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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지금 여기에 살아 있어야 한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책을 출판하고,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혁신자들의 지식을 확산시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오라일리 미디어"의 설립자 겸 CEO인 팀 오라일리(Tim O'Reilly)를 만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 여기에 살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삶은 행복한 우연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루를 열심히 살며, 지금-여기에서 살아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모든 것은 '우연'을 통해 시작된다. 팀 오라일리는 "행복한 우연을 만나려면 행복한 일을 하면서 적절한 순간이 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큰 사냥꾼은 늘 숨죽여 때를 기다린다. 그래야만 더 큰 사냥감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자(老子)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인생이 저절로 물이 올랐다가 이울게 내버려두어라. 의지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도 그처럼, "중요한 일에 공을 들이고, 세상에서 뭔가를 얻었다면 이를 가지고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새로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행복한 우연들이" 우리를 만나러 올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무조건 기다린다고 때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이 순간 우리에게 중요하고 행복한 일을 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우리 내면의 목소리와 새로운 제안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가 우연을 가장해 나타날 것이다. 그래 우리는 오늘 저녁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2019 대전 자생커뮤니티 송년 큰 잔치"를 한다.

그러나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룰 기회를 만나려면 먼저 '살아 있어야' 한다. 지금-여기에서 살아 있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고대 그리스가 우리에게 남긴 인문학적 유산은 삶에 대한 긍정과 찬미이다.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바쿠스(그리스 시대에는 디오니소스)>란 작품을 보면, 우리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가졌던 삶에 대한 긍정과 살아 있음에 대한 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와인을 마시며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찬미를 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키워 행복을 지속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와인이 주는 선물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에 대해, 인간의 삶에 대해 그리고 주어진 생명에 대해 긍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우리는 호메로스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 두 작품을 남겼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고대 이집트를 통해 문명을 전수받았다. 분명히 "빛은 동방으로 부터" 왔다. 그런데 '동방의 빛'은 죽음의 그림자였다.  이집트인들에게는 삶보다 죽음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런 이집트 문명을 생(生)의 찬미와 인생에 대한 긍정으로 바꾸었다. 그 이유는 지중해 연안에 출몰하던 페니키아인들, 즉 해상 세력의 영향으로 본다. 고대 그리스의 작품들은 보면, 우리는 삶과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읽을 수 있다. 정교한 고대 그리스의 작품을 보고, 단순히 조각한 장인들의 솜씨가 뛰어나다고 읽으면 안 된다. 그 작품 속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 사랑과 욕망에 대한 성찰이 있었음을 우리는 감지해야 한다.

이러한 그리스 정신을 잘 이해한 작가가 『그린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이다. 나도 그의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 고대 그리스 정신을 잘 모르는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이상하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행동에서 삶을 긍정하고 인생을 찬미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조르바에게 인생은 한바탕 추는 춤이다. 그에게 춤이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일단 술 한잔 마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함께 들이킨 다음, 자신이 나가서 춤을 출 테니 보라고 한다. 춤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춤을 추는 것이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을, 관념 속의 인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춤추고 있는 자기 인생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이게 인생을 긍정하고 삶을 찬미하는 고대 그리스인의 정신이다. 여기서 인문정신은 시작된다. 오늘 공유하는 시는 따뜻하다. 이게 살아 있는 삶에 대한 찬미이다.

공손한 손/고영민

추운 겨울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앉아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밥 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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