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2월 5일)
왜 그랬을까? 뻔한데, 말이다. 인문 운동가의 입장에서 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는 그 뒤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앞에 얼굴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사고를 쳐놓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문을 걸어 잠근 것과 비슷하다. 이를 어쩌면 좋을까?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좋을까? 착잡한 오후의 시간이다.
오전에 강의 하나를 하고 집에 들어와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가급적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 대목에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민주당의 폭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의 잘못을 드러내기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목숨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뜬금 없이' 벌어진 계엄 사태가 이틀이 지난, 오늘 언론들의 이유 설명 중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중앙일보> 5면 허진·박태인 기자가 쓴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근 들어 ‘양극화 타개’를 집중적으로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전날 참모들에게 내수·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다 느닷없이 계엄령을 꺼내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7월30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에 없던 때 ‘이준석 패싱’ 논란을 일으키며 전격 입당 한 이후부터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확 계엄 해 버릴까’ 하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다. 인내해서 얻는다는 지혜를 모르고 즉흥적·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 지에 대한 감(感)이 거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성한용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 애초에 대통령이나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이성의 힘을 기르는 거다. 그건 인문 운동가의 몫이다. 굳이 남의 핑계를 대면, 우리 사회의 교육 문법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 다움>>이란 책의 저자 김기현 교수에 의하면, 인간 답기 위해서 고매한 품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정직하고 염치를 알며, 애국심을 갖추고,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줄 알고, 필요한 때에 용기를 낼 줄 아는 등의 품성은 고귀하다. 그러나 인간 답기 위해서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즐거움과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 나의 만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지 않는 것, 이런 최소한의 도덕성만 갖춰도 인간 다울 수 있다. 그리고 타인도 나처럼 희로애락의 정서를 갖고 행복을 원하며 자기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다움을 이루는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타인을 나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존중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라며, 이런 생각이 공감, 이성 그리고 자유(자율),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특히 이성이 결핍된 인간은 위험하다.
우리 안의 기준이 흔들릴 때 필요한 힘이 이성이다.부정적 감정에 무릎을 꿇거나 편파적으로 작동하는 감정을 보완하는 구원 투수가 '이성'이기 때문이다. 이성은 정서를 보정해 보편적 규범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성은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이다. 이성은 스스로 또 서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근거를 성찰 한 뒤 이유를 찾아 대답하는 능력이다. 믿음 뿐만 아니라, 행위도 '왜'라는 질문의 대상이 된다.
감정이 편파적으로 작동할 때 이성은 경고음을 울린다. 이성을 영어로 말하면, reason이다. 이 단어는 이유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이유 있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즉 정당하다고 검증된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바로 이성이기 때문이다. 설명과 정당화를 요구하는 이성은 한 사건과 행위의 배후를 이루는 일반적인 원리로 우리를 인도한다. 일반적 원리가 도출되어야 한다.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 화되려면 일반적 원리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성이 이것을 요구한다. 행동 규범이 편파적 이어서는 안 되며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일반성이 결여된 행동 규범, 즉 공정하지 않은 행동 규범이 비합리적이라는 생각도 이성에서 나온다.
'뚱단지 같은" 이번 사태 이후 주변에서 그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미쳤나 봐”, “미친 거 아냐?”였다. 그리고 웃긴 것은 "오빠, 술만 마시지 말고 차라리 '게임'이나 해". 이 말을 취중에 '계엄'으로 잘못 들었다는 썰이다. 그리고 시중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알코올성 치매’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말도 파다합니다. 이걸 농담이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까? 지금은 사려깊지 않고 즉흥적인 성격의 무자격자를 끌어내려 나라를 구해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들의 관심은 오는 7일 저녁 7시께로 예정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여부로 쏠리고 있다. 속상한 것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를 결정했지만, 과연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끝까지 거역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소추 투표에 불참하거나 반대표를 던진다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힘>도 민심의 성난 파도에 침몰하게 될 것다. 그때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다 국민들의 몫이다.
제발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금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을 막는 것보다 윤석열 대통령을 신속히 끌어내려 대한민국을 구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순리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소멸이 뒤따를 것이다. 나는 천지도(天地道)를 믿는다. 김용현, 날라가는 거 봐라.
