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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삶은 보통 ‘사는 일'을 가리키지만, ‘살아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3445.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9월 12일)

1
계절은 분명 바뀌었는데,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빌려 말하자면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 가을이 왔으나 가을 같지 않은 요즘이다. 옷차림도 제각각 이다. 지하철 안에서는 반소매 차림으로 부채질하는 사람과 얇은 재킷을 여민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다. 계절의 경계가 무너진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가을은 분명 스며들고 있다. 저녁 햇살은 긴 그림자를 만들고, 매미 소리는 잦아지고 귀뚜라미 울음도 간간이 들린다. 느리지만 꾸준히 계절은 앞으로 나아간다. 가을 같지 않은 가을, 그 모순 속에 우리의 일상이 비친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체감은 늦고, 기다림 속에 서야 비로소 실감이 찾아온다. 세상이 바뀐 것 같은데,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여전히 사는 게 팍팍하다. 어느 날 문득 완연한 가을이 다가와 있듯, 우리의 희망도 더디지만 그런 날을 기대한다. 가을이 오면 늘 기억하는 시를 공유한다. 가을은 풍요로운 가을걷이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하는 짧은 계절이다.


가을의 문턱에서/김보일
 
무엇에 지칠 만큼
지쳐보고서 입맛을 바꾸어야지.
무엇을 한 번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이거저거 집적대는 것은
자연이 젓가락을
움직이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초록이 지쳐 단풍든다는
말이 자연의 이치를 여실하게 드러내 주는 말은 아닐지.
영과후진盈科後進, 물은
웅덩이를 다 채우고 흘러간다던가.
지칠 만큼 여름이었고,
벌레들은 제 목청을 다해 울었으니
이제 가을도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가을일 것이다.
 
2
나는 '먹고사니즘'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 속에는 두 가지 말이 포함되어 있다. '먹거리'와 '살 거리'.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먹 거리'에만 집중한다. 국가는 미래 먹거리만 챙기면 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먹기만 하면 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이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살 거리’ 또한 국가가 응당 챙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문계의 예산이 대폭은 고사하고 다소라도 늘어난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의 핵심 의무를 저버린 행태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먹거리 확보는 국민이 인간 답게 살기 위한 전제일 뿐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처참한 수준의 인문계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인문의 본령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살 거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이 먹는 문제만 해결되면 살 수 있다는 저급한 인식의소산이어서는 부끄럽지 않겠는가? 먹거리 확보는 국가가 마땅히 도모해야 하는 윤리적 실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지만,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사람은 빵 만으로 살 수 없다.

3
삶은 보통 ‘사는 일’을 가리키지만, ‘살아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사는 일이 길을 걷는 일이라면, 살아 있음은 길 위에서 돌에 채어 넘어지거나 천만 뜻밖의 일을 경험한 순간에 가깝다. 난데없는 고함이 더 무섭고, 우연히 만난 친구가 더 반가운 법처럼, ‘처음’일 수밖에 없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자주 던져야 한다. 그래야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름 아닌 ‘나’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언제 살아 있음을 느끼는가? 살아 있는 순간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삶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질문은 궁금함이 있어야 나온다. 잘못하면, 우리는 궁금증을 잃고 산다. 그냥 기계적으로 사는 거다. 궁금증의 다른 말이 호기심 아닐까?  좋은 질문은 우리의 호기심을 흔들어 깨우면서 보다 나은 나의 삶,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방식을 모색하고 성찰 하며, 판단하고 행동하게 한다. 우리 사회는 질문 빈곤 사회이다. 

모든 궁금함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궁금함이 해소되는 경우는 그것에 대해 알았을 때다. 시간이 흘러 궁금해 하는 대상을 잊을 수도 있으나, 이는 내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를 어떤 것을 놓쳤다는 얘기도 된다. 그것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단순히 나의 취향과 욕망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에 갑갑해 하고 궁금해지는지, 어떤 것을 알고 싶어 안달복달하는지 질문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알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말은 나를 알고 싶다는 것이기도 하다.

질문은 떠오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떠오른 구름을 타고 다가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대상이 생겼을 때 한없이 궁금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대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상대를 잘 알고 싶어서. 잘 알아야 잘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늘 성공적일 수 만은 없다. 알아버렸기에 사랑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아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만 삶은 두근거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내가 나에게 가까워지는 기나긴 여정이다. 이 여정에 설렘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자.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도 해보자. 작은 질문부터 시작하는 거다. 예컨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몰입하는지, 최근에 ‘왜'라는 질문을 언제 던졌는지 등등 말이다. 궁금함이 하나하나 해소될 때마다 나는 나와 가까워질 것이다.

