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12월 3일)
오늘 아침은 <나를 깨우는 하루 한 문장 50일 고전 읽기>라는 부제의 <<어른의 새벽>> 읽기 여덟 번째 이야기를 한다. 주제는 "걷기는 나를 멈추게 한다"이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싶다면 그저 밖으로 나와서 걷기만 하면 된다. 걷기는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방법이다.
저자 우승희는 <<대학>> 한 구절을 소개하였다. "멈춤을 안(知止) 이후에 정함(定)이 있으며, 정함 이후에 고요(靜)할 수 있으며, 고요한 이후에 편안(安)할 수 있으며, 편안한 이후에 생각(慮)할 수 있으며, 생각한 이후에 얻을(得) 수 있다." 순서가 있다. '지지(知止, 멈춤을 암)-정(定, 정함)-정(定, 고요함)-안(安, 편안함)-려(慮, 생각)-득(得, 얻음).' 여기서 정(정)은 고정을 의미한다. 멈춤이 없으면 고정되지 않고, 고정되어야 비로소 고요해질 수 있는 거다. 마음이 불편하고 복잡하면 제대로 생각할 수 없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멈춤이 없으면 삶을 따라가기 급급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은 그리 깊게 생각하며 살지 않는다. 심지어 제 아침 글이 길다고 그냥 무시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 대로 생각한다. 상상력은 '택'도 없다. 어떤 사안에 대해 손익을 잘 '계산하고', 이해관계와 감정에 따라 '의심'은 할지 언정, 근본의 이치를 헤아리고, 삶의 방향을 세우는 '사유'는 하지 않고 살아간다. 책이나 글을 읽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밴 편견과 습관에 안주하다 보면,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종교나 이데올로기 그리고 물질적 욕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매일 매일을 연명할 뿐이다.
그리고 삶을 돌아보거나 새로운 마음을 품으려면 여행이 좋지만, 시간과 돈이 든다. 그래서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하고 싶다면 걷기가 좋은 방법이다. 걷기는 시간과 돈의 제약이 없는 단순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신발과 편한 옷만 있으면 누구나 사는 곳 주위를 거닐며 잠시 삶을 멈출 수 있다. 그저 밖으로 나와서 걷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더 나아가 맨발 걷기를 한다. '강추'다. 이 이야기는 오늘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의 화두가 '걷기'이기 때문이다.
걷기만 한다고 해서 삶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잠시 눈을 돌려서 주위를 둘러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거다. 걷기는 작은 자연의 변화도 포착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리고 걷다 보면 자연의 작은 변화 안에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겨율에는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봄의 소생을 통해 멈추지 않는 순환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삶에 대한 생각에도 반영된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어느새 자연과 마찬가지로 회복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걷기는 자연이라는 훌륭한 스승 아래서 겸손을 배우는 과정이다.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걷다 보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불현듯 깨달음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인도의 한 사상가는 걷기를 가리켜 '몸으로 하는 명상'이라고 했다. 길 위에서 진짜 나를 만나고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루하루 영혼이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걷기의 진짜 목적이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의 말이다. 그는 걷기 예찬을 다음과 이어갔다.
"길을 걷는 것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의 여정과도 같다. 인생의 모든 삼라만상이 길에 담겨 있다. 걷다 보면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도 있고, 지루하고 힘들어서 빨리 지나치고 싶은 곳도 있다. 한 걸음도 더 걷기 힘들 때가 있고,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다시 걸어온 길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힘들어 주저앉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조금 늦더라도 목표한 곳에 도착할 수 있다. 한 걸음도 못 걸을 정도로 지쳐도 잠시 쉬다 보면 다시 시작할 새로운 힘과 에너지가 생기곤 한다. 다만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나온 길 위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을,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고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느냐가 걸어온 길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걷는 동안 매 순간에 충실하고 몰입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걷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한참을 걷다 보면 문득 어려움과 난관 속에서 멈칫거리는 나 자신을 스스로 다잡게 된다. 원칙대로 대응하면 해결될 일을, 당장 해법을 찾기 어렵고 반대가 많다고 해서 돌아가다 보면 더 큰 위기로 번져 나가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점으로 돌아가 원인을 찾고 근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먼 길을 가려면 신발 끈부터 단단히 동여매야 하듯이, 초심을 잊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길을 걸으면서 새삼 깨닫는다"는 거다.
