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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목표가 자신의 존재보다 커야 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2019년도 오늘과 내일 이틀 뿐이다. 그래 오늘 아침은 내 가슴에 박힌 "못"을 뽑는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인이 "벽마다 가득 박혀 있는 못들을 뽑아"내듯이. 그래도 떡갈나무처럼, 그 빛은 잃지 않으리라. 땅끝바다에서 만난 떡갈나무 아침 사진처럼.

오늘 아침은 TED 컨퍼런스 큐레이터 로 일하면서, TED라는 무대를 전파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위한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을 만난다. 그의 리더십 아래 TED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뿐만 아니라 과학과 정치, 비즈니스, 예술, 세계적 이슈까지 범위를 넓혔다. 2006년 TED는 인터넷에 강연을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현재 우리는 2500개 이상의 강연을 만나 볼 수 있다.

그가 전하는 인생의 지혜는 "자신의 존재보다 더 큰 것을 위해 사는" 것이다. 그 반대가 '자신의 존재를 위해 사는 삶'이다. 이 말은 자신의 존재 '안'에서 사는 삶이다. 예컨대 목표를 세울 때, 늘 우리의 한계를 넘어선 목표를 세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늘 우리의 한계 안에 있을 뿐이다. 우리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목표'로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목표는, 이루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야 한다. 목표가 자신의 존재보다 커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한계에 안주하지 않는 존재 밖으로 뻗어 나가는 '확장'된 삶을 모색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도전, 용기, 초월 등이 일어난다.

이는 지난 번 만났던 사라 엘리자베스가 말한 '근접 성공'과 비슷한 이야기이다. 이 확장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정한 목표에 거의 다다를 수 있고, 그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둔 순간에 머무는 것을 우리는 진정한 성공이라 부른다. 예컨대, TED가 콘텐츠를 온라인에 무료로 배포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은 TED를 TED의 바깥으로 무한하게 확장 시켰다. 그러자, 크리스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매일 평균 10개 이상의, 자기들도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사무실로 배달 시켰다고 한다.

초연결 시대,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내려놓음'이다. 그리고 고이지 않게 물꼬를 터주며 자신의 가치와 목표를 나누는 것이다. 이 시대에 성공은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니 "'성공'이란 두 음절은 '확장'이라는 두 음절과 같다." 크리스의 말이다. 인문운동가는 확장이란 말 대신에 초월을 생각한다. 인간에게는 초월의 욕구가 있다. 초월은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것, 지금의 나보다 더 나아지는 것, 더 확장되는 것, 더 높아지는 것 등을 한꺼번에 가리키는 말이다. 가장 높고 크게 확장 되어 있는 존재로 인간은 일단 신(神)을 모셔 놓고, 부단히 그곳을 향해 나가려 한다. 그게 초월적 욕구이다. 2019년의 끝자락에서 "못을 뽑"듯이, 많이 내려놓고 비워야 초월할 때, 내 담을 허물고 나를 확장시킬때 가볍다.

못을 뽑으며/주창윤
                      
이사를 와서 보니
내가 사용할 방에는
스무여 개의 못들이 필요 이상으로 박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디에라도 못을 박는 일
내가 너에게 못을 박듯이
너도 나에게 못을 박는 일
벽마다 가득 박혀 있는 못들을 뽑아낸다.
창 밖으로 벽돌지고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못자국
그 깊이에 잠시 잠긴다.
뽑음과 박음, 못을 뽑는 사람과
못을 박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못을 뽑고 벽에 기대어 쉬는데
벽 뒤편에서 누가 못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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