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4.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10월 8일)

오늘은 추어탕이 생각나는 한로(寒露)이다. 한로는 24절기 가운데 추분과 상강 사이에 있는 열 일곱째로 찾아오는 절기이다. 찰 한(寒)+이슬 로(露)인 한로는 말 그대로 바람이 차츰 선선 해지면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 공가가 점점 차가워진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고기라는 뜻으로 미꾸라지를 추어라 부른다. 이런 시기에 살찐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 한 그릇으로 양기를 북돋는 시기이다.
추어탕을 먹는 저녁에/김수복
함양 시외버스 정류장 옆 송월식당 주인 조준영 할머니가 끓인 추어탕 맛에선 가을 초승달의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달이 지나가는 우물 속으로 풍덩 던지던 두레박 소리도, 가도가도 끝없이 들리던 추억의 소리가 숨은 뒤안길도 있다. 두고 온 절망의 뒷모습도 있다. 슬며시 내오는 간 고등어 구이 두 토막에는 묵은 뒷간의 바람도 드나들었던 모양이다. 멸치볶음에는 고추의 저린 슬픔이 있어 더욱 슬펐지만 그 빛깔이 멍이 든 오랜 담장 같다. 추석이 되었는데도 오지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버스가 도착 할 때마다 밖을 내다보며 기웃거리는 달을 바라 보다가 바람이 차갑다고 낡은 문을 닫는 그 눅눅하고 찬 사투리의 맛이 더욱 그윽한 추어탕을 먹는 초가을 오후 저녁, 저물 무렵의 시외버스정류장 너머 갈까마귀 날아가는 저녁하늘을 바라본다.
오늘 아침도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중 다섯 번째인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는 훈육(訓育) 이야기를 공유하고 마친다. 오늘 이야기는 올바른 훈육을 위해서는 보상과 처벌을 제대로 알고 실행해야 한다는 거다. 특히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이다. 자녀와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려면 아이가 훈육을 위한 개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벌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등의 속설들에 대해 맞는 말인지 따져볼 생각이다.
(1) 도둑질이나 폭력 같은 잘못된 행위는 제재해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잘못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처벌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이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이든 이런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2) 어제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가 처벌하면 폭력적인 체벌만을 떠올리지만, 그 외에도 여러 형태의 심리적, 신체적 제재 수단이 있다. 인간은 자유를 박탈당하면 신체적 고통과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타임아웃' 처벌도 비슷한 고통을 준다. 예를 들어 생각하는 의자, 생각의 방 같은 거 말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체벌, 자유 박탈, 사회적 거리 같은 처벌에 뇌는 똑같은 영역에서 반응을 보이고, 같은 종류의 약물로 완화된다고 한다.
(3) 사태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재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다. 예를 들어 차가 붐비는 마트 주차장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간단하다. 어떻게든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아이의 행동을 중단시켜야 한다.
(4)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가혹 해진다. 자녀가 기질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데도 바로잡지 않는 것은 장래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5) '체벌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는 이론을 지지한다면 '안 된다'는 말로 모든 나쁜 행동을 제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추근대는 남성에게 여성의 '안 된다(No)'라는 말이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녀가 사회적 규범과 법 그리고 공권력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안 돼'라고 하는 말은 '네가 그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너에게 매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질적인 조치들이 전제되어 있다.
(6)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에게 폭력을 가르칠 뿐이다'라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때리기(hitting)'는 유능한 부모의 훈육 행위에 대한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이 '때리기'는 규모에 대한 구분과 맥락이 중요하다. 규모와 맥락이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타이밍도 맥락에 포함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훈육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훈육 자체를 포기하지 않으면 효과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잘못된 행위가 교정되지 않으면 아이는 훗날 사회에서 훨씬 가혹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 다음 훈육 원칙은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부모는 냉정하고 교만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고 기만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한계를 진실로 인정한다면, 자녀의 잘못을 마냥 포용할 만한 역량이 안 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부모가 힘을 합쳐 적절한 훈육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 다음 훈육 원칙은 '부모에게는 현실 세계의 대리인으로 행동할 의무가 있다'라는 것이다. 부모에게는 자녀의 행복을 보장하고 창의력을 키워 주며 자긍심을 북돋워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자녀를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 부모가 이런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자녀는 기회와 자존감과 안정감을 얻는다.
이런 훈육의 원칙들로 자란 아이들은 다음과 같다.
(1) 사회화 교육을 잘 받은 네 살짜리 아이는 단정하고 예의 바르다.
(2) 속임수에 잘 넘어가지 않고,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3) 다른 아이들과 사이가 좋고, 어른들에 칭찬을 받는다.
(4)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와 놀고 싶어 하고, 그 아이의 관심을 받으려고 경쟁한다.
(5) 어른들도 진심으로 예뻐한다는 게 느껴진다.
명확한 규칙과 적절한 훈육은 어린아이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가정과 사회의 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며 확장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헌신적이고 용기 있는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올바른 훈육이다. 훈육으로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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