걷기는 마음의 정함(定)과 고요함(靜)을 얻는 좋은 방법이다. 장자는 "쉬면 무심해지고(休則虛, 휴즉허), 무심해지면 충실 해지며(虛則實, 허즉실), 충실하면 잘 다스려 진다(實則倫矣, 실즉윤의). 무심하면 고요해지고(休則靜, 휴즉정), 고요하면 잘 움직이고(靜則動, 정즉동), 잘 움직이면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動勅得矣, 동즉득의)'고 했다. 고요하면 비로소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벗어버리고 당장 내가 맡은 책임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 말은 행동이 마음을 따라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행동을 따라가게 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행동을 따라 저절로 맑아 지기도 한다.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는 것은 막지 못해도, 멈추게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
저자 우승희는 <<채근담>>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고요할 때 생각이 맑고 깨끗해지면서 마음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한가로울 때 기상이 차분하면서 마음의 현묘한 이치를 알게 된다. 담담할 때 정취가 담박하고 평온하면서 마음의 참 맛을 보게 된다. 마음을 살피고 깨닫는 데 있어 이 세 가지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 방법에 걷기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걷기를 통해 삶을 잠시 멈추면 마음의 고요함이 찾아 온다. 그러면 편안한 마음을 잠시라도 가질 수 있다. 삶을 멈추고 조용히 음미하는 사람과 멈출 줄 모르고 그저 가는 대로 가는 사람은 다른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주제인 걷는다는 것은 가급적 자연을 걷는 것이 좋다. 대형 쇼핑몰 걷기를 우리는 몰링(malling)이라 한다. 하지만 쇼핑몰은 걷는 거리가 크게 길지 않은데도 쉽게 피곤을 느낀다. 걷는 동안 시각과 청각이 쉬지 않고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이다, 그래 자연을 걷는 것이 좋다. 볼 게 없는 곳을 걷는 것이 좋다. 한정된 시간에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비교하고 사기 위해서는 눈도 귀도 손도 바쁘게 움직인다. <<걷기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리베카 솔릿(Rebecca Solnit)는 "마음은 풍경이고, 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이라고 했다.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두 발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책은 마음의 여행, 느긋한 관광이라 불러볼 만하다. 속도의 효율성은 시대정신이 된 지 오래다. 손 편지는 이메일로 다시 문자메시지로 대체되었다. 더 빠른 매체로 속도를 줄여왔지만, 오히려 여유와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든 느낌이다. 속도를 선택하면, 풍경은 사라지고 삶의 밀도는 낮아진다. 만약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완주를 원한다면 자신의 속도로 가야 한다. 누구나 최고의 속도로 빠르게 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최고의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는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게 자연을 걷는 거다. "삶의 분주함을 멀리하는 방법 가운데 걷기는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우승희) 나는 읽고, 쓰고, 걷고, 3고(GO)를 좋아한다. 걷기 시작하면 아이디어가 떼를 지어 떠오른다. 특히 자연 속을 걷는다는 것은 미지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 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나타나고 그중 하나를 열면 전혀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기 때문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낯선 도시, 서울 한 복판을 걸었다. 30년 전에 프랑스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가 저녁 초대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저녁 모임에서 나는 다시 일어섰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그가 나의 마음 속에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다. 덕림과 진만 감사하다.
길-밭에 가서 다시 일어서기 1/김준태
어디로
가야 길이 보일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에서 출렁이고 있을까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잃고
더러는 사람 속에서 길을 찾다가
사람들이 저마다 달고 다니는 몸이
이윽고 길임을 알고 깜짝깜짝 놀라게 되는 기쁨이여
오 그렇구나 그렇구나
도시 변두리 밭고랑 그 끝에서
눈물 맺혀 반짝이는 눈동자여
흙과 서로의 몸 속에서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바로 길이었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 #유성관광두레 #사진하나_시하나 #김준태 #걷기 #멈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완벽한 것보다 흠이 있는 것이 더 아름답다. (0) | 2025.12.06 |
|---|---|
| 우리 사회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이성의 힘을 기르는 거다. (1) | 2025.12.05 |
|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1) | 2025.12.05 |
| 와인 마시기란 '감정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이다. (0) | 2025.12.05 |
| '지금'을 포착하는 능력은 새로운 시작의 총성이다. (0) | 2025.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