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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완벽한 것보다 흠이 있는 것이 더 아름답다.

7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은 좋은 날인가 보다. 초대 받은 송년회가 세 개이다. 그리고 치과 치료를 하고, '주님'을 모실 수 있다고 허락 받은 날이다. 그러니까 일주일 동안, 나에게는 '퍽' 예외적으로, '주님'을 일체 모시지 안 했다. 그래 너무 바로 서있었다. 오늘 저녁엔 송년회에서, "슬쩍 기울어져" 볼 생각이다.

나는 '흠'이나 '틈'을 좋아한다. 불완전한 자극을 서로 연결시켜 완전한 형태로 만들려고 하는 인간의 본능적 경향을 의미하는 게스탈트 심리학 명제가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정보 자체를 못 견뎌 한다. 그래 사람들은 완벽하게 보이는 것보다 뭔가 틈이나 흠을 보고, 자기가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들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너무 완벽하면 싫어한다.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부분의 단순한 합이 전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각각의 부분이 합쳐지면 부분의 특징들은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전혀 다른 형태, 즉 게스탈트(Gestalt)가 만들어진다. "슬쩍 기울어져", 나를 바꾸는 이야기를 오늘 저녁에 만들어 보자.

완벽한 것보다 흠이 있는 것이 더 아름답다. 이란에서는 아름답고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 놓는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른다. 흠이 오히려 친숙하게 한다. 삶이라는 카펫도 더러 흠이 섞여 있기에 더욱 친숙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기울어짐에 대하여/문숙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배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다

노처녀였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짝을 만들었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것도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슬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체 게바라도 김지하도
삐딱하게 세상을 보다 혁명을 하였고
어릴 때부터 엉뚱했던 빌게이츠는
컴퓨터 신화를 이뤘다
꽃을 삐딱하게 바라본 보들레르는
악의 꽃으로 세계적인 시인이고
노인들도 중심을 구부려
지갑을 열 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돈도 연애도 안 되는 날에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그 도수만큼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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