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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희망/리젤 뮬러(독일계 미국 시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도 아시아 최대 와인 품평회인 <2020 아시아와인트로피> 2일차에 참여했다. 아침 9시부터 시작되었는데, 오늘은 어떤 멋진 와인을 만날까 기대하면서 갔다. 실제로 스페인의 좋은 와인을 만났다. 즐거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인데, 철통 방역 시스템으로 어제 즐겁게 행사가 시작되었다. 어쩌면 K-방역의 또 다른 모델이 될 것 같다. 바이러스 때문에 마냥 손 놓지 않고, 극복 하고 있는 박찬준 아시아와인트로피 대표와 대전 마케팅공사 박상혁 팀장 등 관련자 모두에게 큰 박수를 치고 싶다.

오늘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1단계로 일상이 좀 숨통이 트일 줄 알았는데, 추석 연휴의 느슨한 틈으로 대전에 확진자가 오늘 많이 늘었다. 사실 오늘부터 동네 사랑방에서 인문학 강의가 있는데, <아시아와인트로피>의 와인심사 때문에 다음 주부터 하는 것으로 미루었다. 어차피 바이러스를 완전히 물리칠 수 없다면, 각자 철저한 위생관리와 거리 두기를 하면서, 코로나와 함께 일상을 꾸려야 할 듯하다. 나는 코로나-19로 인한 수동적 격리와 연휴로 시간이 많아 책을 많이 보았다. 그 중에서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이사장 최진서)과 함께 하는 <책 읽고 건너가기>의 10월 책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 읽는데, 매우 즐겁다.

오늘 아침은 지난 10월 9일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에 이어『데미안』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제2부에서 데미안이 화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비 중에 어떠 나방이 있는데, 암놈이 수놈보다 훨씬 수가 적어. 나비란 모든 동물과 똑같이 번식해, 수컷이 암컷을 수태시키고, 그러면 암컷이 알을 낳지. 그런데 연구자들이 자주 시험해 본 바로는, 이 나방들 중에 암컷이 하나 있으면 밤에 이 암컷에게로 수나방들이 날아오는데, 그것도 여러 시간 떨어진 곳에서 오는 거야, 여러 시간 떨어진 곳에서! 생각해 봐! 몇 킬로미터 밖에서부터 이 모든 수컷들은 그 지역에 있는 단 하나의 암컷을 감지하고 추적해 오는 거야! (…) 그건 일종의 후각이거나 아니면 그런 무엇일 거야. (…) 이 나방들에게서 암컷이 수컷처럼 흔했더라면, 수컷들에게 그런 예민한 코가 있는 것은 다만, 스스로를 그렇게 조련시켰기 때문인 거야. 어떤 짐승이나 사람이 자신의 모든 주의력과 모든 의지를 어떤 특정한 일로 향하게 하면, 그는 그것에 도달하기도 하지." 뭐 이런 이야기를 데미안이 화자 싱클레어에게 한다.

내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의지의 문제이다. 계속해서 책 한 장을 넘기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화자가 데미안에게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자유의지란 없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다시, 오직 자기 의지만 확고하게 그 무엇에 쏟으면 된다고 말했지. 그러면 자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건 말이 맞지 않잖아! 내가 내 의지의 주인이 아니라면, 내가 내 의지를 마음대로 이런저런 데로 향하게 할 수도 없는 것 아니야" 이에 데미안은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 "언제나 물어야 해, 언제나 의심해야 하구, 그러나 일은 아주 간단해. 예를 들면 그런 나방이 자신의 뜻을 별이나 뭐 비슷한 곳까지 향하게 했다면, 그건 이룰 수 없는 일이겠지. 다만 나방은 그런 따위 시도는 안 해. 나방은 자기의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꼭 가져야만 하는 것, 그것만 찾는 거야.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이루어지는 거지." 아무거나 희망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 뜻과 가치가 있는 것,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 자기가 꼬 가져야만 하는 것만 희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지는 소망과 비례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 "소망이 내 자신의 마음속에 온전히 들어 있을 때, 정말로 내 본질이 완전히 그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 일이 이루어진다. 어떻게 "내 의지가 준비되어 있다"면, 즉시 우리는 "기회를 포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의지가 준비되어 있으면 기회가 올 때 잽싸게 우리는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말이 길어진다. 여기서 멈추고, 최근에 계속해서 인용하고 있는 『마음챙김의 시』(류시화 엮음) 중 하나를 공유한다. 와인 품평회에 아침에 일찍 나가는 바람에 오후에 글을 쓴다. 오늘 사진을 60여 종의 와인을 심사하고, 점심을 먹은 후 행사장에서 나오다 찍은 것이다. 건물 너머의 가을 빛이 희망으로 느껴졌다.

희망/리젤 뮬러(독일계 미국 시인)

그것은 불이 켜지기 전에
어두운 구석에서 서성인다.
그것은 눈에서 잠을 떨치고 깨어 있으며
그것은 버섯 안쪽의 주름에서 뛰어내린다.
그것은 현자로 변한 민들레의
머리에서 폭발하는 홀씨들의 별이다.
그것은 단풍나무 꼭대기에서 회전하며 출항하는
녹색 전사의 날개에 올라탄다.

그것은 많은 눈을 가진 감자의
오목하게 막힌 각각의 눈에서 싹튼다.
그것은 삽과 호미의 잔인함을 견뎌 낸
지렁이 마디마디에 살아 있다.
그것은 개가 꼬리를 흔드는 동작에 담겨 있다.
그것은 첫 공기를 들이마셔 폐를 부풀리는
갓 태어난 아기의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 안에서 파괴할 수 없는
고유한 선물이다.
죽음을 반박하는 논리이며,
미래를 발명하는 천재성이고,
우리를 신에게 가까이 데려가는 모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저버리지 않도록
우리를 약속하게 하는 치료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것에 대해 멀리하려고 애쓰는
이 시 속에 담겨 있다.

희망은 인간에게 의지를 심어주고, 용기를 키워주며, 불행을 치료해 준다. 가능성에 대한 하나의 믿음이며 반드시 이뤄지게 하는 적극적인 신념도 된다. 희망은 완전을 향하는 것이며, 보다 나은 것, 보다 좋은 것, 보다 밝은 것, 그렇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것을 열망하는 것이다.

나는 '주'님을 모실 때마다, 이런 건배사를 한다. 내가 '스페로!(spero!)'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스페라(spera)'라 외치게 한 후 마신다. 그 뜻은 '나는 희망한다.' 그러니 "너도 희망하라!'이다. 이 말은 '나는 숨쉬는 동안 희망한다'는 라틴어 'Dum spiro, spero에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 한 구절에 'Dum vita est, spes est'가 있다. 이 말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요즈음처럼 어울리는 다른 문장은 없다. 살아 남아,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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