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아침에 공유했던 시입니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나무는 날씨가 어떻든 간에 산과 들, 길모퉁이에서 뚝심 있게 겨울을 살고 있다. 겨울나무가 없었더라면 춥기만 한 겨울을 어찌 버텨낼 수 있을까.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고통은 기쁨의 한 부분이다. 진부는, 한자로 풀이하면, '썩은 고기(腐)'를 남들이 보라고 '전시하는(陳)' 어리석음을 뜻한다. 이렇게 고기가 썩는 줄도 모르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켜 '진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도 겨울 나무들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나는 종종 ‘고통과 시련이 내게는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라 말하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고통과 시련이 없어질 때, 내 삶의 의미도 없어질 수 있다. 그러한 자극을 통해 나는 한걸음 더 앞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분명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통은 기쁨의 앞부분일 뿐이다. 그러니 현재의 고통은 곧 희망이다. 현재의 고통은 미래의 행복이다.
금붕어는 자연 상태에서는 평생 약 1만여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항 속의 금붕어는 아무런 위험이 없는 안전한 곳이며, 항상 적당한 온도와 먹이를 공급받기 때문에 더 많은 알을 낳을 것 같지만, 어항 속의 금붕어는 겨우 3천여 개의 알 밖에 낳지 못한다고 한다. 고통과 시련이 없기 때문에 어항 속의 금붕어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모든 것이 다 채워지고 만족스럽기 때문에 굳이 종족을 번성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열대어는 어항 속에서 자기들끼리 두면 비실비실 죽어 버리지만, 천적과 같이 두면 힘차게 잘 살아 간다. 보리는 겨울을 지나지 않으면 잎만 무성할 뿐 알곡이 들어차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가야 바다에 영양분이 풍부하고, 비가 쏟아져야 대기가 깨끗해 진다. 평탄하고 기름진 땅보다 절벽이나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이 더 향기롭고, 늘 따뜻한 곳에서 자란 나무보다 모진 추위를 견딘 나무가 더 푸르다.
인문운동가는 반역자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떠난다. "우리 마을 대표 브랜드는 사람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마을 기업 설립 전 교육에 간다. 강의하는 사람은 피교육이 더 힘들지만, 호기심 있게 배워 보련다.
나무처럼/오세영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 설 때를 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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