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1년 8월 4일)
삶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에 만족해 하는 것의 양이 행복의 양이다. 행복은 만족의 양에 비례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도쿄 올림픽의 황선우 선수에게서 배웠다. 황선우(18·서울체고)는 남자 수영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7초82의 기록으로 5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황선우는 “일단 주 종목인 자유형 100m와 200m 레이스를 다 마쳐서 너무 후련하다며“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셔서 행복하게 수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선우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놀랍게도 ‘만족'이었다. 첫 올림픽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인 것도,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치른 것도 모두 만족했었다는 것이다.
올림픽 즐기는 MZ세대들은 ‘신선'했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변화할 때이다. 육상 높이뛰기 4위에 오른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의 미소는 카리스마처럼 여겨졌다. 후회 없이 대회를 즐기고 싶었다더니 빈말이 아니었다. 겉으론 웃고 있어도 결코 웃는 게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TV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그의 긴장된 표정엔 웃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상혁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힙(hip·세련 됨을 일컫는 신조어)하게 ‘점프 하이어(더 높게 점프)’, ‘투써리파이브(뛰어야 하는 높이 2m 35를 영어로 표현)’ 같은 단어를 혼자 떠들면서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천장 높이가 대부분 2m 30이다. 그러니 우 선수가 넘은 2m 35가 매우 높은 것이다. 우상혁 선수에 의하면, "높이 뛰기 선수는 자기 키보다 50cm 이상이 '마의 벽'이라 한다. 그러니 그의 목표는 2m 38이다. 왜냐하면 그의 키가 1m 88cm이다.
그리고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도전을 안 했다면 후회가 남았겠지만, 도전했기 때문에 후회와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쿨하게 답했다. 그의 인터뷰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만히 있는 높이 지기 싫었다"이다. 누리꾼들은 "즐기면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긍정 마인드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경쟁도 좋지만 자기 자신의 한계와 싸우고 즐기고 기뻐하며 좌절하는 게 아니라 더 희망을 가지는 모습은 보고 있는 사람에게도 희망을 줬다. 진짜 스포츠"라고 말했다.
스포츠에서 결과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진작부터 메달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왔지만 잘 느끼지 못하다가 이번엔 실감할 수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올림픽 혹은 스포츠, 경쟁을 대하는 MZ세대의 모습은 확실히 신선했다. 이제는 기성세대인 우리가 바뀌어야 할 때인가 싶기도 하다. 단순하게는 ‘금메달 지상주의’라는 비판이 일었던 국가별 메달 집계 방식의 변화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리도 미국처럼 금, 은, 동 색깔 구분 없이 메달 숫자를 총 집계 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 말이다. 금메달 한두 개를 덜 따서 국가 순위가 내려간들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오늘 공유하는 시를 읽어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들보다 더 끈질기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이는 것만 보지 말자. 2020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사자성어 낭중지추(囊中之錐)를 기억했다. 날카로운 송곳은 주머니 속에 있어도 날카롭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주머니에 넣어 둔 송곳은 언젠가 뚫고 나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재능이 있고 노력하면 세상은 언젠가 알아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승희 시인의 <솟구쳐 오르기>가 생각났다. '시는 상처의 꽃'이라는 말이 입에 돈다. 상처에서 피처럼 피어나는 꽃, 그것이 시라는 생각에 미친다. . 상처로부터 솟구쳐 오르게 하는 '용수철'이 없다면 우리는 상처로 짓뭉그러져 있을 것이다. 우리 몸에 내장된 '상처의 용수철'이 아니었다면 우리의 삶은 상처의 화농에 파묻혀 있을 것이다. 튕겨 오르는 힘, 솟구쳐 오르는 힘을 나는 우상혁 선수에게서 보았다.
솟구쳐 오르기 2/김승희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자그만 폭약처럼 튀어나가는 것이나
빨간 넝쿨장미가 아파아파 가시를 딛고
불타는 듯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나
민들레가 엉엉 울며 시멘트 조각을 밀어내는
것이나
검은 나뭇가지 어느새 봄이 와
그렁그렁 눈물 같은 녹색의 바다를 일으키는 것이나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삶은 무게에 짓뭉그러진 나비알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존재는
무서운 사과 한 알의 원죄의 감금일 뿐
죄와 벌의 화농일 뿐
내가 좋아하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늘 고민만 많이 하는 자신의 주인에게 조르바는 이런 말을 한다. "확대경으로 보면 물 속에 벌레가 우글우글대요. 자, 잘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곘소?"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배고픈 당나귀가 있었다. 그때 주인이 정확히 같은 거리에, 정확히 같은 양의 여물을 정반대 방향에 갔다 줬다. 배고 고파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싶었던 당나귀는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 도무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당나귀는 고민만 하다가 굶어 죽고 말았다.
선종의 6대조사인 혜능이 한 말이다. 그는 원래 나무 꾼이었는데, 다음 말을 듣고 조사가 되었다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화두이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 이 말은 '머뭇거리지 말고 그 마음을 내어라!'는 말이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그게 바로 '사는 것'이다. 삶이란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이는 어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 어떤 것에도 갇히거나 묶이지 않고, 기꺼이 마음을 내어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가슴이 시키면, 머리로 따지지 말고 즉각 행동하라는 말 같다. 다시 말하면, 욕심에 집착하지 말고, 과거의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은 마음으로 그 상황에 알맞은 판단을 하고 행동하라. 마음 가는대로 하자. 눈치보지 말고. 불교의 어려운 가르침이다.
<<장자>>의 "제물론"에는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라는 말이 있다. '길은 다녀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길은 두 가지가 있다. 따라 가는 길과 새로 만들며 나아가는 길.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 가는 것은 쉽고, 편하다. 그러나 없는 길을 내가 만들어가면서, 나아가는 길은 불안하고, 불편하고, 무섭고, 힘들다. 그러나 그런 길은 희망이다. 새로운 길을 나아갈 때, 희망이 없다면 나아갈 동력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장자 식으로 하면, '도는 행함으로써 완성된다'로 해석할 수 있다. 도라는 게 어차피 '말로는 못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하려면 행동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이다. '다닌다'는 행위는 곧 실천이다. 고민만 해서는 , 말만 해서는, 길이든 도이든 이룰 수 없다. 올림픽 선수들처럼 도전해야 한다.
우리가 행동을 주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조르바가 말했던 것처럼 '생각이 많아서', '나중에 욕먹을까 봐', '다른 게 더 좋아 보여서' 등등 일 수 있다. 날씨가 덥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잡히질 않는다. 나는 오늘로 백신 2차 접종이 끝난다. 그래도 개인 위생에 철저하고, 소비를 대폭 줄이고 자연친화적을 살 것을 다짐한다.
한 스님에게 제자가 물었다. "스님도 도를 닦습니까?" "닦지" "어떻게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그거 남들도 다 하는데요?" "아니지. 남들은 밥 먹을 때 잡생각하고, 잠잘 때 오만 고민에 빠지지."
밥 먹을 때는 밥 맛있게 먹는 게 잘사는 거다. 잠잘 때는 잠 잘 자는 게 잘 사는 거다. 일할 때는 일만 하는 게 잘 사는 거다. 확실하지도 않은 내일 일을 걱정하느라 당장 잠을 못 이룰 필요 없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금은 소금도 아니고, 황금도 아니고 지금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얽매일 필요 없다. 어찌할 수 없는 미래를 미리 걱정할 필요도 없다. 현재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지금-여기서, 올림픽 젊은 선수들처럼, 아니 용수철처럼 솟아 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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