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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운동가의 인문에세이

'사상마련(事上磨鍊)"이란 말이 있다.

'자신의 맡은 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연마하고 단련한다'는 뜻이다. <<전습록(傳習錄)>>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말이라 한다. "심신이 고요할 때는 좋은 의견과 생각이 떠오르다 가도 일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데 어찌 그런 가요?" 왕양명이 다음과 답했다. "그것은 심신을 고요한 곳에서 수양할 줄만 알고 자신을 이겨내는 극기의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람은 어떤 일에 부닥치면 그 일에 빠지기 쉽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을 하면서 자신을 연마해야만 비로소 입지를 세워 고요함 속에서도 안정될 수 있고, 움직임 속에서도 안정될 수 있는 것이란다." 이는 수양(修養)은 동정(動靜)에 구애되지 말고 일관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닦는 수련은 일상 속에서 하는 것이지 깊은 산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상마련"은 수양처, 즉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주자학에서는 독서와 거경궁리(居敬窮理)를 통해서 수양을 한다고 하지만, 양명학은 일상에서 수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개념을 통해서가 아니고, 실제로 일을 하면서 정신을 단련한다는 뜻이다. 선 선비들은 매일  "거경(居敬), 궁리(窮理), 역행(力行)"을 추구했다고 한다. '거경'은 '우러르고 받드는 마음으로 삼가고 조심하는 태도를 가짐'이다. 그러나 거경은 진통제이다. 아직까지는 무지와 아집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궁리는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함'이다. 그러니까  궁리는 치료제이다. 끝으로 역행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공자가 하급관리로 일하고 있는 조카 공멸에게 물었다. "네가 일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이냐?" 공멸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은 것은 세 가지나 됩니다. 첫째는 일이 너무 많아 공부를 하지 못했고, 둘째는 급료가 적어 주변 사람들을 대접하지 못해 평판이 나빠졌으며, 셋째는 공무에 바빠 친구들과 멀어졌습니다." 얼마 지나 공자는 제자 복자천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도 공멸처럼 낮은 벼슬에 있었다. "저는 잃은 것은 없고,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는 일하면서 배운 것을 실행하게 되어 배운 내용이 더 확고 해졌고, 둘째는 급료를 아껴 주변 사람들을 대접하니 그들과 더 친숙 해졌으며, 셋째는 공무 중에 짬을 내어 친구들과 교제하니 우정이 더 두터워졌습니다." 배연국 세계일보 논설위원의 글에 얻은 거다.

'격물치지(格物致知)'가 필요하다. '격물치지'는 동양 고전 <대학>의 8조,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에 속한다. '격물치지'는 '사물의 본말(本末)과 시종(始終)을 파악하여 지혜를 이룬다.' 그러니까 중심(중요한 것)과 주변(사소한 것), 시작과 끝을 잘 알고 일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 물건에는 본말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 그리고 중요한 것부터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물건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사리를 통하여 그 먼저 할 것과 뒤에 할 것을 알면, 도(道, 머리를 밝혀가는 중에 만나는 그 길, 지혜)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중심과 부분, 근본과 말단, 일의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아는 것이 격물(格物)이고, 이러한 격물을 통하여, 먼저 할 것(先)과 뒤에 할 것(後)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지(致知)'이다. 이게 그 어려운 '격물치지'란 말이다. 여기에 '격'자가 나온다. 품격.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고민하며, 격물치지를 이루며 일을 할 때 '격'이 나온다. 이게 지혜이고, 순 우리말 슬기이다. 격물치지를 모르는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을 작정이다.

품격의 품(品)은 입 구(口) 자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도 사람의 품격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논어>>에서는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 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 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하다. 말만 하고, 실천이 안 따르는 사람도 이 부류에 속한다.

모든 일에는 근본(根本)과 지엽(枝葉)이 있다. 근본을 제쳐두고 지엽부터 시작하면 일은 뒤틀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급해도 마차를 말 앞에 주지 말아야 한다. "소가 수레를 끄는데 만약 수레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레를 떼려야 하는가? 소를 때려야 하는가?"(중국 남악회양 선사)  그의 말은 사물의 근본 이치를 파악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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