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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9월의 시/문병란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올해는 한가위가 좀 일러, 9월이 반이나 지난지를 나는 몰랐다. 연휴도 지나고 오늘부터, 사실상 새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준비한 행사도 많고, 강의도 많다. 나머지 9월도 훌쩍 지나갈 듯하다. 추석 쇠고 보자던 여러 만남들도 즐비하다. 오늘 공유하는 시처럼, "9월이 오면/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되는 가 보다.

지난 연휴 기간동안, 난 밀레네 뤼달(강현주 역)의 『덴마크 사람들 처럼』을 읽었다. 여러 가지 통찰을 얻었다. 이 책의 원제는 『Heureux comme un danois』이다. 직역하면, "덴마크 사람처럼 행복한"이다. 한국어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칙>이다.

거칠게 행복의 공식을 만들어 보면 이렇다. 행복=주관적 안녕감의 토대(시스템)+개인의 정서(가족들로부터 받는 사랑으로 인한 자존감, 용기, 자신감)+자신의 노력.

행복은 시시각각 변한다.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좋거나 나쁜 일들로 점철된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항상 자신이 쌓아 놓은 내면의 토대로 되돌아간다. 이 토대는 주관적 안녕감일 수도 있고, 불안감일 수도 있다. 이 토대가 앞날에  겪어야 할 사건을 즐기거나 견딜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장기적인 개인의 행복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 행복 하려면,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라도, 내면에 구축한 행복에 대한 토대 또는 기반이 중요하다. 진정한 행복이나 지속적인 주관적 안녕감은 끊임없이 되돌아가는 토대에 있다. 내면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은 각자 걸어온 길을 선택한 것들,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 등이다.

물론 환경도 주관적 안녕감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어렸을 때 받았던 가족의 사랑은 성장 후에 군형 잡히고 행복한 삶을 향해 걸어갈 때 단단한 토대가 된다. 누가 뭐라해도, 행복의 가장 중요한 토대는 온갖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다. 그리고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다. 서로 행복해지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예를 들면, 각자가  자신의 자리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고 느끼게 하며,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를 자유롭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덴마크이다. 그곳은 신뢰, 평등, 현실주의,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 공동체 의식을 토대로 한 시스템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토대 위해 각 개인이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시도해야 하는 여정에 행복이 좌우된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국가만은 아니다. 행복은 사실 개인의 내면에도 달려 있다. 사회는 단지 행복의 토대를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최고의 요소를 제공할 뿐이다. 이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는 행복을 만들어 가고, 기쁨으로 충만한 순간을 경험하거나 삶의 시련을 견딘다. 행복을 만드는 것은 국가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달려 있다. 다음은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원칙이다. 그 원칙에서 여러 문장들이 나온다.
- 신뢰: 나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좋은 친구라고 믿는다.
- 교육: 사회 안에는 내 자리가 있다.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는 것이다. 나의 자리에서 나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 자유와 자율성: 내가 갈 길은 내가 정한다. 나는 사회규범과 압력을 생각하지 않는다.
- 기회균등: 개천에서 났어도 꿈을 이룰 수 있다. 인생의 출발점이 어디든 간에 갈 수 있는 길은 많다. 나에게는 항상 플랜 B가 있다.
- 현실적인 기대: 단순한 삶을 좋아하며, 최고가 아니어도 만족한다. 내 일상에서 싸울 거리, 내 싸움은 내가 선택한다.
- 공동체 의식: 많은 세금을 기꺼이 내며, 모두가 나눔에 함께 참여하면서 행복을 느낀다. 네가 잘 지내야 나도 잘 지낼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진실을 인정한다.
- 가정과 일의 균형: 휘게(hygge,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를 충분히 누린다. 나는 현실적인 이상주의, 현실적인 기대를 유지하며 세우는 아름다운 계획을 지향한다.
- 돈에 초연한 태도: 돈에 초연해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만 살지 않는다. 지갑을 채우기보다 자신의 길을 찾는다.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 겸손: 중요한 것은 내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다. 내가 뛰어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행복의 근원은 여러 군데이다.
- 남녀평등: 고정관념이나 금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적합한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내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행복은 나눌 때 배 가 된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 연습을 위해서는 이런 원칙들을 마음에 새기고 시작해야 한다. 바쁜 9월이지만,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 안 된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

9월의 시/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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