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구름/이성선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벌써 '슬픈' 한 주가 지나고, 오늘 아침은 또 토요일이다. 코로나-19의 재 창궐로, 신조어인 "이점오(2,5) 사회적 거리두기"로 슬프게 시작된 9월도 그렇게 흘러간다. 어제 아침은 내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달랐다. 그 바람 따라 새로운 방식의 산책을 하였다. 긴 셀카봉을 들고,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은 'Genie' 앱에 <You raise me up>에 반복을 걸고, 목에는 리모컨을 걸고, 가벼운 복장으로 습관적으로 걷는 탄동천을 걸었다. 하늘 높이 셀카봉을 들고 하늘을 찍으며 걷다 보면, 2시간은 금방 간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강요 받은 '여유로운 시간'을 나는 이런 식으로 즐겼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다시 우울하다.

지금은 ‘면역력이 경쟁력'이 된 시대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마음건강에도 이상을 가져오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외부와의 단절은 또 다른 우울과 분노를 낳으며,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분노사회로 치닫던 우리 사회에 그 우울과 분노는 또 하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 아는 이야기이다. 인문운동가는 대안을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발견하고 준비해야 할까? 생각나는 대로 6가지를 나열해 본다. 그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blogspot.com 을 누르시면 보실 수 있다.

그래 오늘부터 동네에서 소수가 모여,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읽기로 했다. 콩 한쪽도 나눠 먹고, 식사는 하셨냐는 인사로 서로를 챙기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었다. 그 따뜻함과 인정이 있는 한 우리는 다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개인의 존재감과 행복감은 타인을 위할 때 극대화된다. 개인의 작은 힘들이 모이고 모여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우리는 고통은 나눌수록 그 강도가 줄어들고 상처도 빨리 아물 수 있다는 사실을 위기 때마다 체득해왔고 또 생활 속에서 실천해왔다. 인간은 혼자서만 잘 살 수 없다. 우리는 이번에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 참, 매주 토요일마다 와인 이야기를 하기로 했는데, 생각이 너무 멀리 갔다. 다시 돌아와 어제 찍은 구름 사진을 보시고, 이성선 시인의 시 <구름>을 큰 소리로 읽어 본다. 시인이 본 구름의 "유일한 말은 침묵/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구름은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오늘도 너무 말을 하지 않고 나를 비우고 간다. 와인이야기는 시 다음에 한다. 화이트와인 중 리슬링이라는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 이야기를 좀 해 본다. 그리고 오늘 저녁 리슬링 품종 와인과 '비싸진' 복숭아(향이 풍부하고, 딱딱한 품종이 좋음)나 회를 take out으로 사다가 가족들과 즐기며 코로나 블루를 날려 보내시기 바란다. 지금-여기서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바이러스의 최고 백신이다. 중들은 백신을 지니고 다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다.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구름/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인문운동가_박한표 #우리마을대학_디지털_인문운동연구소 #사진하나_시하나 #이성선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