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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잘랄루딘 루미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한글날로 2013년부터 국경일로 지정되어 휴일이다. "나라의 말씀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로 서로 맞지 않은 바,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여도 마침내 그 뜻을 다 펼치지 못함이 많음이라. 내 이를 불쌍히 여기어 새로 스물 여덟 자를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익혀 나날이 사용함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 라." 세종대왕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드신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지금 더 자유롭고 편하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이고, 소리의 표현은 일본어는 약 300개, 중국어(한자)는 400여개인데 반해 한글은 무려 1만1000개 이상을 낼 수 있다. 한글은 독창성이 있고 기호 배합 등 효율면에서 특히 돋보이는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문자이다. 세계예서 유일하게 문자를 기념하는 나라가 우리이다. 한글이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오늘 나온 대통령의 다음 메시지에 나는 동의한다. “우리를 우리 답게 하고, 서로를 연결하며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하는 바탕에도 한글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한글을 지키는 그 자체가 독립 운동이었다, (…) 우리는 한글을 익혀 기적 같은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길을 열었고, 문화를 일궈 세계 속으로 나아갔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웹툰을 접하며 우리 문화에 매력을 느낀 많은 세계인이 한글을 통해 한국을 더 깊이 알아가고 있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행동하며, 이 사고와 행동이 축적되어 문화를 형성한다. 그래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고 했다.

오늘 아침도 류시화 시인이 엮은 <마음챙김의 시>에 두 번째 소개된 시를 공유한다. 13세기 페르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신비주의 시인인 잘랄루딘 루미의 것이다. 아침 사진은 어제 오후 산책길에서 찍은 것이다. 까마귀가 먹을 것을 물고 바라보는 저 들판이 시인 잘랄루딘 루미가 꿈꾸는 세상일까?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잘랄루딘 루미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다.

영혼이 그 풀밭에 누우면
세상은 더없이 충만해 말이 필요 없고
생각, 언어, 심지어 '서로'라는 단어조차
그저 무의미할 뿐

나는 작년 5월에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으며, 마음 수련을 하였었다. 그때 노트에 적어 두었던 시가 생각나 다시 공유한다. 이것도 잘랄루딘 루미의 것이다.

이 문제 많은 세상을
인내심을 가지고 걸으라.
중요한 보물을 발견하게 되리니.
그대의 집이 작아도, 그 안을 들여다보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비밀을 찾게 되리니
나는 물었다.
"왜 나에게 이 것 밖에 주지 않은 거죠?"
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 것만이 너를 저것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곧바로 지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떻게 길 끝에 있는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겠는가? 모든 작가들이 진정한 작가가 되기 전에 미완의 작품을 수없이 완성해야 하고, 모든 새가 우아하게 날 수 있기 전에 어설픈 날개를 파닥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고, 우리는 삶에게 묻는다. "왜 나에게는 이것 밖에 주어지지 않은 거야?"하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 것만이 너를 저것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의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른다.

배철현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어제 오후에 읽은 사마천의 <사기> 한 구절이 저녁 내내 머리에 남았다.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 나무와 오얏(자두)나무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아래 저절로 발자국이 생긴다'는 뜻이다. 배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 나무들은 일 년 내내 자연의 순환에 따라 말없이 조용하게 정진해 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안개가 내리나 서리가 내리나, 그 나무에겐 열매를 훌륭하게 맺기 위한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적당한 시간이 되니, 마침내 탐스런 복숭아와 자두를 맺게 된 것이다. 그랬더니 그 열매를 보고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게 되었다. 그 매력이 바로 인생의 지름길이다."

이어지는 글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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