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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부터 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 등 다양하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천양희 시인의 <눈>을 공유할 차례이다. 여기서 눈은 snow가 아니라, 우리들 세상과 사물들을 보는 'eye(눈)'를 말한다. 오늘은 우선 시부터 공유한다. 오늘 사진은 나의 일테에서 찍은 사진이다. 본다는 것은 왜곡이 쉽다. 눈을 감아야 잘 보일 때가 있다.

눈/천양희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이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어제 공유했던 유대인들의 <선조들의 어록>에서 벤조마가 했던 말을 다시 또 공유해 본다. 왜냐하면 오늘의 시와 어울리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논어인 『선조들의 어록』은 모든 구절이 짧지만 근본적인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답으로 구성돼 있다. 『선조들의 어록』4.1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는 것을 배철현 교수에게서 배웠다. 벤조마의 질문에 답하려면, 배교수는 우리에게 눈을 감고 하라고 했다. 사실 우리가 시각으로 본다는 것은 여러 차원이 있다. 쉽게 말해,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부터 오래 보아야 보이는 것 등 다양하다.

우리가 눈을 뜨면, 엄청난 지식을 지닌 유명한 사람을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우리는 지혜가 많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깊음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의 마음은 호기심으로 가득하고 그의 언행은 겸손하다. 호기심과 겸손이 지혜의 표시다. 여기서 겸손은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무지를 인정해야 배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벤조마는 말했다. "누가 진실로 지혜로운가? 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우리가 눈을 뜨면 근육이 울퉁불퉁한 사람이 힘센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자신의 힘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 영웅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상에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는 사람보다 더 센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영혼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도시를 정복한 장군보다 강하다. 벤조마는 말했다. "누가 진실로 강한 가? 그는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눈을 뜨면 돈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진정한 부자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타인을 위해 사용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허덕이는 사람은 가난뱅이다. 자신의 돈을 꼭 필요한 사람이나 일에 사용하는 사람이 부자다. 벤조마가 말했다. "누가 진실로 부자인가? 그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에게 할당된 분깃(유산중 나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눈을 뜨면, 공적으로 인정과 갈채를 받고 훈장을 수여한 사람이 존경 받을 만하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자신이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을, 그 사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부모처럼, 혹은 신처럼 존경하는 사람이 존경 받을 만하다. 남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야 존경을 받는다. 벤조마가 말했다. "누가 존경을 받을 만한 가? 그는 모든 인간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눈을 감는다는 말은 여기서 멈추고, 어제 충격을 받았던,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 가족』의 제1부 이야기를 공유할 차례이다. 어제 약속했기 때문이다. 제 1부는 '가족은 정말 울타리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자식은 내 소유물로 보는 가족 안에서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 제1부는 다섯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1) '내 것인 너'를 위한 친밀한 폭력, 체벌: 학대와 체벌의 거리 문제를 다룬다. 성인 대상 폭력은 NO, 아들은 OK 문제, '사랑의 매'는 있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2)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 아이는 훈육의 대상이 아닌 인권의 주체이다. 체벌도 학대와 같이 정부가 금지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3) 과보호 혹은 방임, 자식을 소유물로 대할 때 생기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4)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말의 모순을 지적한다.
(5) 친권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는 문제를 이야기 한다.

나는 어떤 책을 읽을 때 목차를 꼼꼼하게 우선 읽는다. 주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하나씩 페이지를 따라가면서, 내 눈에 뛰는 부분들을 공유한다. 우선 우리는 체벌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부터 시작한다. 누가 되었든 아이를 때리는 건 있을 수 없는 폭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절반 가량이 특정 연령층에 대해 특정한 조건하에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수용하는 사회에서는 체벌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문제 그 폭력이 더 높은 수위의 폭력으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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