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인문운동가가 대덕 특구 연구단지를 읽는다. (2)
어제 말했던 고영주 박사님의 글은 아주 좋은데, '뭔가' 부족하다. 처음부터 원하는 것을 글에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냥 이런 것들은 다들 많이 아는 거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kles)가 만물은 물, 불, 공기, 흙의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물, 불, 공기, 흙이 건, 습, 온, 냉 성질과 배합되어 만물이 형성된다고 주장함으로써 형성된 4원소 설은 이후 2000년간 인류가 진실로 믿는 가설이 됐다. 많은 과학자조차 물, 불, 흙, 공기를 적절한 비율로 혼합해 금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고 세기의 천재 과학자 뉴턴도 말년을 연금술에 빠졌을 정도로 4원소 설은 강력했다. 그러나 연금술은 다양한 화학실험 방법을 발전시켰으며 프랑스의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가 정확한 이름이다]는 이러한 화학실험과 관찰로 공기, 물이 하나의 원소가 아니고 여러 원소로 구성된 혼합물임을 밝히고 이후 30여 개의 원소를 찾아냄으로써 4원소 설을 근본적으로 해체했다. 그리고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해 당시 100여 년간 화학의 강력한 패러다임이던 플로지스톤설[모든 가연성 물질에는 모든 가연성 물질에는 플로지스톤이라는 입자가 있어 연소 과정에서 플로지스톤이 소모되고, 플로지스톤이 모두 소모되면 연소 과정이 끝난다는 옛 학설]도 폐기했다. 그는 근대화학의 시작을 알린 천재 화학자였다.
그러나 고박사님의 그 다음 글은 인문 운동가의 관점에서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다. "이 천재 화학자는 직업이 세금징수원이었고 가난한 백성의 세금을 걷어야 하는 악역이었다. 프랑스 시민혁명 당시 라부아지에는 이 때문에 재판에 넘겨졌고 과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담당 판사는 프랑스는 과학이 필요하지 않다며 사형을 판결했다. 당시 판사가 4원소 설과 플로지스톤 이론에 의문을 품고 무수한 실험과 관찰로 성취해낸 라부아지에의 연구업적이 인류의 문명과 철학적 관점을 결정적으로 바꾸는 성과라는 것을 알았다면 판결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 옳은지는 많은 사유가 필요하다.
고박사님은 "인류 문명은 세상 만물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답을 하려면, 우선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인문 운동가의 일을 하게 된 동기이다. 왜냐하면, 주변 연구자들을 보면 미국 극작가인 아미리 바바카가 했던 이 말을 생각나게 한다."노예가 노예로 사는 삶에 너무 익숙해지면/놀랍게도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어느 쪽의 쇠사슬이 더 빛나는지./어느 쪽의 쇠사슬이 더 무거운지.//그리고 쇠사슬에 묶여 있지 않은/자유인을 비웃기까지 한다."
지금-여기서 우리가 탈주하려면, 꿈이 필요하다. 꿈을 가지려면, 시대의식을 포착하고, 포착된 시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자각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폐쇄적인 시선을 벗어나 시대를 들여 다 보고, 거기서 문제를 발견하려고 덤빈다. 어떻게? 대다수가 공유하는 관념에서 이탈하여 자신만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발동시키는 것이다. 그런 호기심이 발동될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독립된 주체, "단독자"(들뢰즈)라고 한다.
오늘 아침은 친구(親舊)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사전적 정의로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다. 인간관계는 중심축이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질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초라해 지고, 일 중심이나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면, 타인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후반전의 인생은 여생(餘生)이 아니라 후반생(後半生)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친구가 아닐까? 후반생의 친구는 가까이 있어야 하고, 자주 만나야 하며, 같은 취미면 더 좋다. 이런 가운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우린 그를 매우 반갑게 생각하고, 그와 음모를 꾸민다. 그래서 에피쿠로스는 친구의 우정이란 '음모(陰謀, 몰래 꾸미는 일)'라고 말했다. 이 음모의 시작은 서로 공감(共感)하는 것이다. “아 당신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하며, 뭉클한 위로를 받을 때가 공감하는 순간이다.
어제 저녁에는 멀리 창원 등에서 아시는 분들이 왔다. 지난 주에 뱅샾62가 한가해서, 명절을 앞둔 이 번주는 더 한가할 줄 알았는데, 일찍부터 손님으로 가득 찼다. 특히 함박사의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절친(切親)은 일본에서 친구가 할복할 때, 옆에서 마지막 목숨을 끊어주는 사람이리고 한다. 절친은 친구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다시 오늘 아침, 눈을 뜨자 스마트폰을 켜고, 페이스 북을 열었더니, 배철현 선생의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왔다. <배철현과 함께 가보는 심연>이다. 배교수는 김광선이라는 분을 생각하고 우셨다고 한다. 그래 김광선이 누구인가 여기저기 찾아보니, 잘 생겼고, 아마도 '내 과(科)'였을 것 같다. 단번에 말이 통할 사람말이다. 그런데 그가 아프다고 한다. 나도 그래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속이 복받쳐서. 왜 그런 지는 말 못한다. 그냥 그랬다. 오늘 아침 공유하는 시처럼, "낮은 곳으로" 가련다.
낮은 곳으로/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인문운동가_박한표 #대전문화연대 #사진하나_시하나 #이정록 #복합와인문화공간_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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