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프랑스어는 주와외 노엘, Joyeux Noel)!
오늘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성탄절은 하느님께서 인간과 함께 머물기 위하여 인간이 되어 오셨음을 경축하는 축제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마뉴엘"을 외칩니다. 그 말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의미이지요. 그러니까 메리 크리스마스는 이 날을 축하하자는 말입니다.
메리(Merry)는 '즐거운'이라는 말이고, 크리스마스(Christmas)는 'Christ(그리스도, 예수)+mas(미사를 드린다)'이지요.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마음으로 주 예수에게 미사를 드린다"가 됩니다. 크리스마스 정신은 이타적 나눔, 기쁨, 가족을 의미합니다. 무엇을 받고자 하는 날이 아니라 친절한 마음, 헌신,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누고, '능력 이상'으로 타인을 위해 베푸는 날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가슴이 더 따뜻해 지고, 덜 외롭고,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산타클로스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베풀었던 성 니콜라스 주교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그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검은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익숙한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는 추운 겨울에도 콜라를 많이 팔기 위해 코카콜라가 만들어낸 광고 모델이라고 합니다.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은 코카콜라의 상표 색깔이고, 흰 수염은 콜라 거품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에서 탄생한 산타클로스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합니다. 프랑스어로는 뻬르 노엘(Pere-Noel)이라고 합니다. Santa Claus(산타 클로스)는 원래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인 성 니콜라스의 별칭입니다. 그는 자선심이 지극히 많았던 사람으로 후에 대주교가 되어,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는데, 그의 생전의 이런 자선행위에서 유래하여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오늘 공유하는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잘 전해줍니다. 시 속의 화자는 성탄 시기에 내리는 눈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회상합니다. 올해는 눈이 오지 않아 이 시가 '팍' 와 닿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들 에너지를 너무 쓰며 따뜻하게 지냅니다. 그래 더 그렇습니다. 이 시에 나오는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아버지의 사랑, 그것은 "산수유 붉은 알알"이었고, 때는 마침 성탄 무렵 겨울이었습니다. 그래 이 시는 눈이 내리지 않아도, 추운 겨울 내내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이병렬이라는 교사의 이 시에 대한 설명을 사족처럼 덧붙입니다. "도시 거리에 눈이 내린다. 예수 탄생의 의미가 있는 성탄절이 다가오고. 거리에 나섰다가 눈을 맞았는데 우연히 눈송이가 이마에 떨어졌다. 차갑다기보다 서늘한 느낌이 든다. 문득 그 서늘한 감촉이 세월을 뛰어 넘어 화자의 기억을 어린 시절로 이끈다. 온몸이 펄펄 끓으며 숨이 잦아드는 것 같았던 어린 목숨. 달리 손을 쓸 수 없는 산골 할머니는 옆을 지키는 것 밖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때 어디를 다녀오셨는지 아버지가 방 안에 들어선다. 아버지의 옷자락이 볼에 닿았다. 서늘했다. 그날 아버지는 깊은 산 눈 속을 헤매며 해열강장에 특효라는 산수유 붉은 열매를 따 오셨고, 할머니가 산수유를 넣어 끓인 차를 마시고 어린 목숨은 원기를 회복했다. 서른 살의 나이, 이마에 눈을 맞고 '서느런'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쩌면 그때 아버지께서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자신의 핏 속에 지금도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런 사랑이 우리를 있게 한 것입니다. 눈시울이 뜨거워 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사진은 한밭 수목원에서 찍은 것입니다.
성탄제(聖誕祭)/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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