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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쨌든 이번 주는 죽은 혼들을 기리는 주간이다.

6년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 할로윈(Halloween, hollow는 앵글로 색슨어로 '성인') 데이는 매년 10월 31일에 기이한 분장이나 복장 갖춰 입고 미국에서 하는 축제이다. 오늘 11월 1일 만성절(죽은 모든 영혼들을 기리는 날)을 앞두고,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약령을 쫓는다는 것이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이웃집을 찾아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다. 이 때 외치는 말이 "trick or treat!"이다. "과자를 안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이다. 지금은 그 의미도 모르는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 되었다. 그러나 이웃 사이에 다리를 놔주고, 지역의 문화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축제로 만들어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리는 축제의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어쨌든 이번 주는 죽은 혼들을 기리는 주간이다. 만성절(모든 성인 대축일)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All Saints Day, 프랑스어로는 Jour de Tous Saints(뚜쌩)이라 하고, 오늘 11월 1일은 휴일이다. 많은 이들이 묘지를 찾아가 대리석을 닦고, 꽃을 갈아준다. 더 춥기 전에, 죽은 자를 위해 산 자가 시간을 내는 것은 도리라고 본다.

오늘은 11월의 첫날이다. 그래 그런지 오늘 아침은 날씨가 추워졌다. 세월이 빠르다. 그 덥던 여름이 어제 같은데 말이다.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 세월을 두고,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 한다. 장자는 우리의 삶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사람이 사는 시간이라는 것은 마치 흰 망아지가 벽의 갈라진 틈새를 내달리며 지나치는 순간 정도다. 홀연할 따름이다!"(『장자』 외편 "지북유")고 했다. 이를 간단히 우리는 "백구과극"이라  한다. 우리의 삶이 "마치 흰 망아지가 벽의 틈새를 지나치는 순간"이라는 백구과극이 실감나는 아침이다.

사실 '금방 죽는다'는 사실에 대한 체득은 언뜻 생각하면, 모든 것을 소멸시키고 포기해 버리려 할 것 같지만, 정반대로 내게 두려움 대신 순간을 영원으로 확장하려는 강한 의지를 주기도 한다. 순간을 영원으로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순간에 대한 체득은 필연적으로 영원성에 대한 갈망을 낳게 한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그것을 흔들어서 무한 확장하려는 예술적인 높이의 도전으로 이끌어 준다. 죽음에 대한 체득이 삶을 튼실하게 북돋운다.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바람직한 일보다는 자기가 바라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진석 교수가 늘 하는 말이다.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삶이 진짜 귀중하다는 가치를 깨우쳐 주는 것이다. 삶은 우리에게 '드물게' 누릴 수 있는 자원이다. 더욱 다정한 언어로 채워야 하는 귀한 시간이다. 죽음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얻는 가장 큰 의미는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는 없다는 깨달음일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가? 멍청한 일에 기웃거리고, 세상이 주입한 생각에 휩쓸리면서 말이다. 죽음을 대면하는 일은 지금 나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정말로 나의 유한한 시간을 쓸 만한 일인가를 스스로 묻게 한다.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을 앞당겨 대면하면, 삶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난다. 정작 나는? 질문해 본다.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이 세상에 온다." 그래 또 멋진 11월을 위해, 나는 선물로 받은 오늘 하루도 잘 짜여진 '100수' 속옷처럼 잘 직조해 낼 것이다.

정작 그는/ 천양희

죽음만이 자유의지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정작 그는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렸고요
자녀 교육의 지침서인 『에밀』을 쓴 루소
정작 그는
다섯 자식을 고아원에 맡겼다네요
백지의 공포란 말로 시인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고백한 말라르메
정작 그는
다른 시인보다 평생을 고통없이 살았고요
『행복론』을 써서 여덟 가지 행복을 말한 괴테
정작 그는
일생 동안 열일곱 시간밖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네요

정작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요
정작 그는 또 알고 있었을까요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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