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현의 <심연>을 읽으며 '위대한 개인'되기 프로젝트(20)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사회를 만든다."

진부(陳腐)는 나에게 찾아오는 새로움을 막는 훼방꾼이다. 영적이며 지적인 수련을 방해하는 훼방꾼이다.
진부(陳腐)는, 한자로 풀이하면, '썩은 고기(腐)'를 남들이 보라고 '전시하는(陳)' 어리석음을 뜻한다. 이렇게 고기가 썩는 줄도 모르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사람을 가리켜 '진부한 사람'이라고 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자신의 강점인줄 알았던 고기 때문에 결국 망하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반대되는 사람을 우리는 '참신한 인재'라고 한다. 참신(斬新)은 한자어만 봐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斬)'자는 고대 중국에서 죄인을 죽이던 극형 틀인 수레와 도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참신’이란 도끼로 치듯 과거의 구태의연함과 완전히 단절한다는 뜻이다.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다.
소크라테스 식의 대화법이 자신들의 진부함을 스스로 헤아려 알도록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편견과 무지에 사로잡혀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참신한 인물에게는 자신의 본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채찍질을 하는 멘토가 있다.
예술가는 매순간 진부함을 떨쳐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자연도 진부함을 거부한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고 태양계와 같은 수많은 별들이 섬세한 침묵의 소리와 같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이처럼 우리도 자기 자신이라는 블랙홀을 중심으로 단호하고도 숭고하게 회전하여야 참신한 사람이 된다.
진부함이란 산의 정상에 오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지친 나머지 산 중턱에서 머뭇거리는 상태를 뜻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침묵의 소리가 만들어 내는 길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따라가기 힘들어 중간에 멈춰버리기 일쑤다. 진부함이라는 뜻이
의 영어 '미디오크러티(mediocrity)'는 중간을 뜻하는 ‘medi’와 험한 산을 뜻하는 'ocris'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진부한 사람은 자신 속에서 흘러나오는 침묵의 소리를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삶의 ‘안무(춤)’를 갖지 못한 사람이다. 이 이유는 인간의 귀가 다른 삶들의 평가와 인정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자신이 만들어낸 삶에 달려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남들이 써놓은 책이나 관습에서 삶의 기술을 배우지 않는다. 남들의 생각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직접 행동으로 옮긴다.
남의 것이나 따르는 사람이 계속되는 한 자신만의 고유한 문법을 만들어내는 참신한 삶은 찾아오지 않는다. 진부는 우리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하는 끔찍한 훼방꾼이다.
그래서 나는 바쁘다. 어제는 와인 심사, 오늘은 대전을 문화로 행복한 도시를 만들자고 시민토론회를 마련했다. 대전문화연대의 이름으로.
'인문운동가의 인문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민 낯' (0) | 2021.09.02 |
|---|---|
| 인공지능과 생명 공학이라는 기술의 힘을 얻게 된 인간이 이 기술들로 어떤 삶을 갖게 될까? (0) | 2021.09.02 |
| 사진 하나, 생각 하나 (0) | 2021.08.31 |
| 공부나 배움은 자신의 눈금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다. (0) | 2021.08.30 |
| ‘줄탁동시’ (0) | 202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