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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새로운 희망을 일궈내려면 객관적이고 냉정한 현실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3년전 오늘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기
(2022년 1월 30일)

음력 설 명절 연휴의 이틀째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역병이 더욱 더 기승을 부린다. 나는 세 번의 백신을 맞고 배짱이 생겨서 인지, 아니면 동네를 가급적 벗어나지 않아서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데, 언론은 오늘 신규 확진 자가 1만7000명대를 기록할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2020년 1월20일이었다. 미국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역사가 이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눠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프리드먼 어법을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는 ‘AC 3년’의 현재사가 진행되고 있는 거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코로나-19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를 했다. (1) 축소와 귀환의 시대 (2) 고립과 단절의 시대 (3) 욕망과 국가의 시대.

축소와 귀환의 시대는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이 축소됐고, 개인과 가족으로 귀환했다는 말이다. 이는 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일 방영된 한국방송공사(KBS) 특집방송의 조사 보도에 따르면, 54.4%의 응답자들은 지인으로부터 멀어졌다고 했다. 더하여 응답자의 41.7%가 ‘기운이 없고 무기력하며’, 30.5%는 ‘의심이 많아지고 사람들을 경계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여기서 김교수는 주목해야 할 것으로 "감정의 인과적 연쇄"를 지적했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촉발된 불안은 불신으로, 불신은 다시 고립으로 확장되어 갔다는 거다. 불안→불신→고립으로 인과적 연쇄 활동이 이루어졌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불안과 불신과 고립의 상태에서 공존과 통합과 연대라는 계몽의 서사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거다. 사회적 관계는 느슨해 지거나 끊어지고, 나와 가족의 욕망은 극대화되고, 삶의 장기적이고 의미 있는 기획은 무력화되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우리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그 문제를 잘 아는 것이 희망을 찾는 첫 번째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고립과 단절의 시대라는 말은 ‘고립의 시대’는 ‘단절의 시대’와 짝을 이루기 때문이다. 사회적 고립은 단절을 낳고, 단절은 사회라는 공동체를 다층적으로 분화시킨다. 우리 사회의 경우, 이념·계급·세대라는 오래된 균열에 젠더라는 새로운 균열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우리 사회는 구심력이 아닌 원심력에 의해 지배받기 시작했다. 한때 환대라는 미덕이 칭송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타자에 대한 무시와 혐오와 증오의 감정은 증폭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세 번째로 ‘욕망과 국가의 시대’가 되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더 이상 욕망의 민 낯을 감출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그 욕망의 일차적 대상은 더 많은 화폐로 나타났다. 구조화되는 불안과 불신 아래 자신과 가족을 지켜줄 수 있는 건 돈과 부동산뿐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던 거다. 자본주의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물질문명에의 욕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정신문명이 서서히 망각되는 옛 연인의 희미한 이름처럼 쇠락해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문 운동가의 역할이 코로나 이후에 더욱 더 커졌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 욕망의 시대는 ‘국가의 시대’와 짝을 이룬다는 점이다. 점점 파편화돼 가는 사회 속에서 화폐와 함께 우리 인류의 삶을 지켜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체는 국가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 거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국가는 무한경쟁 규칙의 보증인이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과정에서, ‘스트롱 맨’이 각광받고, 새로운 권위주의가 헤게모니를 획득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민주주의가 예기치 않은 지점에서 위기에 처하고 있다 점이다.

김호기 교수가 그리고 나도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축소와 귀환, 고립과 단절, 국가주의와 화폐지상주의 시대라는 코로나-19의 그늘 아래 우리  사회가 위태롭게 서 있기 때문에, 새로운 희망을 일궈내려면 객관적이고 냉정한 현실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도, 김 교수처럼, 아직 공존과 통합과 연대라는 계몽과 희망의 서사가 유효할 뿐더러 지금이야 말로 그 서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성부 시인의 <신년 기원>을 공유하고, 코로나-19같은 역병이 사라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통합, 연대 그리고 공존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시작되길 비손 한다. 그리고 오늘 사진 속에서 나는 희망을 읽는다.

신년 기원/이성부  

시인들이 노래했던
그 어느 아름다운 새해보다도
올해는
움츠린 사람들의 한 해가
더욱 아름답도록 하소서  

차지한 자의 영화와
그 모든 빛나는 사람들의 메시지보다도
올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소망이
더욱 열매 맺도록 하소서  

세계의 모든 강력한 사람들보다도
쇠붙이보다도
올해는
바위틈에 솟는 풀 한 포기,
나목을 흔드는 바람 한 점,
새 한 마리,
억울하게 사라져가는 한 사람,
또 한 사람,
이런 하잘것없는 얼굴들에게
터져 넘치는 힘을 갖추도록 하소서  

죽음을 태어남으로,
속박을 해방으로,
단절을 가슴 뜨거운 만남으로
고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모든 우리들의 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역사 속에 그리움 속에
한 점 진하디 진한 언어를 찍는
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나머지 이어지는 글이 궁금하시면, 나의 블로그로 따라 오시기 바란다. 나의 블로그 https://pakhanpyo.tistory.com 이나 https://pakhanpyo.blogspot.com 이다. 최근에는 우리마을대학 홈페이지 블로그에도 글을 올린다. https://www.wmcss.ne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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