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글입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1월 16일)
<<인간 다움>>이란 책의 저자 김기현 교수에 의하면,, 인간 답기 위해서 고매한 품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정직하고 염치를 알며, 애국심을 갖추고,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 줄 알고, 필요한 때에 용기를 낼 줄 아는 등의 품성은 고귀하다. 그러나 인간 답기 위해서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즐거움과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것, 나의 만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지 않는 것, 이런 최소한의 도덕성만 갖춰도 인간 다울 수 있다. 그리고 타인도 나처럼 희로애락의 정서를 갖고 행복을 원하며 자기 삶의 목표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다움을 이루는 요소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타인을 나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존중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라며, 이런 생각이 공감, 이성 그리고 자유(자율),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1)
1. 인간다운 삶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관문이 공감이라고 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의 상태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원초적인 형태를 우리는 '정서적 체험' 또는 '정서 전이'라 한다. 예컨대 곁에 있는 사람이 하품을 하면, 나도 모르게 따라서 하품을 하게 된다. 그의 행위를 따라 한 것뿐인데 뒤이어 그의 피곤함도 같이 느낀다. 이런 현상을 자코모 리졸라티는 '거울 뉴런' 이론을 주장했다. 원숭이가 특정한 행동을 할 때 활성화되는 뉴런들이 있는데, 이 뉴런들 중 일부는 다른 원숭이가 하는 같은 행동을 관찰하기만 해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같은 활동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뉴런이 발견된 것이다. 이 뉴런을 '거울 뉴런'이라 한다. 이 주장은 행동과 관련된 타인의 마음 상태를 우리의 마음 상태로 느끼게 해주는 뇌세포가 있다는 생각을 확산시켰다.
어쨌든 우리의 마음은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나와 다른 상황에 처한 타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처지에서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갖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타자의 관점을 취하는 능력으로, 우리가 흔히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태에 갇히지 않고 상대방의 상태에 나를 투영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능력, 이것이 있기에 인간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능력의 정도가 사람의 사회성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 능력이 부족해 상대방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병증이 자폐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는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에 전혀 공감하지 못할 때 사이코패스(psychopathy)가 된다. 사이코패스는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성격 장애 분류이다.
그 반대로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능력과 관련된 마음 상태에는 감정이입(empathy), 연민(compassion), 공감(sympathy) 등이 있다. 이것들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 감정이입: 다른 사람의 관점을 취해 현재 그 마음 상태를 읽어내는 것이다. 그의 상황에 나를 대입시킴으로써 상대방을 읽어내는 능력이다. 문자 그대로 그의 감정 상태(pathos)로 들어가는(em)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도록 해준다. 그러면 동시에 그에 맞춰 나의 행동을 조율하는 데도 도움을 줌으로써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감정이입은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모적으로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근거로 나의 행동을 그에 맞추어 조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의미에서 감정이입은 상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동정, 또는 연민(pity, compassiom, sympathy):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그저 이해에 머물지 않고, 그를 향한 호의적 태도로 발전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이것들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Pity'가 상대방의 어려운 상태를 이해하는 마음만을 갖는 것이라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방이 느끼는 고통의 상태를 나의 상태처럼 느끼고,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적극적인 마음까지 동반하는 상태가 'compassion' 또는 'sympathy'이다.
어쨌든, 인간다운 삶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관문인 공감 능력은 타인의 고통과 나의 고통 사이의 거리를 좁혀 상호 존중과 공존의 규범이 만들어지는 데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타인을 행한 가혹 행위를 막아주는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그리고 타인들도 고통과 기쁨을 느끼는 존재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으며 공존의 윤리로 이끌어준다.
이런 공감이 결여된 사회가 사이코패스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된다. 그런 곳에는 인간 다움이 존재할 수 없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사이코패스의 사전적 정의가, '다른 사람을 향한 감정이 없으며,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과거에 행한 어떤 것에 대해서도 후회가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공감이 타인을 배려하는 인간 다움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은 분명하나, 그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나의 편안함이 행동의 동기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가 생각하는 인간 다움은 상대방도 나만큼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합당하게 행동할 때 우리는 인간다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동정심, 연민 등의 공감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거나, 부담스런 감정으로 다가오지만,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연민의 감정이 주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의 고통에 눈을 돌려 외면한다. 그리고 공감 능력은 편파적이다. 인간관계의 친밀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가까운 이들에게는 연민을 잘 느끼지만, 거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연민을 느끼지 못한다.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에게는 거꾸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적대적인 사람의 고통이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묘한 만족감 주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사람의 일에서 조차 질투심이 공감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더 안 좋은 것은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느끼기까지 하는 거다. 독일어에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이 단어는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표현한다.
공감은 도덕적 감정을 만들어 윤리적 판단을 하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고통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작동한다. 공감이 고통의 양과 단순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우리의 문화적 견해에 영향 받는다. 뿐만 아니라, 공감은 도덕이 출발하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성의 윤리에 영향을 받는다.
인간 다움을 이루는 요소 중 이성과 자유 이야기는 내일로 넘긴다. "어떤 경우에도/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
어떤 경우/이문재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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