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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그대 앞에 봄이 있다


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봄은 다시 온 게 아니다. 제 자리로 되돌아 온 것이다. 다시 봄 앞에서, 난 참고 견디는 인내를 생각한다. 미세먼지도 좀 날아가고 어젠 봄 냄새가 제법 났다,

기분도 좋고, 좋은 사람과 '주님'을 많이 모셨다. 술이란 '수+불'이 'ㅂ'탈락 현상으로 술이 되었다는 설에 따라 술을 '불을 품은 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옛 드라마에 '해를 품은 달'이 있었다. 달이 물이고, 여성이고, 음의 상징이라면, 해는 불이고, 남성이고, 양의 상징이다. 한문으로 그것을 밝을 '명(明)'이라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이다. 밝을 ‘명'자라고 한다. ‘밝다'의 반대는 ‘어둡다'이다. 명자를 풀이하면, 달과 해가 공존하는 것이다.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는 것을 우리는 흔히 '안다'고 하며, 그 때 사용하는 한자어가 지(知)이다. 안다고 하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평생을 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고 외치다 죽은 이유를 난 알겠다. '명'자는 그런 기준을 세우고, 구획되고 구분된 ‘앎(知지)’를 뛰어 넘어, 두 개의 대립면을 하나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명확하지 않은 경계에 서거나 머무는 일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바슐라르도 술을 남성과 여성이 만난 물로 '좋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 한문에 좋은 호(好)자가 '여성+남성'이다. 동양 철학에서는 이 우주의 원리를 음과 양의 파동으로 풀이를 한다. 그래서 이 세상은 고정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음과 양의 변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시적인 것이다. 노자는 이를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하며, 두 줄로 꼬인 새끼줄을 이 세계, 아니 우주의 원리로 보았다.

어제 저녁은 새통사에서 수십 년 동안 현악기를 고집스럽고 깎고 계신 분을 만났다. 그리고 '다르게' 살기로 하고 뜻 맞는 이들과 이어 만났다. 나는 거기서 내가 좋아하는 이와 '주님'을 많이 섬겼다. 술은 불이고, 물은 불이 없다. 불을 많이 품은 아침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물 마시고 창문을 여니, "앞에 봄이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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