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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친구에게/김재진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3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이다.

어젠 어린 시절 친구의 밤 나무 과수원에 갔다. 친구와는 긴 인사를 하지 않는다. 무소식이었으면 그만이다. 밤 한 가방 줍고, 우린 '소머리국밥'을 먹었다. 친구는 자기가 텃밭에서 농사 지은 거라고 아사이 고추를 한 봉지 차에 실어 주었다. 또 다른 친구는 울릉도 사우나(반 건조) 오징어와 막걸리를 한 통 가져왔다. 날씨는 흐렸지만, 마음이 맑아진 하루였다.

게다가 저녁엔 좋아하는 친구들과 송이버섯에 와인으로 흠뻑 젖었다. 한글날이라고 일본 노래는 안 불렀다. 아름다운 하루였다. 아름다움, 별거 아니다. 함부로 하고, 제멋대로 하는 건 아름다움의 정반대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천천히 어렵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이 윤리와 떨어질 수 없는 건 희생이 따르기 때문이다. 욕 한 번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한번 꿀꺽 삼키고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친구가 되리라.

친구에게/김재진

어느 날 네가 메마른 들꽃으로 피어
흔들리고 있다면
소리 없이 구르는 개울 되어
네 곁에 흐르리라.
저물 녘 들판에 혼자 서서 네가
말없이 어둠을 맞이하고 있다면
작지만 꺼지지 않는 모닥불 되어
네 곁에 타오르리라.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네가
누군가를 위해 울고 있다면
손수건 되어 네 눈물 닦으리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운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 내게 온다면
가만히 네 손 당겨 내 앞에 두고
네가 짓는 미소로 위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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