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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인생은 정해진 생각과 행동의 반복 그 이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참전해 승리를 거둔 뒤, 트로이에 남아 살지 않았다. 그는 트로이 전쟁 참전 10년 만에 고향 아타카에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전쟁 승리를 통해 획득하는 '명성'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는 ‘회귀(回歸), 또는 '귀향(歸鄕)'의 임무이다.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트로이 전쟁 승리만큼 실행하기 힘든 것이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는 일이다. 호메로스는 '귀향'을 고대 그리스어로 '노스토스'(nostos)라고 불렀다. 노스토스는 인생이란 여정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인 '향수'를 의미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가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배교수의 글에서 배웠다.

그리고 배철현 교수는 코로나-19같은 예상치 못한 공격을 견딜 수 있는 힘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어디에서 오는가란 질문을 하고, 그 답으로 홍콩 출산 영화 배우 이소룡의 말을 소개 했다. 이소룡은 그 힘의 원천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한 번에 만 번의 발차기를 연습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한 동작의 발차기를 만 번 연습하는 자를 두려워한다." 인간이 어떤 행위를 의식적으로 반복하면 그것이 무의식적인 행위가 돼 위급한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등장한다.

그 무의식적인 행위를 우리는 습관이라고 한다. 우리는 습관에 따라 정해진 일상은 불확실한 환경에 위안과 안정을 가져다 준다. 그러니까 좋은 습관은 삶을 편안하게 살도록 해준다. 그렇지만 늘 기억해야 할 것은 인생은 정해진 생각과 행동의 반복 그 이상이다. 인간의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흠모하는 삶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인생으로 쇼펜하우어는 돈키호테를 모델로 삼았다.

두 번째로 <돈키호테>를 다 읽었다. 제2권 마지막 장은 슬펐다. 돈키호테는 과대망상에 빠져 어이없는 소동을 일삼는 충동적 몽상가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꿈과 이상을 위해 행동을 아끼지 않는 불굴의 인간형이다. 그러면서 우스꽝스럽긴 하나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한번쯤은 그처럼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 인물을 만들어 낸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는 다음 세 가지를 말하고 있다고 본다.

- 자신의 분신인 돈키호테를 통해 아무리 인간 존재를 불가능하게 위협하는 외압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그리고 불합리한 규정을 강요하는 사회에 절대 굴복하지 말아야 하고 오히려 그러한 체제나 규정에 저항하고 그것을 강요하는 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어야 한다.

- 돈키호테는 웃음이라는 코드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을 읽어야 한다. 우리 의식을 개조하여 소유 지향적인 삶이 아니라 존재 지향적인 삶을 추구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 또 다른 측면으로는 사회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가 정치 답고, 종교가 종교다운 모습을 가져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혁신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이상을 위해 헌신한다. 그에게 타인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자발성으로 그 추구가 결의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만일 그가 추구하는 일을 충분히 숙고하지 않거나 타인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추구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개관적으로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신명이 나지 않아 금방 시시해 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주인공이 되려면 스스로 자신에게 알맞은 생각을 숙고하고, 그것을 말로나 글로 표현하고, 더 나아가 행동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