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2년 9월 14일)
촌놈이 오랜만에 서울을 다녀왔다. 6개월 전에 예약된 정기 건강 검진 때문이었다. 서울은 복잡하다. 그래 얼른 내려왔다. 버스 안에서 생각했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고,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옷이고, 내가 사는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고, 내가 즐기는 오늘의 일상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소국과민(小國寡民, 나라를 적게 하고 주민의 수를 적게 한다)'을 꿈꾸고 살기 때문이다. 노자처럼. 서울은 너무 사람이 많고 복잡하다.
노자가 바랬던 사회는 위 아래로 나뉘어진 사회가 아니라, 옆으로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회였다고 본다. 이런 사회에서는 경쟁보다는 선택이 행복을 보장해 주고, 하나의 영웅이 이상화되기보다는 다양한 영웅이 출현하며, 크고 강한 나라가 아니라, 크기가 작은 여러 나라(小國寡民, 소국과민)가 공존할 것이다. 또한 이상(理想)으로 일상(日常)을 말살하지 않는 사회이다.
노자는 왕은 권력을 가지고 있으나 통치하지 않고, 방어력은 갖고 있으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문명의 도구는 있으나 그 도구에 인간이 종속 당하지 않는, 그런 평화의 세상을 이상적인 세상으로 생각했다. 도반들과 <노자 함께 읽기>가 이번 주부터 다시 시작된다. 한동안 노자의 책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들린 책방에서 박재희 교수의 새로 나온 책을 보고 구입했다. <<1일1강 도덕경 강독>>이다. 부제는 <노자가 전하는 나 답게 사는 길>이다. 매일 1강씩 <인문 일지>에서 공유할 생각이다.
박 교수는 <<도덕경>> 81장을 다음과 같이 5개의 주제로 나누어 편집했다. 노자를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쉽다.
1. 무위(無爲): '무위'는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이다. 무위의 세상은 강요하지 않는 설득력("불언지교"), 간섭하지 않는 지도력으로 움직이는 새상이다. '무위'는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고귀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중요한 전제이다. 모두 아름답고 고귀하다. 무위의 결과 자연(自然)이다. 여기서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이다. 강요하지 않을 때 세상은 스스로 그러하게 저절로 돌아간다. 자연은 서두르는 법이 없다. 봄을 앞당기려고 겨울을 짧게 하지도 않고, 앞서 가는 물을 추월하려고 덜미를 잡지도 않는다. 자연처럼 서두르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자세와 보폭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스스로를 드러낸다 거나, 스스로 으스대고 자랑하는 행동도 자연스럽지 않다. 노자는 이러한 것을 "여식췌행", 즉 먹다 남은 밥이나 군더더기 행동과 같다고 말한다. 그건 '무위'가 아니다.
2. 성인(聖人): <<도덕경>>에서 31번 언급되는 '성인'은 '무위'를 실천하는 리더이다. 동시에 도(道)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면서, 세상을 자연스럽게 구동하는 높은 수준의 사람이다.
3. 반(反): 노자는 거꾸로(反)가 우주의 근본 운동방식이다. 강한 것보다는 약한 것, 센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거다. 나를 낮추면 거꾸로 높아지고, 드러내지 않으면 저절로 빛이 난다는 거다. 나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도의 운동 력'이라는 말이다. 반대편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운동력으로 해서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거다. 이 운동력은 바로 자연이 본래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노자는 보는 거다. 이 자연의 형식에 따라, 나는 오늘 아침도 '되돌아감'을 되새긴다. 달도 차면 기울고,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낮이 된다. 아주 추운 겨울이 되면 다시 더운 여름으로 이동하고, 심지어 온 우주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 이 모든 것은 어느 한 쪽으로 가다가 극에 도달하면 다른 쪽으로 가는 '도'의 원리에 따르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너무 그리워하지 말자. 때는 기다리면 온다. 이 변화의 우주 원리를 잘 보면, 우리는 잘 나간다고 좋아할 것 없다. 곧 내려가야 할테니. 일이 잘 안된다고 걱정할 일 없다. 떨어지면 반드시 올라가는 것이 우주의 진리이니까. 문제는 이 진리, 즉 반대의 힘으로 끌려간다는, 어려운 말로 "반자도지동"은 심란하거가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 그걸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4. 도(道): 도는 세상의 모든 것을 통합하고 안아주는 존재이다. 모든 색을 합하면 검은 색이 되듯이, 도는 검음으로 세상을 품어주니 '현빈(玄牝)"이라 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비움을 통해 채움을 만들어 내는 도의 속성은 <<도덕경>>의 중요한 주제이다.
5. 덕(德): 도가 인식의 영역이라면, 덕은 실천의 영역이다. 덕의 핵심은 드러내지 않는 덕이다. 자신이 베푼 덕을 드러내지 않을 때, 그 덕은 영원히 빛나는 덕으로 남을 수 있다.
내년 4월에 만나기로 하고, 다시 집으로 내려오면서, 오늘 공유하는 시를 읽었다. 시인은 자연으로부터 삶의 자세를 배운다고 했다. 나도, 그동안, 여울물에 밝게 뜬 조각달을 앞세우고 헤엄치는 피라미는 가진 것이 없어도 물의 흐름에 맞춰서 살 생각이다. 풀벌레가 풀잎에 알을 낳고 사는 것을 받아 들이고, 청설모가 졸참나무의 열매 한 톨에 만족하듯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소리와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 잘 알아들으면서 살고자 한다. 으스스하고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그런 가을바람에 어울려 살고자 한다.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호응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나란히 살고자 한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잔물결 같은 작은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의 현덕(玄德)을 따라 사는 일일 테다. 나무가 너무 뻣뻣하면 꺾어지고, 소나기가 종일 쏟아지는 법은 없다는 지혜를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받아들이고, 운동을, 맨발 걷기를 꾸준히 할 생각이다. 오늘 사진은 아침에 맨발 걷기를 나가서 만난 하늘이다.
자연법/권달웅
조각달을 앞세우고 간다.
여울물을 기어오르는 피라미처럼
공기주머니 하나 달랑 차고
소유한 게 적어도 물 따라 산다.
풀잎에 알을 낳는 풀벌레처럼
주어진 시간 그대로,
청설모가 굴밤 한 톨 물고 가듯
가랑잎 같은 시를
소중히 갈무리하고 산다.
소슬한 가을바람 따라 산다.
새빨갛게 익은 석류가
저절로 팍, 하고 깨어지듯
작은 소리를 알아듣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산다.
다른 글들은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에 있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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