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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못 위의 잠/나희덕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어제는 개학이라 서울 강의를 하고, 겨우 막차를 타고 대전에 왔다. 서울은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조용한 동네와는 다르다. 사람과 차가 많아도 너무 많다. 막차를 타 보셨나요? 대학 시절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이어령 선생님이 어제 인터뷰를 한 기사가 SNS에 등장했다. 내가 싫어하는 조선일보였지만,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막 사발, 막걸리, 막 춤… 우리 문화가 창조적 문화의 힘"이다. 막차와 막걸리의 '막'자는 다른 듯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같은 말이다.

어제 막차를 타게 된 것은프랑스에서 같이 유학하던  내가 좋아하는 후배와 막걸리를 마시며 우리들의 삶의 비전을 이야기 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막걸리는 쌀로 술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술에다 뭔 지 모르지만 어떤 인위적인 화학물질을 넣은 것이 문제이다. 막걸리는 쌀로 만든 술을 막 걸렀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체로 대충 걸렀다는 의미도 있다. 어쨌든 '막'자는 다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어령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류(韓流)가 세계를 휩쓰는 것은 100년 전 해양문화를 받아들여 무역을 하고 글로벌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다음 100년 문화의 힘은 지금까지 버려 뒀던 우리 고유의 '막 문화'와 채집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

선생님은 막차 이야기는 모르신다. 우리 문화는 '막 차 문화'가 있다. 택시 기사도 막차를 타야 한다면 교통 법도 무시하고 달린다. 막차에 타면, 오늘 공유하는 나희덕 시인의 시처럼, "못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집에 가까이 오면 눈이 떠진다. 나는 늦은 시간에는 기차를 타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전에 내리지 못하고 대구까지 가곤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구에서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대전을 막 지난 옥천에서 눈을 뜬다. 이상하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런 말도 했다. "과거엔 서구 문물도 육로(陸路)인 실크로드로 들어올 정도로 대륙 중심 문화였지만, 개화 때 처음 해양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었다." "다음 100년엔 막걸리, 막 사발 같은 우리 토박이 문화에서 생명력과 독창성을 찾아야 한다." "세계가 열광하는 BTS(방탄 소년단)의 몸짓도 정형화되지 않은 막 춤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물론 예측 가능한 일상을 살려고 노력한다. 일상을 지배하려고,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나는 자주 막차를 타는 묘미를 즐긴다. 어제 오전에는 내 생애에서 최초로 '실버타운' 모델 하우스를 방문했다. 나의 의지는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공부모임에서 만들어 낸 스케쥴이었다. 점심도 얻어 먹고, 큰 우산 선물까지 받아 가지고 왔다. 갑자기 내 나이를 인지했다. 난 "내일은 없다. 오늘이 좋다"는 현판을 가지고 산다. 늙은 삶은 그 때 고민할 생각이다. '막차'를 자주 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 세력과 미국으로 상징되는 해양 세력이 격돌하는 현장에 있다." "지금까진 둘 중 강한 쪽을 따르려고 눈치를 보고 줄 서기를 했지만, 창조성을 발휘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다. I was everything. I was something. I am nothing, but I am who I am. 나를 힘 나게 하는 문장이다. '못' 위에서 잔다고 해도, 나는 나다. 사랑하는 딸이 늦은 시간에 나를 마중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서, 나는 나 혼자 내 아버지를 보았다.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하나,//그 위의 잠."

그래도 나는 오늘 아침을 맞이했다. 부활이다. 새로 시작하는 아침의 광휘(光輝)여!

못 위의 잠/나희덕

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 흙 바람이 몰려 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하나,

그 위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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