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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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5월 6일)
어제 못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이어간다. 신경과학에서 어떤 자극에 집중하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등의 활동을 하지 않고 쉴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 한다. 이 네트워크의 부위는 다음 그림과 같다.
후방대상피질, 내측전두엽피질, 측두두정연접부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사상하부, 편도체, 중심회색질 등과 연결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몸 안팎의 자극의 뇌로 받아들이며 감정과 동기부여를 조절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여러 내부 장기의 반응에도 영향을 주는 머릿속 인터페이스 또는 사고방식으로 기능한다. 또한 과거의 경험, 기억과 함께 개인의 무의식적 사고체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몸 안팎에서 일어나는 정보에 바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별히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화벨이나 메신저 알림이 울릴 것을 기대하면서 약간 긴장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끊임없이 스마트폰 알림에 시달리고, 메일함이나 메신저, 웹부라우저 여닫기를 반복하는 현대인의 뇌에서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집중해야 하는 일에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 반대가 몰입하는 상태이다. 몰입은 어떤 과업에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상태이다. 바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가라앉은 상태이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동기부여, 성격, 불안, 인지 기능 등 여러 정신적인 요소에 영향을 준다. 특히 마음 챙김 등의 명상을 하면 연결성이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가라 앉는다. 그러니까 명상이 중독이나 우울증 등 문제가 생긴 뇌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자신이 그동안 경험한 생각과 느낌이 만들어낸 역동적인 함수와도 같다. 예컨대 우울한 상태의 뇌는 같은 경험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같은 객관적 현상이라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해석에 따라 주관적 경험이 달라지는 것이다. 마음의 엔트로피(혼란스러운 정도)를 상정할 수 있다. 고요하고 평안한 마음은 무언 가에 집중이 잘되는 낮은 엔트로피 상태와 같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고요해지는 상태이다.
다음 그림처럼 안정적인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서는 회복력이 높아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금세 고요와 평안을 되찾는다.
마음 챙김 같은 명상은 마음의 회복력을 높여준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공이 고요하게 놓여 있던 엔트로피의 구덩이가 더욱 깊고 넓어지는 것이다. 명상하는 것이다. 명상의 핵심은 자주 노출되던 좋지 않은 자극을 줄이고, 그 해로운 자극에 노출되어 있을 시간 대신에 바로 그 순간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호흡을 하는 거다. 그러면서 의식적으로 자극을 없애고 호흡과 자세를 관찰하는 연습을 하면 일상에서 명상을 할 수 있다.
마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훈련은 근력운동과 비슷하다. 지금에 집중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점점 높은 수준의 정신 상태에 이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근력운동을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면 몇 개월 내에 몸이 크게 변화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마음 방황을 돌보지 않고 따분함을 견디기 어려워 하면 평온한 뇌 상태를 만드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마치 편안한 침대에만 누워 지내면 하루에 1% 정도 씩 근력이 떨어져 나중에는 운동할 힘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다음 그림은 안정된 상태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던 공이 내외부의 자극 때문에 구덩이 바깥으로 빠져나가 굴러 떨어지면, 곧 마음 방황이 시작되고, 도파민 결핍을 느끼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상태로 바뀌게 된다.
마음의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다. 이런 번뇌 상태에서는 끊임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며, 화도 잘 내고 집중력도 낮다. 더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 쾌락과 폭음은 이 마음 방황을 잠시 달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연결성을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꾼다. 공이 고요하게 놓여 있던 구덩이가 얕아지고, 더 작은 스트레스에도 잘 견디지 못하게 된다. 생활습관이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병적으로 변화시켜 우울감과 불안, 통증, 분노가 따르게 된다. 자연스레 당분, 소비, 음주 등 빠른 도파민 분비를 좇게 되는 번뇌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마음의 엔트로피는 더 넓은 삶의 영역과도 상호작용한다. 초가공식품과 단순당, 정제곡물 섭취에 따른 대사 및 신경학적 변화와 스마트폰 등 자극원이 주는 보상에 의존하는 현상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졌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이 모두 가속노화 사이클에 빠져들어 고통 받지 않기 위해서는 삶의 여러 영역을 함께 살피고 돌봐야 한다. 정희원 교수의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에서 얻은 생각들이다.
요약하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음의 앤트로피가 높을수록 뇌가 쉬지 못하고, 그만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안정화 되지 못한다는 거다. 나는 걸을 때 이어폰을 사용하는데. 이젠 멈추어야겠다. 왜냐하면 정신적으로 걷기가 제공하는 상쾌함을 스마트폰으로 분비된 인위적 도파민이 압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치우고 머릿속에 여유가 생기면 자신의 자세와 호흡을 살펴 보는 거다. 몸 전체의 감각, 귀에서 들리는 소리, 호흡 등 현재에 집중하는 마음 챙김을 이용하는 거다. 뇌의 디폴트모드네트워크를 점검하고 마음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직업을 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걸으면, 스트레스호르몬인 노르에피네네프린의 분비가 줄어든다는 거다. 자신의 몸은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지만 뇌는 쉬는 셈이다. 그리고 걸을 때 사용하는 넓적다리와 몸통 근육들이 포도당을 흡수할 통로를 열어주기 때문에 섭취한 음식이 근육을 만드는 데 쓰이고, 혈당 변동폭이 줄어들어 업무의 집중력을 높일 수도 있다는 거다. 게다가 몸을 활용해서 이동하는 습관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산책을 하면서, '멍 때리기"를 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식혀야 하기 때문이다. 배승민이라는 의사의 칼럼에서 읽은 것이다. 공유한다. "어느 날 진료시간에 '쉴 때는 주로 무얼 하나요?'라는 나의 질문에 유치원생부터 초·중·고 학생까지, 그리고 그들의 부모마저 같은 답을 했다. '스마트폰 보죠 뭐.' 나 역시 업무 뿐 아니라 자투리 시간에도 언제 급한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핑계로 좀처럼 폰을 내려놓지 못하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천편일률로 단 하나의 방법만을 찾는다는 것은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스마트’하게 쓰지 않는다면 집중력까지 망치기 쉬운 썩은 동아줄 같은 그것이 모두의 유일한 도피처라니 말이다."
수년 전 <<멍 때려라>>라는 책이 있었다. 그만큼 바쁜 현대인에게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이 얼마나 절실한지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의 이런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광범위하게 퍼진 인터넷과 스마트폰 문화 탓에 아직 말도 못 뗀 영유아까지도 멍 때리는 놀이 시간을 도둑맞고 있는 것 같다. 식당에서 어린 꼬마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집중하는 모습을 자주 만난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멍하니 낯선 곳에 떨어진 여행자가 되어 하늘을 보다 보면, 어느새 지친 나를 저 하늘이 가만가만 위로해 준다. 빈부나 지위와 무관하게 우리가 보는 하늘은 똑같은 곳에 있다. 잠시 뇌의 인위적인 과열을 식힐 겸 시간의 흐름이 선물해주는 풍경에 마음을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어제 나는 그런 기분으로 동해 바다가 있는 영덕 여행을 했다. 오늘 사진은 아침에 만난 하늘이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 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 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 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다른 글들은 네이버에서 '우리마을대학협동조합'를 치시면, 그 곳의 출판부에서 볼 수 있다. 아니면,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blog.naver.com/pakhan-pyo 에 있다. 관련 그림은 블로그에서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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