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오늘 글이에요.
인문 운동가의 사진 하나, 시 하나
오늘이 벌써 신축년 2021년의 두 번째 월요일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가 1월 17일까지 연장되어, 일상은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미 그런 생활을 해오던 차라 늘 그렇지만, 여러 조직을 운영하는 곳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울 것 같다. 이럴수록 기본에 충실한 것이 근기(根氣)를 유지하는 길이다. 지난 주말에는 조윤제라는 분이 엮은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정독 하였다.
그래 오늘 아침도 "악마가 둘들이기 전에 서둘러 나가기 보다, 먼저 물들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닦는 노력을 하라"는 말을 화두로 삼고 아침 글쓰기를 한다. 『관자』라는 책의 한 부분을 우선 공유한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관자』는 부국강병을 위한 관자, 즉 관중의 정책과 지혜를 담아 쓴 책이다. "스승의 가르침에 제자는 공손한 태도와 겸허한 마음으로 배운 바를 극진히 해야 한다." 이런 태도를 '소수시극(所受是極)'이라 한다. 그 다음은 배운 지식 그 자체에 만족하지 말고, 지식과 삶이 연결되는 지점을 찾고, 또한 그걸 글로 쓰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배운 것을 글로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논어』에서 공자는 "거일반삼(擧一反三), 하나를 알려주면 나머지 셋을 안다"는 말을 했다. 하나를 배워 셋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배움에 대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배운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지혜, 통찰력으로 깨어나야 한다. 그게 학문하는 자세이다.
앞에서 인용했던 『관자』에 나오는 이어지는 글을 더 공유한다. "선한 것을 보면 따르고 의로운 일을 들으면 실행해야 한다. 항상 온유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힘만 믿고 교만해서는 안 된다. 뜻을 허망하거나 사악한 데 두어서는 안 되며, 행실은 곧아야 한다. 노니는 곳이나 거처하는 곳은 일정해야 하며 덕이 있는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 엄청 구체적이다.
이런 사자성어도 오늘 아침 알게 되었다. '지무허사(志無虛邪)', 이 말은 '뜻을 허망하거나 사악한 데 두지 마라'는 말이다. 다산 정약용은 여기서 사(邪)는 느릴 서와 통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뜻을 바르게 세워야 하고, 뜻을 세웠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확대된다. 우리가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 일의 이해타산을 따지기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하고자 하는 옳음을 알지만, 닥칠지도 모를 불이익을 생각하거나, 잠깐 뜻을 굽혔을 때 주어지는 이익에 눈을 빼앗기면 망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때 필요한 것이 단호한 결단이다.
진정한 배움은 근본을 지키고 익혀 나가는 것이다. "항상 온유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힘만 믿고 교만해서는 안 된다." 공자는 『논어』의 핵심 키워드 '온(瑥)/량(良)/공(恭)/검(儉)/양(讓)'도 마찬가지이다. 옳고 그름을 알기 위해 지식을 쌓아 나가는 것도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도덕성의 근본이 없는 지식은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오직 효율과 합리만을 가장 가치 있는 덕목으로 여겨 모든 일을 숫자로 재단하려 하거나, 뜻을 허멍하고 사악한 데 두어서 주위에 해악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온: 온화한 마음에서 나오는 따뜻한 카리스마여야 한다. 마음이 부드럽고 따뜻해야 사람들이 모여든다. 강한 카리스마의 문제는 '소통'에 한계가 있다. 유머감각도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고, 그러한 유머감각이 소통을 돕는다.
(2) 량: 양심적이어야 한다. 양심이란 욕심과 반대이다. 자신만의 욕심을 추구하는 사익보다 나도 좋고, 너도 좋은 모두가 좋은 쪽으로 결정하는 양심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정직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다시 문제 삼는 것이 투명경영, 윤리경영이다. 투명하고 정직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공: 공경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공경이라는 말에서 공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몫을 낮추는 것이고, 경은 다른 사람의 지혜와 덕을 추앙하고 존경하는 것이다. 이를 '섬김의 리더'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공경을 말 그대로 하면, "삶아서 예를 차려 높임", "공손히 섬김"으로 이해하면 된다.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리더는 모두에게 공경하는 자세 그리고 존경하며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다른 이들로 부터 공경을 받을 수 있다. 공경과 아부나 비굴함과는 다르다. 공경이란 당당하면서도 예의를 갖추는 자세이다. 공유가 필수인 지식정보사회에서 '공경'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공유하려면 '소통'하여야 하고, '소통'은 '통'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소'에 찍는다. 이 때 '소'는 자신을 낮출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기는 '공경의 태도'가 좋은 소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공경'을 프랑스어로는 'honneur'라고 한다. 이 단어의 첫 의미가 '명예', '체면'이기도 하다. 체면, 존엄(dignité), 명예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공경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인 것 같다.
(4) 검: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한다. 리더는 실제 삶에서 절제된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언어의 절제도 필요하다.
(5) 양(겸양):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해야 한다.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은 여유와 자신감 그리고 겸손에서 나온다. 자기 욕심만 차리면 리더가 될 수 없다.
그래 오늘 아침은 "논어 새로 읽기"라는 재미난 시를 공유한다. 이 시를 소개한 [먼. 산. 바. 라. 기.]은 이런 덧붙임을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 이것이 『논어』를 읽는 동안 나를 사로잡은 화두였다. 해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다. 질문을 잊지 않기 위해 『논어』를 읽었다는 말이 옳겠다. 질문은 질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인생길은 걸어가는 발걸음에 의미가 있는 것과 같다. 해답은 환상이고, 목적지는 허상일 뿐이
다.
논어 새로 읽기/권순진
사람이 칠십까지 살아 내기가 여의치 않았던 시절
그 나이라면 가르칠 일도 깨우칠 것도 없었겠다.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다 알아차려야 한다 했으니
그 문턱 넘은 뒤로는
다만 제각기 붙은 자리에서
순서대로 순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귀가 순해지는 이순耳順에 앞서
쉰 다섯 즈음엔 입이 순해지는 구순口順이어야 지당하고
귀와 입이 양순해진 다음에는 눈의 착함이 순서란 말이지
예순 다섯 안순眼順은
세상으로 향하는 눈이 너그러워질 때.
입과 귀와 눈이 일제히 말랑말랑해지면
좌뇌 우뇌 다 맑아져서 복장 또한 편해지겠거늘
아직도 주둥이는 달싹달싹
귓속은 가렵고 눈은 그렁그렁
찻잔 속 들여다보며 간장종지만 달그락대고 있으니.
계속되는 『관자』 이야기이다. "노니는 곳이나 거처하는 곳은 일정해야 하며 덕이 있는 사람과 사귀어야 한다."고 했다. 오늘 아침의 화두는 "공부란 모자람에 물들지 않는 분별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물들고 싶은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닦는 노력이다"는 문장이다. 나는 이제까지 다 남 탓했는데, 중요한 것은 먼저 자기 자신을 닦는 일이다. 이를 수신(修身)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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