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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잘 사는 방법은 스스로 불편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좋은 매너는 자신의 불편을 자초(自招)하는 일이다. 불편을 자초하지 않고는 덕의 활동인 '성스러움'을 얻을 수 있다.  덕은 도를 일상 생활에 실천하는 행위이다. 도는 우주가 돌아가는 '음양오행'의 원칙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얼마나 관심을 보이고 있는가의 정도로 나타난다. 한 시민, 아니 한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덕' 지키는 것이 자신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면 속 '깊은 고요'를 간직하고, 경박함을 흡수하는 중후함이 필요하다. 경박하지 말아야 한다.

나도 가끔 다음과 같은 사람을 만나면 당혹스럽다.
- 많은 말을 나누고도 허전한 느낌만 남기는 사람
- 강의를 듣고 나서 강의 내용을 물고 늘어져 자기 멋대로 다음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

왜 사람들은 같은 일에 각기 다른 깊이로 반응하는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근거, 즉 그 사람만의 바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바탕의 크기가 잘 사는 삶의 크기와 같다. 공부하는 이유도 이 바탕의 넓이를 키워 나가는 행위이다. 주장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각각이 따로 인 사람도 있다.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근거, 즉 그 사람만의 바탕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
-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일에는 분개하면서 정작 자신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 기차에서 전화가 오면 안하무인격으로 앉은 자리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 다른 사람의 글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것으로 날을 새는 사람
- 밖에서는 민주를 외치지만, 집에 오면 독재자로 변하는 사람
- 환경 보존을 외치면서 일회용 컵이나 접시들을 마구 쓰는 사람

교회에 나와 이웃 사랑에 관한 설교를 듣고 결심하고 다짐하는 일을 하느라 이웃에 큰 폐를 끼친다. 큰 대로에 차를 주차하고 예배에 참여 해, 근처의 주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제대로 사는 일, 그건 힘들고 불편하다. 실제로 이웃과 지구 사랑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려면 반드시 일정 분량의 불편과 노고를 감당해야 한다.  예컨대, 교회에 갈 때 버스를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일회용 물건을 쓰기는 쉽다. 그러니 그것들을 안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컵을 가지고 다니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기능적인 일은 쉽다. 반면 사람의 본바탕이 작동하는 일은 어렵고 불편하다. 기능을 작동 시킬 때,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밥 먹는 일이 기능이라면, 어떤 식으로 먹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본바탕이 작동하는 일이다. 대답은 기능적 활동이고, 질문은 그 사람에게만 있는 내면의 호기심이 발동하는 일이라 인격적 활동에 속한다. 당연히 질문은 어렵고, 대답은 쉽다. 따라하기는 쉽고, 창의가 어려운 이치와 같다. 우리는 쉬운 쪽으로 쉽게 기울게 되어 있어 질적인 상승이 더디다. 그래서 제대로 사는 일은 언제나 어렵기만 하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는 일, 잘 사는 방법은 스스로 불편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그래서 다양한 수행의 모든 과정은 사실 '불편'한 것들로 짜여 있다. 편하고 자극적인 기능에 갇히지 않고, '불편'의 상태를 자초하면서 성숙은 시작된다. 오늘도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더 불편한 하루를 살고 싶다. "구부리면 온전해지고, 굽으면 곧아질 수 있고, 덜면 꽉 찬다. 헐리면 새로워지고, 적으면 얻게 되고, 많으면 미혹을 당하게 된다." (<<도덕경>> 제22장) 그런데도 사람들은 노자를 구부리고, 덜어내는, 헐리는, 적은" 것만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사실 노자는 온전하고 꽉 채워지는 결과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다.

<<도덕경>> 제7장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만난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지만, 자신이 앞서게 된다. 자신을 소홀히 하지만, 오히려 보존된다."고 했다. 노자는 앞서고 보존되기 위해서, 내세우지 않고, 소홀히 할 뿐이다. 나를 구부리고, 덜어내고 비우면서, 나를 내세우지 않는 하루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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