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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우리 자신을 마치 도와주어야 할 사람처럼 대해 주라'

하느님은 저주의 말과 함께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추방한다. 그 의미는 최초의 남자와 여자는 의식이 없는 유아기의 동물 세계에서 쫓겨나 공포로 가득한 역사의 세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느님은 천사들에게 에덴동산의 정문을 지키게 하였다. 왜냐하면 몰래 들어와 생명나무 열매를 먹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왜 그런 조치를 했을까? 우리의 눈에는 옹졸한 짓 같지만, 천국은 우리가 지어야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거다. 다시 말하면, 영생은 우리가 땀을 흘려 얻어야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 같다. 내 수고로 내 천국을 만드는 거다.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에서 두 번째 법칙인 '우리 자신을 마치 도와주어야 할 사람처럼 대해 주라'는 것이 이젠 더 이해가 잘 된다. 피터슨은 이 책에서 이런 질문을 했었다. 왜 아픈 강아지에게는 처방 약을 열심히 먹이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까? 이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아담의 후손만큼이나 발가벗고 추하고 방어적이고 비판적이고 무가치하고 비열한 존재가 있다면, 우리가 그 존재를 애지중지 보살펴야 한다.

질서와 혼돈, 생명과 죽음, 죄, 희망, 노동, 고통은 <창세기>의 주요 주제이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여기서 '고통'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최근의 정치 이야기를 좀 한다. 인문운동가의 입장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장항준 감독이 했다는 말, 서로 분노하는 지점과 웃는 지점이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을 오늘 아침 다시 소환한다. 웃는 포인트가 같다는 건 취향이 비슷하다는 뜻이고, 분노하는 지점이 같다는 건 세계관이 통한다는 말이다.

그 세계관은 신념체계에서 나온다. 신념체계를 공유하면,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신념체계는 단순히 믿음만은 아니다. 신념체계를 다르게 말하면, 가치관이다. 그래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가치관이나 신념체계를 공유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상대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알기에 사이좋게 협력을 할 수 있고, 심지어 경쟁마저 평화롭게 할 수 있다. 공유된 신념 체계는 모든 사람을 단순한 잣대로 판단하게 만든다. 그들은 단순하다. 그들은 단순함을 유지하는 것에 가장 애를 쓴다. 이런 체계가 위협받으면 중대한 근본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해가 간다. 진영으로 나뉘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를 말이다.

사람들은 신념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그들이 싸우는 진짜 이유는 믿음과 기대, 욕망 등이 서로 일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 기대와 사람들 행동이 일치하는 체계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런 것들이 서로 일치해야 모두 생산적이고, 예측할 수 있으며, 평화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불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고통스러운 감정의 혼돈도 줄어든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은 혼돈의 감정을 줄이려고 신념체계가 같은 진영에서 논다. 행동은 말보다 힘이 세다. 공유된 신념 체계는 동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행위와 기대의 공유 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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