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 아침은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en-Levitt)을 만난다. 지금은 온라인 예술가 커뮤니티인 히트리코드(HITRECORD)를 설립해 총괄하고 있다. 그는 '히트 레코드(hit record, 녹화 버튼을 눌러라)'라는 자신 만의 만트라를 만들어 두려움과 불안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만트라'를 만들었다. 나의 만트라는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는 아침 글쓰기이다.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사진 하나, 시 하나를 고른 다음,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글을 쓴다. 이런 일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표현하는 나의 수련이고, 내 노트북의 "OneNote" 맵은 나의 하루를 위한 도장(道場)이다.
조셉은 그 일을 하기 전에 우선 자신이 추구하는 게 정확히 뭔 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냉정하고 솔직하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전에 그는 이름을 얻기 위해, 얼굴을 알리기 위해, 원하지 않았던 오디션에 끌려다니다 보면 그저 그런 배우로 일하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말 것이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녹화 버튼을 눌러 타인이 원하는 장면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타인이 원하는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터득했다고 한다.
나도 가끔 200명 내지 300명 앞에서의 대중 강의를 하려면, 매우 떨며 두려워 한다. 그때 가장 좋은 방법이 내가 사람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설득하려 하기 보다는 내가 우선 즐겁게 강의하면 된다. 조셉의 말을 들어 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말하는 것은 쉽다." 그래 그는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녹화한다. 얼굴이 알려지고 명성을 얻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단 한 명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면, 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꾸준하게 오래 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이 지금-여기서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을 흥분 시키는가 물어 보아야 한다. 만일 자기 자신에게 감동이 없다면, 자신이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침체(沈滯)이다. 길 가의 꽃들은 자연의 순환에 맞춰, 한 순간 피었다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들어 버린다. 잘은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자연은 그 순간에 최선(最善)을 다하고 소진(燒盡)한다. 내 동네 탄동천의 물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자신이 가야할 곳, 바다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고 흘러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오늘 하루도 어제와 같은 일상을 꾸준히 실천하며, 하루를 또 다시 최선으로 보내려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명성은 매우 유혹적이다. 생물학적 진화 측면에서 봐도 유명해지고 싶은 건 인간 본능이다. 우리 조상들은 야생에서 살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후대에 유전자를 물려주는 데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러려면, 항상 건강하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고, 또 자기가 하는 일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특히 하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보상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
조셉의 방식이 통하는 것은 지금이 초연결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인 미디어 방식이 가능하고, 그 1인들이 연대하면, 온라인 상에서 '멋진' 커뮤니티가 가능한 것이다. 나는 지난 주말 초연결 시대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매일 아침마다, 사진과 시를 하나 골라 이야기와 함께 꾸준히 공유하면서, 실제 얼굴은 자주 혹은 전혀 못 본 사이이지만, 내가 추천하는 몰도바 와인 공동구매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많은 이들에게 감사했던 주말 끝에, 나는 따뜻한 마음으로 딸과 영화를 봤다. 제목은 <백두산>이었다.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너무 긴박하게 돌아가,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한국 최고의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래 오늘 아침 공유하는 사진과 시는 그 영화와 완전히 반대인 '느린' 그림을 골라 공유한다. 사진은 어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카이스트 전치형교수의 <사람의 자리>에 대해 북 토크를 했던 카페에서 찍은 '느린' 그림이다. 낡은 탁자가 정겨웠다.
시골버스/손택수
아직도 어느 외진 산골에선
사람이 내리고 싶은 자리가 곧 정류장이다
기사 양반 소피나 좀 보고 가세
더러는 장바구니를 두고 내린 할머니가
손주놈 같은 기사의 눈치를 살피고
억새숲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싱글벙글쑈 김혜영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옆구리를 슬쩍슬쩍 간질러대는 시골버스
멈춘 자리가 곧 휴게소다
그러나, 한나절 내내 기다리던 버스가
그냥 지나쳐 간다 하더라도
먼지 폴폴 날리며 투덜투덜 한참을 지나쳤다
다시 후진해 온다 하더라도
정류소 팻말도 없이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팔을 들어올린 나여, 너무 불평을 하진 말자
가지를 번쩍 들어올린 포플러나무와 내가
어쩌면 버스 기사의 노곤한 눈에는 잠시나마
한 풍경으로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니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손택수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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