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 공유했던 글입니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러 갔더니 조카의 아들과 딸들이 소위 "중 2병"에 걸려 힘들어 했다. 다들 성장통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인문운동가로 별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만선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물 깁는 시간이 필요하다."
언젠가 최진석 교수의 칼럼에서 프랑스의 젊은 마크롱 대통령의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샤를 드골의 대독 항전 연설 78주년 기념식 행사장에 모여 있던 청소년들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10대 남학생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서 "잘 지내요? 마뉘?"라며 마크롱의 이름(에마뉘엘)을 제멋대로 줄여 불렀다. 이 남학생은 노동해방을 노래한 혁명가요 '랭테르나시오날'(C'est la lutte finale)의 후렴구도 흥얼거렸다. 별다른 악의는 없는 표정이었지만 약간은 빈정거리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때 마크롱 대통령은 소년과 악수를 한 뒤 곧바로 "아니야 아니야"라고 고개를 저으며 "오늘 공식적인 행사에 왔으면 거기에 맞게 행동해야지"라며 훈계를 시작했다. 그는 "오늘은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 '샹 데 파르티잔'(레지스탕스의 투쟁가)을 부르는 날이야. 그러면서 나를 '므슈'(성인남성에게 붙이는 경칭)나 '므슈 르 프레지당'(대통령님)으로 불러야 한다. 알겠니?"라고 설명했다.
이 남학생은 바로 주눅이 들어 "죄송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아주 좋아!"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절도 있게 행동해야 해. 네가 만약 언젠가 혁명을 하고 싶다면 먼저 학교를 마치고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해"라며 팔목을 툭툭 치면서 충고했다.
저항감 있는 젊은이에게 호응하며 공감해주는 대통령도 멋있지만, 이렇게 훈계하는 대통령도 멋있다. 마크롱은 젊은이의 '혁명'을 부정하지 않았다. '혁명'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말해주는 방식으로 훈계의 격을 지켰을 뿐이다. '절도 있는 행동'과 '졸업' 그리고 '생계에 대한 책임'이 '혁명'의 성공을 결정한다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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