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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삼천리 한반도의 시작점에 다녀왔다. 여기서 보면, 해남의 땅끝마을이다. 거기에 가기로 한 것은 작년 1월이었다. 서대전역에서 출발하여 맨 처음 간 곳이 계룡이었다. 이렇게 시작하여, 어제 해남까지 우린 간 것이다. 대전문화연대의 <땅끝마을까지 걷기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는 현재 명예가 실추되어 시인의 이름을 말하는 것도 부끄러워졌지만, 고은 시인의 <선술집>을 읽고 작년에 정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정했다.

오늘 아침 시에 나오는 길가메쉬는 가장 오래된 인류문명인 메소포타미아의 도시 우르크의 왕이다. 그는 인생의 회의를 느끼고 영생불사와 불로장생의 비결을 찾아 나선다. 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길가메쉬에게 여신이 나타나 이렇게 비결을 말해준다. "길가메쉬야,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밤낮으로 춤을 추어라. 기쁘고 즐겁게 잔치를 베풀어라. 깨끗한 옷으로 몸을 정결하게 하라. 따뜻하게 자식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아내를 품에 안아라. 그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니라." 불사의 꿈을 접은 길가메쉬는 고향으로 돌아와 왕의 직무에 충실했다고 한다.

나는 어제의 동사적 삶에 두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하나는 2019년의 끝자락, 곧 2020년대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일로, 올해 환갑이다. 이젠 다시 70을 향하지 않고 50의 나이로 뒤돌아갈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 해남의 저녁 자리에서 우린 살아남아야 한다. 끝까지 살아 남는 자가 성공하는 사람이다. 그것도 정의롭게, 누추하지 않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헤어졌다. 끝까지 비굴하지 않게 숭고한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살아 남는 것이다. "인간은 파괴될지 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니체)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예술 분야의 대표적 지성인인 사라 엘리자베스 루이스(Sarah Elizabeth Lewis)는 물건이 아니라 시간이나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을 준다고 말하였다. 흑인 여성인 그녀는 세상과 타인의 편견을 성공의 훌륭한 연료로 활용한 좋은 본보기이다. 그녀는 패배를 '근접 성공(near win)'이라 부른다. 그녀는 "최고의 성공은 성공의 완성에 있지 않다. 최고의 성공은 성공에 가장 근접해 있는 상태이다. 목표 달성 직전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엄청난 추진력을 얻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성공은 완주가 아니라, 성공은 완주를 '추구하는 것'이다. 오히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우리는 허탈감으로 이어지곤 한다. 우리가 가장 강력해지고 창조적 영감을 발휘할 때는 '추구할 때'이다. 사라는 말한다. "인생의 목표는 '영원한 추구'이다. 성공은 '돌파'가 아니다. 경험에서 배우고 추구를 멈추지 않는 한 우리에게 실패는 없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말이다. 무엇을 이루려고 초조할 때마다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장이다. '영원한 축구'는 과정이 멋진 삶이다.

그녀도 나의 아침 일상과 같다. 사라(Sarah)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훼손되거나 평가절하 당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녀의 가장 중요한 일은 아침에 5분 동안 일기를 쓰고 30분간 초월명상을 하는 것이다. 나도 왜 아침마다 사진과 시 하나를 고르고 글쓰기를 하고, 감사 일기를 쓰고, 바로 몸을 깨끗이 닦는 일을 매일 매일 하는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내가 믿기 때문이다. 사라의 경우, 이 아침 의식을 하면, 그녀의 삶의 소중한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그녀는, 이런 일들 하고 나면, 그날 하루 몰려올 다른 실패들을 넉넉히 감당할 자신삼이 생긴다고 했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속옷까지 새 것으로 갈아 입으면, 하루를 덤으로 얻는 듯한 기분이 들며, 하루를 활기차게 살아낼 힘이 생긴다.

내가 읽고 있는  책,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Tribe of Mentors)』의 저자 팀 페리스도 말을 거든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가장 먼저 하라!' 중요한 일일수록 먼저 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하라! 그러면 하루가, 인생이 쉽게 풀린다."

끝으로 그녀는 "영원한 추구"는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비가 찾아오고,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천천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가 더 큰 무엇,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자연의 힘은 정확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저 충실하게 살아 갈 뿐이다. 이 자연 대신 신으로 바꾸어도 된다. 우리 인간은 신의 경지에 다다를 수 없다. 이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우리의 '영원한 추구'는 우리가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이 99%임을 일깨워준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더 겸허해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추구'의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의 말은, 내가 이렇게 성장의 삶을 살면서, 더 성숙해지는 '추구'를 더 성실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기 위해 오신 수녀 누님 그리고 동생과 시간을 보내느라, 사진, 시 그리고 아침 글의 공유가 늦어지었다.

선술집/고은

기원전 2천년쯤의 수메르 서사시 '길가메쉬'에는
주인공께서
불사의 비결을 찾아나서서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하늘에서 내려온
터무니없는 황소도 때려잡고
땅끝까지 가고 갔는데
그 땅끝에
하필이면 선술집 하나 있다니!
그 선술집 주모 씨두리 가라사대
손님 술이나 한잔 드셔라오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한잔 더 드시굴랑은 돌아가셔라오
정작 그 땅끝에서
바다는 아령칙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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