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삼 일 남은 세 밑 아침/박수소리
오늘부터 시를 한 편씩 필사하고,
낭송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건 지난 대전문화연대 송년 모임에서
시인 운영위원이 멋진 시낭송을 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내 감수성이 무뎌짐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아침을 굶지 않기로 했다.
설탕 넣지 않은 미국산 아몬드 우유에
초코파이를 먹으라고 어젯 밤에 딸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초코파이를 집었더니 그 봉지 위에
"새로운 시작 오리온 초코파이 情"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시작이다.
내년 1월1일 아니라, 오늘이 시작이다.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무 맛도 없는 차가운 미국산 아몬드 우유와
초코파이를 먹는다.
와인과 음식과의 조화를
와인매니아들은 '마리아쥐'라고 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는 결혼 만큼이나
까다롭다. 그래서 '결혼'이라고 한다.
미국산 아몬드 우유와 초코파이는 결혼해도 될 것 같다.
초코파이 다 먹고, 껍질을 버리려다 그만
이런 문구를 읽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情
더 커진만큼
더 맛있어진 초코파이 情이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웃었다.
시작하는 모든 이들의 시작은 다 다르구나.
어제는 벌써 80이 된 큰 누나부터
수녀 누나까지 아버지 기일을 맞아 다 만났다.
그래서 난 1월을 기다리지 않고 오늘부터
세 밑이라도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
많이 사랑하고.
이해인 수녀 시인의 시구처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고,
진정 오늘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뼈에 새겨진 모든 아픔 잊고,
나
그리고 모두를 용서하려 한다.
그리고 다시 시를 읽고
시를 쓰기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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