나는 동아시아 철학의 핵심인 "물극즉반(物極則反)"이라는 말을 늘 믿는다. '만물이 극에 이르면 기우는 법'이다. 보름달이 된 달은 조만간 작아져 초생달이 된다. 만조의 바다는 썰물로 갯벌을 드러낸다. 나라가 융성하면 쇄국의 운명을 겪는다. 생의 성숙한 노년은 죽음의 쇠락을 맞게 된다. 차고 넘치면 좋은 건만은 아니다. 왕성한 풀들은 낫을 맞게 된다. 가득 차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다 성장한 연륜은 쇠락을 맞게 된다. 만월의 달은 더 커질 수 없고 자연 줄어든다.
<<주역>>은 말한다. 다 때가 있다고, 기다리면 된다. '극히 높은 지위에 있으면 교만함을 경계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되며, 몸가짐이나 언행에 조심해야 한다'는 "'항용유회(亢龍有悔)"이란 말을 소환한다. <<주역>>에서 하는 말로,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주역>>에서는 만물의 변화가 아래에서부터, 내면에서부터 생긴다고 말한다. 높이 올라간 자가 조심하고 겸퇴(謙退)할 줄 모르면 반드시 패가망신 하게 됨을 비유한 말이다.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내려올 일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높은 자리에 있을지라도 민심을 잃고, 현인을 낮은 지위에 두기 때문에 그 보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해도 뉘우칠 일 밖에 없게 된다.
노자가 말하는 도(道)의 핵심 내용은 반대 방향을 지향하는 운동 력, 즉 반(反)이다.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동양 철학이고, 이를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해석한다. 이를 노자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도덕경> 제40장)이라 말한다. 달도 차면 기울고,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된다. 아주 더운 여름이 되면 다시 추운 겨울로 이동하고, 심지어 온 우주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은 어느 한 쪽으로 가다가 극에 도달하면 다른 쪽으로 가는 '도'의 원리에 따르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때는 기다리면 온다. 그 때가 왔다. 나는 다시 우리 사회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유권자인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
정치란 사회의 잠재적 역량을 최대한으로 조직해내고 키우는 일이다. 권력의 창출만이 전부가 아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정치는 우리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정치는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해준다. 신체를 구속할 수도 있으며, 돈도 걷어가며, 군대로 데려가기도 한다. 정치는 우리들의 '정신 세계'도 지배한다. 정치에 아무리 냉소적일지라도 정치는 우리들의 삶으로부터 단 1cm도 떨어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며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는 사회에 대한 철학, 의지, 전문성이 없으면 해서는 안된다. 정치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의 영역이다.
우리 정치의 불행은 정치가 갖는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 그 엄청난 힘을 아마추어들이 다룬다는 사실이다. 선거에 나가 당선되었다고 저절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너무나 위험하고 중요한 일을 다루기 때문에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아무나 정치를 해도 된다고 믿는 유권자들은 기성정치를 혐오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을 '쇼핑'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험이 전에 전혀 없는 어떤 명망가가 나라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메시아주의'는 아주 위험한 정치 포퓰리즘이다. 대니얼 부어스턴의 <<이미지와 환상>>에서 통찰한 대로 옛날에는 위대하면 유명해졌지만, 지금은 유명하면 위대해진다고 믿는 시대이다. 예능의 시대, 가벼움의 시대이다. 오늘날 정치인은 차고 넘치지만, 진정한 정치가는 너무나 귀하다.
비전을 다시 만들고, 주류의식을 갖고 이 사회를 이끌며 결정하는 힘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정치 전문가가 다시 나와야 한다. 누구나 해도 되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치이다. 박성민 정치 컨설턴트는 이런 정치가를 꿈꾼다.
▪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합목적적 유연함을 지닌 정치인이 필요하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정치에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학자, 종교인, 법조인, 언론인,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 정치가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공산주의 소련과 '연합'도 할 수 있어야 한다.
▪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정치는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저 무엇이 되고 싶을 뿐인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직'을 쫓을 뿐 '업'을 지키지 않는 아마추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 지지자들에게 욕먹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권력에 맞서는 것은 작은 용기만 있어도 되지만 지지자들에게 맞서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는 '풍선 놀이'를 멈췄으면 한다. 다들.
실패의 힘/최병근
잘 나가다 실패한 형님을 만났다
자네 풍선을 터뜨려본 경험이 있는가
삶도 불다가 터진 풍선 같지
어느 정도 불면 잘 가지고 놀아야 해
다른 글들은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또는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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