4
모든 관계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남을 사랑하는 법은 알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싶으면, 먼저 자신부터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줘야 한다. 니체는 “무슨 일을 하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라며, 자기를 사랑하는 게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는 것일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자기 사랑은 나의 어두운 면, 즉 부족함과 실수, 약점, 때로는 추한 모습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완벽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 
▪ 실패했을 때 자책하는 대신 위로하는 것. 
▪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가치관으로 나를 평가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런 특징이 있다. 
▪ 일단, 상대방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 자신의 가치를 잘 알기에 굳이 상대방에게서 인정받으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 타인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안에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건강해 진다. 
▪ 어느 한쪽에 기울어짐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자기를 아끼고 존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존중과 사랑을 베풀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단점을 받아들이는 데도 너그럽다. 자신도 그리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상대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
강원국 작가가 말하는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방법'을 공유한다.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나를 알아야 한다." 
나에 대해 탐색하고 탐구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미흡한지 알아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첫걸음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고, 실수하며, 때로는 한없이 나약하다. 그런 부족함과 모자람을 솔직하게 받아들이자. 자기 자신에게 ‘나는 왜 이것 뿐이 안 될까?’ 같은 비난 대신 ‘괜찮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같은 격려의 말을 하자. 스스로에 대해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 길은 다음과 같이 자문하는 거다. 
• 내가 왜 내 삶을 두고 그래야 하는가? 
• 그게 난데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 나 말고 누가 나를 귀히 여기겠는가? 
• 내가 나를 보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  "나 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살아보면, 크게 잘난 사람도 크게 못난 사람도 없다. 다 거기서 거기다. 남의 삶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 길을 가면 된다. 나는 나 다우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이다. 삶은 나 답게 살 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하다. 그게 분수에 맞는 삶, 무리하지 않는 삶이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하지 말자. 내가 잘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것에 집중하자. 해야 하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걸 하자. 그것이 한 번 뿐인 인생 멋지게 사는 길이다.

모든 건 내 마음 먹기이다. 어떻게 해야 잘사는 것이라는 세상의 법칙들이 나를 구속하지 못한다. 남이 나를 규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이런 말을 단호하게 거부하자. ‘네가 그러면 그렇지!’, ‘내 말에 토 달지 마’, ‘너는 왜 쟤처럼 못해?’, ‘다른 사람들이 너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알아?’ 이런 말에 반응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른이 되는 거다.

삶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도 나 답게 사는 길이다. 자신의 머릿속을 다른 사람으로 가득 채우고, 다른 사람에게 맞추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선을 명확히 하고, 이를 지키는 것은 나 자신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행위다. 건강한 경계는 결국 더 좋은 관계를 맺는 바탕이 된다. 
• 건강한 경계선을 그리는 것. 
•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히 여기는 것. 
• 나를 존중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과감히 물러서는 것. 
이런 것이 나를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상에 치여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고 살기 쉽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마치 친한 친구를 대하듯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줘야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차 한잔 마시거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것,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독서, 명상, 가벼운 산책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오롯이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른 사람의 기분보다 내 기분, 다른 사람의 생각보다 내 생각, 다른 사람의 기대보다 내 희망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이런 소소한 순간이 모여 나를 사랑하는 하루가 되고, 그런 하루가 모여 나를 사랑하는 삶이 된다. 

모든 만남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하지만 싫건 좋건 나와는 평생 함께 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관계는 자신과의 관계다. 건강한 관계의 시작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 마음을 지킬 수 있어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힘도 생긴다. 나와의 관계가 굳건해 질수록 세상과 맺는 모든 관계도 더욱 건강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6
어제부터 시작한 말씀 대면 시간이다. 말씀을 먹고, 내 일상에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루카 6,39-42 (남을 심판하지 마라)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들어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눈으로 보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루카 6,41)

두 눈으로 보다
나를 보는 눈
너를 보는 눈
두 눈으로 보다
나를

에를 들면, "두 눈으로 보지 못하는" 조희대에 이렇게 묻는다. 대선 때 대선 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 독립인가?" 대법원이 6·3 대선을 앞둔 5월 전원합의체를 통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12일 전국 법원장들은 서초동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과 관련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현재 민주당은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는 다음 법안들에 나는 동의한다.
- 대법관 증원 
-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 법관 평가 제도 개선 
-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법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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