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젠 칼바람이 부는 오후였지만, 옷을 단단히 여미고 동네 <수목원> 산책을 했다. 난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여름의 더위는 아무 일도 못하게 하지만, 겨울의 추위는 완전 무장하고 걷다 보면 물러간다.
고 신영복 교수는 감옥에서의 경험으로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하신다고 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여름의]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 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 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그런데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는 온 몸으로 추운 겨울을 견딘다.
생명체의 생물학적 존재 이유는 번식이다. 생명체가 번식이라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짜내는 묘책은 정말 대단하다. 열매가 어미 나무를 떠나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물에게 아예 먹히는 것이다. 그래 열매는 어미를 떠날 때쯤 되면 붉은 색으로 변하여 동물이 빨리 자기를 먹어 주기를 바라는 신호를 보낸다.
"살다 보면 삶이란/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겨울 나무가 말한다.
겨울나무로 서서/이재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 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은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 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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