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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3242.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4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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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운동가는 관점 디자이너이다. 생각을 바꿔 주고, 생각을 디자인해준다. 디자인은 개념과 실행 혹은 실천의 틈에서 자란다. 난 틈, 영어로 Gap을 좋아한다. 거기서 소통이 시작되며, 그 틈을 채우려는 노력이 멋진 삶일 게다. 의지와 행동 사이에 ‘생각의 틈’이 있고, 개념과 제작 사이에 ‘디자인의 틈’이 있고, 꿈과 현실 사이에  ‘플랜의 틈 ’이 있다.  하늘에선 뚝 떨어진 현실이란 없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자에겐 ‘우연’이란 위안이 존재할 뿐이다.  틈은 헐거움이고, 낡음의 편안함, 헌 것의 소중함, 헐거워 짐의 평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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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삶을 디자인할 틈도 없이 하루하루 일에 치여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느리게 나이 들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후자금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만 많이 얘기될 뿐 어떠한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하다. "40대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지겹게 들어도, 제2의 삶을 진지하게 대비할 겨를이 없다. 

유영만의 <<2분의 1>>이라는 책은 제2의 삶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인생 후반전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반전을 일으켜줄 '절반의 철학'을 공개한다. 그는 먼저 행복감을 주지 못하는 일,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는 일, 마지못해 해왔던 일을 절반(1/2)으로 줄이라고 한다. 그러면 두 배(2)로 늘려야 할 것들이 보이고 이렇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1)한 나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수식 화하면 '1/2(절반) x 2(두 배) = 1(유일한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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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중년부터 특히 중요한 다섯 분야로 건강, 공부, 말, 인간관계, 행복을 꼽는다. 이 분야에서 각각 야성(체력과 건강), 지성(지력과 배움), 감성(매력과 말), 정성(협력과 관계), 탄성(탄력과 행복)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줄여야 할 습관과 두 배로 늘려야 할 습관 50가지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빠듯하게 일정을 관리하기보다 뿌듯한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위한 시간 관리를 해라', 지시하고 명령하는 말보다, 넌지시 배려하고 지지하는 말을 많이 하라', '갖고 싶은 물건을 가는 것보다, 나에게 지적 자산과 추억을 선물하는 경험 프로젝트에 더 돈을 써라' 등의 노하우이다. 내 인생 절반(2분의 1)을 후회 없이 설계하고 싶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삶을 다시 디자인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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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행복에 대한 많은 정의가 있지만 그 중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말도 중요하다. 우리는 때때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이 황폐 하다면 그 희생은 지속할 수 없고 오히려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 곧 타인을 돌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커다란 목표로 설정한다. 성공적인 직업, 이상적인 연애, 넉넉한 재산을 쌓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행복은 거창한 성취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오랜만에 듣는 좋아하는 노래, 창밖의 햇살처럼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
▪ 행복을 위해 스스로를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선택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승무원들은 항상 “먼저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후 다른 사람을 도우라"고 안내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 자신이 충분히 숨 쉬고 있어야 타인을 도울 수 있다.
▪ 어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려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다. 행복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 안정적인 정서를 갖게 되며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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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하버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인지하고 감사하는 습관이 행복 수준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하루 일과 중 감사할 일을 다섯 가지 씩 적는 것 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훨씬 만족스러워진다. 이는 우리가 행복을 먼 곳에서 찾기보다 지금 현재, 바로 이 순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다.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심리학자 션 아처는 자신의 연구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행복은 연습을 통해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하루에 10분씩 기쁨을 주는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하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의 경우는 맨발로 황토길을 걷는 거다. 그러면 머리가 마시지 되면서 마음과 정신의 회로가 청소된다. 이런 식으로 신체 활동은 엔도르핀을 분비 시켜 자연스럽게 행복감을 키운다. 마찬가지로 명상이나 독서, 좋아하는 음악 듣기 등 개인적인 행복을 위한 작은 습관들을 실천하면 삶이 더욱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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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희생한다. 더 나은 직장, 더 큰 집, 더 많은 재산을 가지기 위해 지금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가 지속적으로 불행하다면 미래에도 행복할 가능성은 낮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기업가 한 명은 하루 종일 일에만 몰두하다가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후 에야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우선순위에 두었고 결국 사업도 더 잘 풀리게 됐다. 행복은 현재를 충실히 살아갈 때 찾아오는 것이다. 행복은 꼭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날은 햇살처럼 따뜻하게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구름처럼 희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고 보이지 않아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복을 ‘유동적 행복'이라고 부르며 순간순간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슬픔이 찾아올 때 그것을 억지로 밀어내기보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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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나누는 것만으로도 커진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작은 친절에 의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카페에서 낯선 사람이 건넨 미소,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순간, 혹은 친구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하루를 밝게 만들어준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낯선 사람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도록 했다. 예를 들어 커피를 한 잔 사주거나 모르는 사람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실험 후 참가자들은 자신의 행복감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행복은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과정에서 더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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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행복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기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바로 나 자신과의 시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더 따뜻하게, 더 친절하게, 더 배려하며 대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때때로 너무 많은 것을 책임지려 하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행복을 놓쳐버린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복은 단순하고 가까이에 있으며 스스로 돌볼 때 비로소 제대로 꽃을 피운다.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거다. 그것이 바로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을 둘 곳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내 <인문 일지>이다. 우리는 흙에서 흙으로 되돌아간다. 우리는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 세상에 왔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떠나야 한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걸린 외줄 위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미국 시카고 미술관에 걸려 있는 고갱의 그림 제목이지만 우리 모두의 질문이기도 하다. 흙에 불안을 더하면 인생이고, 인생에서 불안을 빼면 흙이다. 불안은 떨쳐버릴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숙명을 안고 살면서 지향을 잃지 않을 때 삶은 의젓해 진다. 지향이 중요하다. 이 지향이 내가 마음 둘 곳이다. 그건 행복이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스스로 행복한 일을 찾는 하루이고 싶다.


행복한 일/노원호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렇고
작은 풀잎을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나무가 그렇고
텃밭의 상추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그렇다.

남을 위해
내 마음을 조금 내어 준 나도
참으로 행복하다.

어머니는 늘
이런 행복이 제일이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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