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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실제로 내 등 뒤에 있는 하늘을 기억하면,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9년 전 오늘 글입니다.

사진 하나, 문장 하나

사랑할 때는 서둘지 말고 침묵하면서 늘 등 뒤에 기댈 수 있는 '가장 큰 하늘'을 기억하는 것이 '사랑법'이라고 강은교 시인은 말했다.

사랑법/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삶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실제로 내 등 뒤에 있는 하늘을 기억하면,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대성인이 말하는 '사랑'을 삶 속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말 없이 내 뒤에서 나를 받쳐주는 하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