 주장합니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이외수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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