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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우리는 무조건 이기는 게 정치라는 생각을 수정하여야 한다.

3080.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5년 1월 21일)

1. 
연일 이어지는 뉴스가 우리들을 혼란 스럽게 한다. 1월 15일 "윤석10"이 체포되던 날 한 숨 놓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적폐'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감히 법원을 불법으로 들어가 난동을 부리다니. 가짜 기독교에 영혼이 좀 먹힌 전광훈을 필두로 아스팔트로 모여드는 노 장년층 태극기 부대의 극우 세력들, 여기에 최근 20-30대 젊은 남성들이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언론보다는 극우 유튜브를 맹종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은 감기도 거의 다 나았고, 머리가 좀 잘 돌아, 그 원인들을 많이 생각해 보았다. 이건 또 하나의 담론이 요구되는 주제이다. '진짜' 민주적 기본 질서와 법치주의가 튼튼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오후에 <페북>에 올라 온 여러 문제제기와 대안들을 읽어 보았다. 오늘부터 나는 그를 "윤석10"이라 부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15일부터 "수용번호(수인번호) 0010에서 따와 그를 "윤석10"이라고 부른다.

2. 
평상시 좋은 가이드를 해주는 박찬언 교수의 주장을 공유한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자는 차원이다. "윤[섯10]과 극우세력이 연대하는 원인은 잘 모르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이 힘을 발휘하면 우리 사회는 폭망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마치 히틀러가 독일 군중의 지지를 받아 권력을 쟁취해 패망의 길을 걸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연대는 우리 헌정 질서를 유린할 것이다. 서부 지법의 침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폭동은 헌재로 이어질 수 있고, 국회로 번질 수도 있다. 그때는 진짜 비상 계엄이 선포돼도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윤석열은 이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이것을 진짜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길이지만 자신에겐 살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3. 
폭망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박 교수의 제안이다. "우선 윤의 탄핵 절차를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그러면 그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들 것이다. 극우 세력과 그 동조 세력이 국가 기능에 도전하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일벌백계 함으로써 이들에게 국가기능이 무엇인지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한편으론 극우 물결에 흡수되고 있는 젊은 층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은 차기 대선의 화두인데 민주당의 역할이 크다. 왜 젊은 층, 그 중에서도 남성들이 민주당에서 빠져나가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신속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자유와 평등을 넘어 사회적 연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그것이 국가 존망의 문제라는 것을 알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4. 
류근 시인도 <페북>에 자신의 의견을 게시했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전부가 태극기부대 활동인 빈곤 노인들과 가짜 기독교에 영혼을 좀 먹힌 사회부적응자들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선비들을 별로 못 본 것 같다. 여성들에게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믿는 2030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공정에 대한 토로와 분노에 대해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선비들을 별로 못 본 것 같다. 그들이 소수이고 비정상이니 논외로 하자고 하면 '존재하지 않는' 게 되는가. 어느 사회에나 있다는 10% 극우의 문제로 덮어버리면 해결이 되는가. 우리가 애써 무시하는 사이에 그들은 점점 더 몸집을 부풀려서 조직화되고 세력화되었다. 보수를 삼켜서 궤멸시킨 후 그 자리를 다 차지해 버렸다.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수가 설 자리가 지워져 버렸다. 보수의 가치와 극우의 광기가 혼재돼서 발동한다. 극우에 기생하는 정당이 보수를 참칭한다. 병든 사회다. 이 와중에 선비들은 슬슬 머리를 들고 민주당과 범민주 진영의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 양비론의 선비질로 품위를 유지하신다. 극우를 보수와 분리시켜야 한다. 2030 남성들의 불만과 분노가 극우 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외로움' 때문에 광장에서 헤매는 빈곤층을 구조해야 한다. 가짜 기독교를 앞세워 폭도들을 조종하고 돈과 권력을 누리는 자를 심판해야 한다. 극우를 이용해 연명을 꾀하는 정치 모리배들 뿌리를 뽑아야 한다. 법으로 법을 무력화시키는 무리들 쓸어내야 한다."

6. 
우리는 지금 한편으로는 우리의 과거를 탐구한 노벨상 수상자를 축하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친위 쿠데타, 계엄령, 국가폭력의 위협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 수상자 강연에서 한강은 이렇게 물었다. "인간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인가? 동시에 인간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간의 참혹과 존엄 사이에서, 두 벼랑 사이를 잇는 불가능한 허공의 길을 건너려면 죽은 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죽은 자들의 도움, 그리고 한강과 같은 살아있는 작가와 예술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에 연대하는 전 세계 동료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씁쓸하게 확인해준다.

5. 
그렇지만, 내 생각으로 우리는 서로 미안해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실제 우리 사회는 미안해 하지 않는 사회이다. 누군가가 불편함을 호소하면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돼 있는 편견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예민함부터 탓한다. 다수의 편견이 힘센 사회에는 그로 인해 상처받은 소수 자에게  "소수의 관점을 다수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오히려 호통친다. 우리는 언제든 상대방에게 잘못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때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하여야 편견을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지혜를 '펜싱' 경기 규칙에서 배울 수 있다. 펜싱에서 쓰이는 용어로 "Touché 뚜쉐"가 있다. 한국말로 하면 과거분사로 수동적인 의미를 띤 '맞았다, 찔렀다'쯤 된다. 펜싱은 찌른 사람이 아니라 찔린 사람이 '뚜쉐'라며 손을 들어 점수를 주는 시합이다.  조승연이라는 <말하는 대로>의 작가는 우리 사회가 '멋있게 지는 법'을 잃어버린 사회라고 말하면서 이 펜싱 경기를 예로 들어 말했다.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면 그 승리를 독점하고(승자독식사회), 게다가  그 승리를 지나치게 우상 화하는 경향이 짙고, 그러한 경향이 오늘 나날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긴 사람을 지나치게 신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멋있게 지는 법'보다 일단 그래도 이기게 싶은 것이 우리 인간들의 욕심이다. 그래서 그 욕심을 잘 경영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무조건 이기는 게 정치라는 생각을 수정하여야 한다. 우리는 편견과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깨어있어야 한다.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경험해본 적 없는 세상을 잘 보지 못한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 무심코, 한 치의 악의 없이, 편견 어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깨어 있음' 이다. 인생은 경주(競走)가 아니다. 누가 1등으로 들어 오느냐로 성공을 따지는 경기가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느냐가 바로 인생의 성공 열쇠이다.

6. 이제 우리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줘, 사랑해”라고 되뇌어 봐요/신의 숨결이 담긴/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말들을." 오늘 사진의 비둘기들처럼 함께 나누어 먹으며 살아요.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줘, 사랑해/신현림

다툼과 이별을 슬퍼 말고 자신을 비워 봐요
이메일 주소를 지우면 그 사람 존재가 지워지나요
핸드폰 번호를 지우면 돌풍같이 사라지나요
저마다의 가슴은 스크린 같아서
사람들은 이모티콘처럼 아이콘처럼 살다 가지요
수신거부, 스팸처리 그것도 놓아 버려요
모두 내 탓이라 여기면
빈 마음에 붉고 넉넉한 바람이 붑니다

상처 받지 않으려고 서로 상처를 주고
거친 말이 오가면 그 인연 잠시 끊어 줘야 합니다
사람 사이 푹 빠졌다 시들 해지고, 멀어졌다 이어지고
또 다른 스크린으로 오가는 되풀이가 삶이라도
대나무 속같이 자신을 비워 봐요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줘, 사랑해”라고 되뇌어 봐요
신의 숨결이 담긴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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